지금 이렇게 규제 풀 때가 아닌 것 같지만

주거지 100km 이동 제한이 풀려서 새벽부터 집을 나가봅니다.

바이러스 숙주들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는게 목표입니다.

소나기가 그치고 33도로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들어간 숲 속을 방황하다

갑자기 집이 보이는 환각을 경험합니다.

환각은 아니고 진짜 집이네요.

시계와 종이 솟아 있어 무슨 기관인가 했지만 별다른 명패는 따로 없습니다.

구름이 몰려드는게 심상치 않아 텐트 칠 장소를 빠르게 찾았습니다.

지도에 이름도 없는 작은 호숫가에요.

텐트를 다 설치하니 비가 뚝 뚝 떨어지네요.

바베큐 계획은 물 건너 갔습니다.

비가 내리니 바로 옆에서 개구리들이 울어 재끼는데 

밤에 잠도 잘들기 그른 것 같네요.

비상용으로 가져간 부탄 가스를 이용해

밥을 짓습니다. 

바베큐용으로 가져간 소세지도 구워 봅니다.

버너가 너무 작아 소세지 굽는데만 한 세월이라

밥이 벌써 다 식었네요.

밥에 비벼 먹을 강남콩 칠리를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빗소리 들으며 먹으니 더 맛있습니다.

밥 먹고 술마시고 하다 보니 비가 잦아들고

해도 저뭅니다.

텐트 치기 전 모아놓은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워봅니다.

축축한 마음을 데우다 잠에 듭니다.

밤을 새워 개구리와 물새의 합창을 감상하니 아침이 오고 또 비가 내리네요.

야영 및 사람이 있던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이제는 집으로

수면 부족으로 복귀는 너무 피곤해

페달링에만 집중하니 폰 꺼내 사진 찍을 틈도 없습니다.

빗줄기가 따귀를 때려주어 다행히 무사 복귀해 다시 잠을 잡니다.

벌써 월요일도 끝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