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입양 신고 과정에서 행정기관에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지 않고 신분증명서만 내도 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 등이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에 대해 낸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 등은 조카인 B씨가 자산가인 C씨 양자로 허위로 입적했다며 무효 소송을 냈다. C씨는 A씨 가족은 아니지만 그들의 부모 제사를 함께 챙길 정도로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C씨는 2016년 건강이 악화되자 조카처럼 지내던 B씨에게 간호를 부탁했고, B씨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C씨가 사망할 때까지 수개월간 병수발을 했다.
문제는 B씨가 병간호하던 와중인 2017년 2월 양자 입양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C씨는 구청에 동행하지 않았고 B씨는 자필로 쓴 신고서와 C씨 신분증을 함께 제출했다.
A씨 등은 B씨가 C씨의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독식하기 위해 입양 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무효소송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심판대상 법 조항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23조 2항은 입양 신고 과정에서 행정기관에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지 않고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은 신분증명서만 내도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A씨 등은 이 법 조항이 입양당사자 본인 의사에 반하는 신고를 가능하게 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이 입양 당사자의 가족 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여권 등의 신분증명서는 타인에게 넘어갈 경우 부정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함부로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고, 설사 부정사용으로 이뤄진 허위입양은 입양무효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헌재는 "당사자가 모두 출석해 입양신고를 한다면 허위입양 위험성은 완전히 제거되겠지만 당사자가 출석하지 못하는 사정이 존재할 수 있다"라며 "당사자 모두의 출석 없이는 입양신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입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출석하지 않은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허위 입양을 방지하기 위한 완벽한 조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심판 대상 법 조항이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의 형성을 방지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출석하지 않은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는 것과 입양신고서에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 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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