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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이 "음주운전 아니었다면..영구결번 원했는데"

os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3 14: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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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이, "올해까지 20년 뛰고 은퇴 생각했는데…라팍에서 가을야구를..." [오!쎈 인터뷰]①

[OSEN=대구, 손찬익 기자] 박한이 /what@osen.co.kr


[OSEN=대구, 손찬익 기자] 전 삼성 외야수 박한이와 인터뷰 약속을 잡은 뒤 어디서 만나면 좋을지 고민했다. 불현듯 최적의 장소가 떠올랐다. 박한이가 청춘을 바쳤던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현 대구복합스포츠타운 야구장)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대구복합스포츠타운야구장 중앙 관중석에서 박한이와 마주 앉았다.


박한이는 지난해 5월 27일 아침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현장 출동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음주측정을 실시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065%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측정됐다. 박한이는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한때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박한이의 갑작스러운 은퇴와 근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오랜만에 와보니 어떠한가. 

진짜 오랜만에 왔다. 라팍(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으로 옮긴 이후 5년 만이다. 여기(관중석) 들어온 건 처음인데 기분이 묘하다. 이곳에서 야구를 보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박한이에게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1,3루 및 외야 관중석 대신 잔디가 깔린 걸 제외하면 특별히 변한 건 없다. 이곳은 내게 정말 큰 의미가 담겨 있는 아주 소중한 곳이다. 청춘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다. 진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많은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이곳에서는 아쉬운 게 별로 없다. 늘 행복했던 기억뿐이다. 라팍에서 가을 야구 한 번 하고 은퇴했으면 아주 좋았을 텐데 그게 가장 아쉽다. 


-생각했던 은퇴 시점은 언제인가. 

음주 운전 사건이 아니었다면 올해가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다. 프로 데뷔 후 20년간 선수로 뛴 뒤 그만두려고 했었다. 은퇴 시점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믿고 싶다. 세상사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OSEN=대구, 손찬익 기자] 박한이 /what@osen.co.kr


-이곳에 오니까 생각나는 옛 스승이 있다면. 

모든 감독님께서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는데 특히 김응룡 감독님과 류중일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응룡 감독님은 내가 프로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류중일 감독님은 내가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믿어주셨다. 정말로 감사드린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포스트 박한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삼성 선수 가운데 포스트 박한이를 꼽는다면 누구인가. 혹은 포스트 박한이가 되길 바라는 선수가 있다면. 

언제나 묵묵히 열심히 하는 (김)헌곤이가 '포스트 박한이'가 됐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선수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지만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믿는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예전부터 후배들에게 늘 말해왔는데 아파도 참을 수 있으면 참고해야 한다. 그게 익숙해지면 웬만하면 아프다는 말이 안 나온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처럼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조금만 아파도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나태해진다. 나 자신에게 지는 순간 모든 게 끝장난다. 나를 이겨야 남을 이길 수 있다. 


-현역 시절 팀 공헌도 및 개인 성적만 놓고 본다면 영구결번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삼성 라이온즈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아주 강했다. 내가 돈을 먼저 생각했다면 삼성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갔을 것이다.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아주 많다. 내겐 팀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만 보고 야구를 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구결번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팬들보다 내가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낼 것 같다. 


-삼성 경기는 한 번씩 보는가. 

솔직히 은퇴 직후에는 안 봤다. 나 스스로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다시 힘을 얻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됐다. 얼마 전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5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고 미안한 마음도 크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니 더 그렇다. 나는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후배들은 아직 야구할 날이 많잖아. 우리 후배들이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what@osen.co.kr

[OSEN=대구, 손찬익 기자] 박한이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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