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하영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 손웅정 감독이 아들 손흥민 선수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14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172회에서는 ‘어텐션’ 특집으로 진행된 가운데 축구 선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출연했다.
이날 예능 첫 출연인 손웅정 감독은 “작가님께 말씀드렸다. 넘사벽 프로그램인데 선택 잘못한 거 아니냐고. 난 아주 평범한 사람이고, 나 같은 사람이 방송할 건 아니지 않나 내가 뭐라고”라며 “많은 고민 끝에 재석이 형, 세호 형 보러 왔다”라며 재치있는 입담을 뽐냈다. 그러면서 손웅정 감독은 ‘유퀴즈’ 출연에 있어서 조세호가 큰 활약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알고보니 손웅정 감독과 조세호는 우연히 사우나에서 처음 만나 호형호제를 했던 것.
그런가 하면 유재석은 손흥민 선수의 안와골절 부상에 대한 심정을 물었다. 손웅정 감독은 “부모 입장에서 똑같은 생각일 거다. 네 군데가 골절이 됐다. 챔피언스 리그 뛰고 비추는데 함몰이 됐더라. 저건 골절이다 하면서 보고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 월드컵은?’이었다. 흥민이도 돌아와서 월드컵 걱정을 했다더라. ‘월드컵 가야 한다. 방법을 찾아달라’고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잡아 해보자. 부기가 빠져야 수술을 할 수 있는데 수술을 최대한 당겨달라고 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손웅정 감독은 부기를 빼기 위해 거의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 얼음을 대고 있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축구 선수들 가슴에 태극마크 다는 게 꿈이지 않나. 국민들이 기대하고 팬들이 원하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흥민이에게 얘기했다. 흥민이도 월드컵은 너무 가고 싶은 거다. 잠자는 시간 빼고 대다보니 수술 날짜를 하루 당길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유재석은 월드컵 출전한 선수들을 언급하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 날 정도다. 감독님은 보시기에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손웅정 감독은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는 더 앞선 내가 볼 때는 정말 선수들이 사력을 다한다고 표현하고 싶다”라며 선수들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선수들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게 국민들과 축구 팬들이 엄청난 성원과 힘, 사랑을 보내주시기 때문에 거기에서 선수들이 사력을 다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게 축구 발전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라고 밝혔다.
특히 손웅정은 자신을 ‘삼류 선수’라고 표현했다. 손웅정 감독은 통산 37경기 중 7골을 넣은 손흥민 선수와 같은 공격수 선수였다. 그는 “무늬만 프로였다. 어디가서 제가 ‘나 축구했어’라고 제 입으로 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손웅정 감독은 너무 이른 나이인 28살에 은퇴한 사실에 대해 “제가 이킬레스건이 끊어졌다. 89년도 경기 중 발뒤꿈치에서 ‘빡’ 소리가 났지만 참고 뛰었는데 그게 부상이었다. 전반 3분 정도 남았었다. 멀리서 공이 전개돼서 오는 거다. 순간 저도 모르게 7, 8m 들어갔는데 볼이 오면서 헤딩으로 3대 3을 만들고 저는 나와야 했다”라고 말했다.
유재석은 은퇴 이후 생활에 물었고, 손웅정 감독은 “제가 아는 것도 배운 것도 없으니 막노동판에 가서 일도 하고 사글세 살고 했다. 흥민이 어렸을 때 컨테이너에서 살았다”고 답했다. 이어 “프로 선수였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리신 거냐”라는 물음에 손웅정 감독은 “가장 힘든 게 건물 지하실에 들어가서 방수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일어설 수가 없더라. 무릎으로 기어 다니며 고인물을 퍼내고 방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걸 3일 정도한 기억. 그게 막노동 하면서 가장 힘든일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또 유재석은 “축구 선수 출신인 손웅정은 2세가 태어나면 축구를 시킬 계획이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손웅정 감독은 “운동을 시키겠다. 안 시키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자식이라도 내가 낳았지만 또 다른 인격체 아니냐. 하겠다는데 하지말라고 할 수 도 없고, 안 하겠다는 걸 시킬 수도 없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흥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공을 아주 좋아했다. ‘남달랐다’는 못 느꼈고, 축구 시키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자유라는 연료가 타야 창의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냥 풀어놓고, 자유롭게 무언가를 하다 보면 좋고 싫음에 대한 판단이 나온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손웅정 감독은 “흥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때 축구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린애지만 나도 보험을 드러야 하지 않나. ‘힘든데 하겠냐’를 3번 물어봤는데 하겠다고 하더라.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본기 훈련을 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축구인들이 보면 날 손가락질 하겠지만 기본기를 해야 하는 애들을 데리고 기본기는 무시하고 경기를 한다. 경기만 하면 좋은데 성적을 내게 한다. 그게 누굴 위한 성적이냐. 잘못된 거다”라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손웅정 감독은 “애들이 어려서 혹사 당해서 프로에 진입해야 될 나이에는 수술대에 오르는 문제가 생긴다. 흥민이도 슈팅 연습한 게 18세 이후다. 어린애들은 관절과 근육이 어려서 공을 멀리 강하게 때리는 건 안 된다. 축구를 시작하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다. 멀리 보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 내 자식이 축구를 하는데 멀리 봐야 한다”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또한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이 프로리그 데뷔골 터트렸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도취될까봐 노트북을 갖고 오기도 했다. 부모가 할 생각은 아닌데 얘가 며칠 동안 망각증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너무 두려웠다”라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손웅정 감독은 스승이자 아버지였다. 손흥민은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이후 함부르크 레버쿠젠을 거쳐서 토트넘에 입단하여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했다. 당시 레버쿠젠 감독은 손흥민을 불신해서 자꾸 교체를 했고, 토트넘과의 이적 협상도 실패했었다. 그러나 손웅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3번째 협상이 결렬되자 관게자들을 찾아가 뛰어갔다. 세 계단씩 올라가 관계자를 설득했고 결국 런던에 재협상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에 손웅정 감독은 “내가 북한 사람인줄 알고 공포에 떨었다고 하더라. 심지어 악몽까지 꿨다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편, 손웅정 감독은 앞서 유일하게 손흥민 선수를 ‘월클’로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손웅정 감독은 “그건 아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제 자식이라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있지만 늘 흥민이의 축구가 10%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손웅정 감독은 “이거는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우리가 ‘전성기’ 하면 가장 좋아하잖아요. 제 개인적으로 ‘전성기’란 내려가라는 신호다. 내려갈 때 아름답게 내려가야 된다. 축구 팬들이 계시지 않나. 흥민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팬들이 허무할 수 있다. 젋어서 잠깐이다. 영원한 건 없다. 거기에 도취하면 안 된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mint1023@osen.co.kr
[사진]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