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재를 시작하며
법조인이 되겠다는 막연한 꿈은 있지만, 실제로 법조인의 생활이 어떠한지 알고 결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만일, 실제 그들의 생활을 낱낱이 안다면, 법조인의 꿈을 접을 사람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법조인들의 내부 이야기를 진로 결정하시는 분들께 알려드리고자 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제가 지금 변호사, 그것도 개업변호사를 하고 있어서, 판사나 검사, 로펌 변호사의 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그 분야를 잘 아는 분들이 글을 쓸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부족하나마 제가 일단 글을 써 봅니다. 그러니 이 점, 널리 양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법조계는 학교가 아닙니다. 성적순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학교와 달리, 법조계는 매우 다양한 측면과 스토리가 있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하는 얘기들은 한 단면일 수 있으며, 보편적인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점도 양지하시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측면을 다 다룰 수 없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로스쿨의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이 글에서는 로스쿨의 존재를 전제로 글을 썼습니다. 지금 진로를 결정하는 분들은 사시와 로스쿨 중에서 선택을 할 것이고, 그 결정에 참조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2. 군 미필자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거나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자격시험을 합격하였을 때 어떠한 길을 갈 수 있는지를 정리하였습니다. 일단 남자는 군대를 가거나 취직을 하고 여자들은 취직을 하겠지요. 군대는 성적 좋으면 군법무관을(여기 출신들은 제대하면 거의 판검사로 임용되고 있습니다), 성적 나쁘면 공익법무관으로 갑니다.

3. 판검사 임용
취직은 사법연수원 기준으로, 1,000명 중에서 통상 200등 이내에 들어야 판사를, 통상 300등 이내에 들어야 검사를 할 수 있는데, 점차 성적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법조일원화를 위해 변호사들 중에서 판검사를 채용하려 하는데, 그래서 연수원출신 중에서 바로 판검사 임용되는 인원이 줄고 있습니다. 통상 판검사 100명 정도씩 뽑아왔습니다. 로스쿨이 시행되어도 판검사 임용 정원은 크게 변동이 없을 것입니다만 판검사가 되기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시와 로스쿨이 당분간 병행을 하게 되므로, 그만큼 많은 법조인들이 해마다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4. 헌재 연구관
그 외 헌법재판소 연구관, 감사원에서도 몇 명씩 뽑습니다. 특히 헌재는 판검사 다음으로 인기 있습니다. 헌재에서 연구관으로 일을 하면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시간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로펌만큼 바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각 대학의 로스쿨이나 법과대학의 헌법 담당 교수로 임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헌법 교수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헌재 연구관들입니다.

5. 정부기관
각종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에서도 상당수를 뽑습니다.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은 적응하는데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래부터 근무해오던 직원들과의 마찰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밑에서부터 올라온 그들이 위에서 갑자기 들어온 법조인들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에서도 일부 채용하는데, 이곳은 몇 년 근무 후 검사임관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검사 임관권 바로 아래 성적의 사람들이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6. 경찰 특채
경찰에서는 현재 10명 정도를 사법연수원 수료자 중에서 뽑고 있습니다. 국사 등 필기시험을 치르며, 채용 후에는 경정 계급을 줍니다. 통상 30대 초중반의 남자가 뽑힙니다. 경정은 매우 고급 간부로서, 휘하에 부하들이 많으므로, 너무 어린 사람은 조직에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 나이대의 남자들을 주로 합격시킵니다. 나이가 어려서 불이익을 보는 것은 경찰 특채뿐인 것 같습니다. 경쟁률은 10대 1정도입니다. 준비를 하려면 최소 몇 개월 동안 필기시험 공부를 해야 합니다. 경찰이 되면 경비과장이나 수사과장 등을 하다가 8-10년 정도 후에 (여자는 7년) 경찰서장(총경)이 됩니다. 경찰서장을 몇 년 하다가 해당 지역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내면 형사 사건에서 매우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이 점을 노리고 많은 남자 변호사들이 경찰 특채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7. 일반 기업
일반 기업에서도 변호사를 많이 채용합니다. 통상 과장이나 대리 말년 정도를 줍니다. 2-5년 정도의 경력직 변호사는 부장대우를 받으며 가기도 합니다. 보수는 초임이 대체로 월 400-500정도인데, 법률사무소보다 확실히 적습니다. 대신 경력면에서 잇점을 노리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사내변호사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내변호사는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법조인의 본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송무시장으로 들어오고 싶어합니다. 그런 본능적 욕구가 있어, 1년 이내에 그만두고 서초동에 와서 변호사사무실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기타
그 외 고유 법조영역인 로펌과 개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매년 1,000여명이 법조인이 되고, 그 중 군대 가는 사람을 제외한 7-800명이 일자리를 얻는데 단 한명도 실업자가 된 적이 역사상 없습니다. 아직까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