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런 행위가 자신이 땀 흘려 일하는 방식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적인 노동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자유롭게 자는 시간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 몇 번으로 돈을 벌어가는 사람의 삶은 이해가 되지 않고, 나아가 불쾌하다. 그래서 쉽게 “도박이다”, “기생충이다”라는 식의 말로 환원하고 만다.
2. 고정된 직업 없는 삶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
직업이 곧 사회적 신분이 되는 사회에서, ‘나는 직업이 없다’는 말은 종종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다’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수익을 내고 있든 상관없다. 매달 고정된 급여명세서가 없고, 명함에 박을 직책이 없으며, 소속된 회사가 없는 삶은 투명하고 공허한 존재로 간주된다.
주식 단타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정해진 스케줄도, 상사도, 회사도 없다. 게다가 그들은 아침 늦게 일어나고, 시간은 자유롭게 쓰며, 때로는 대낮에 술을 마시기도 한다. 사회가 미덕으로 삼는 ‘규칙적인 생활’과 ‘근면성’이라는 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이들 삶은 곧 ‘폐인의 삶’으로 치환된다. 그런 이미지는 쉽게 ‘무기력’, ‘게으름’, ‘자기 관리 부족’이라는 프레임에 덧씌워진다.
3. ‘사회적 기여’라는 도덕적 신화
현대 사회는 겉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타인의 삶을 재단한다. 의사, 교사, 공무원처럼 명확한 사회적 기여가 보이는 직업은 존경받는다. 반면, 주식 단타는 철저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활동으로 보인다. 시장 유동성에 기여한다는 이론적 설명도 대중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이런 시선은 주식 단타를 ‘사회의 공동 이익을 해치는 행위’로 몰아간다. 본인은 벌어도 다른 누군가는 잃어야 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이들은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 오인된다. 즉, 단타 매매는 정당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요행’이나 ‘운빨’로 취급되고, 그만큼 경시된다.
4. 학벌·계층 프레임과 결합된 혐오
이 무시에 더 깊이를 부여하는 요소는 학벌과 계층에 대한 편견이다. “주식 단타로 먹고산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자주 이렇다: “어차피 고졸이나 지잡대 출신이겠지.” “대기업 못 가니까 코인이나 주식에 목매는 거 아냐?” 이는 ‘정상적 루트’—즉, 인서울 대학 → 대기업 취업 → 결혼과 내 집 마련—을 따르지 못한 이들을 무조건 패배자로 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마치,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스펙도 못 쌓고 결국엔 남들처럼 살 능력이 없으니까 ‘단타’라는 회색지대에 기생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심지어 “머리 나쁘고 인내력 없는 애들이 단타나 하는 거지”라는 조롱까지도 곧잘 붙는다. 이 편견은 실제 단타 매매자들의 능력, 성과, 혹은 선택의 자유 자체를 철저히 무시하는 구조적 혐오다. 그리고 이런 혐오는 종종 자기 삶에 대한 불안, 비교의식,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의 투사일 뿐이다.
5. 고립된 삶, 관리되지 않는 외모, 관계의 부재
주식 단타의 세계는 대부분 혼자 하는 세계다. 누군가와 함께 일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며, 사회적 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그들은 수염이 길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외모가 흐트러져도 신경 쓸 대상이 없으며, 규칙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이런 모습은 기존 사회의 규범에서 볼 때 ‘방구석 폐인’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러한 조롱에는 사실 두려움이 숨어 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일종의 공포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보이는 비정형성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획일적인 라이프스타일만을 정상으로 간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6. 이 무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람들이 주식 단타를 하는 이들을 무시하는 이유는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도 대놓고 ‘돈만 추구하는’ 삶의 방식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입으로는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돈 많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주식 단타는, ‘돈’이라는 목적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혐오받는다. 그 방식이 “너무 솔직해서 불편한” 것이다.
결국 이 무시는 우리 사회의 위선에 대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 정규직이라는 울타리, 명함 속의 지위, 주 5일제라는 착시효과, 사회적 기여라는 자기 위안이 모두 사라졌을 때, 우리는 과연 그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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