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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어려운 미술세계, 쉽고 재밌게 설명해야 모두가 즐길 수 있어요" 테사 에셋 큐레이터 이야기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8 18: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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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정연호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예술 작품은 눈앞에서 봐야 ‘아우라(Aura)’를 느낄 수 있다. 사람보다 더 큰 작품의 크기, 눈앞에서 보는 생생한 질감, 갤러리의 분위기 모두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예술과 거리를 두고 살면서 항상 들었던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사진과 영상으로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에 작품을 보려고 굳이 갤러리나 전시관에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물며 이제 영화도 극장이 아닌 OTT를 통해서 보는 시대니까요. 예술 작품이라고 온라인으로 접하지 말란 법은 없을 거 같습니다.

예술에 문외한인 제게 전시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 주던 답은 항상 “작품의 아우라(Aura)를 느끼기 위해서다”였습니다. 발터 벤야민이 말한 예술의 아우라는 고상하면서 품격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뜻합니다. 복제나 대체 불가능한 원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경험을 의미하기도 하죠. 평생 가고 싶었던 해외 여행지의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빨갛게 지고 있는 노을을 보고 있다면, 이는 평생에 걸쳐 다시는 겪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바닷가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노을엔 귀한 예술 작품처럼 아우라가 담겨 있겠죠.

“사람도 사진으로 보는 것과 얼굴을 맞대고 가까이서 보는 것 모두 다르게 느껴진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각도에 따라 질감이 다르게 보이고, 재료에 따라 사진으로 질감을 담아내는 게 불가능할 때도 있다. 전시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좀 더 나은 미학적인 경험을 겪을 수도 있다”


알렉스 카츠(Alex Katz) 작가의 ‘Red Dogwood I’ 앞에 서 있는 이영신 큐레이터



예술 작품을 실물로 보는 경험은 어떻게 다른지 묻자 테사 에셋의 이영신 큐레이터가 답한 내용입니다. 테사 에셋은 미술 작품 발굴의 전문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분화한 테사(아트테크 플랫폼)의 자회사입니다. 이영신 큐레이터는 테사 에셋의 테사 뮤지엄에서 미술품을 관리하고, 작품에 대한 도슨트(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미술관 큐레이터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IT동아: 테사 에셋(TESSA ASSET)은 테사의 작품을 전시하는 테사 뮤지엄(TESSA MUSEUM)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와보니 작품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거 같네요(웃음). 이곳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술관 큐레이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이영신 큐레이터: 큐레이터는 작품을 발굴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뮤지엄의 작품을 보관하는 업무를 맡기도 하죠. 갤러리 큐레이터는 작품 판매라는 일이 더해져요. 테사 뮤지엄의 큐레이터는 상업 갤러리와 다른 면이 있어서 일하는 양상이 완전히 겹치진 않아요. 저희는 작품을 보관하고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작품을 구매했을 때 기존 작품 배치를 조정하고, 공간 문제상 전시를 하지 못하는 작품을 수장고에 보관하는 것까지 저희 역할이에요.


이배 작가의 ‘Issu du feu(불로부터)’, 출처=테사



우선, 작품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게 기본이에요. 미술 작품은 온도나 습도에 민감하거든요. 너무 습하거나 건조하지 않도록 습도계를 확인하고 건조기나 제습기 등의 장비를 사용해요. 이배 작가의 작품인 ‘불로부터’는 숯으로 만들어져서 관리에 조심해야 해요. 이런 경우엔 전문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보니 작품을 판매한 갤러리나 작가와 연락해서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어요. ‘불로부터’ 작품은 주변 환경을 온도 18도에서 21도, 습도는 50~55%로 맞춰야 해요. 작품 주변에 온도계랑 습도계를 설치해두고 시간마다 확인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작품을 들여올 때 표구가 없거나 어울리지 않으면, 잘 어울리는 표구를 국내나 해외에서 사서 바꾸기도 해요.

IT동아: 큐레이터라고 하면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가 막연하게 떠올랐던 게 사실이에요. 해야 하는 일이 상당히 많네요.

이영신 큐레이터: 해외에서는 ‘큐레이터’라고 통칭하는데, 그 안에도 직업군이 나뉘어요. 비영리 문화기관인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작품을 관리하면서 연구하는 건 학예사의 일이에요.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건 전시 해설사라는 ‘도슨트(docent)’가 맡아요. 저도 예전 직장에선 학예사나 도슨트 직책만 따로 맡기도 했어요.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은 큐레이터 한 명이 이 일을 모두 담당해요. 테사 뮤지엄도 학예사, 도슨트의 업무 그리고 작품 구매를 원하는 분에게 판매를 하는 딜러까지 저희가 하고 있어요.

IT동아: 큐레이터 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고 싶어요.

이영신 큐레이터: 현재 두 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작가와 작품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잖아요. 서로 작품을 공부하면서 배운 지식과 작가 및 작품에 대한 평론을 공유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IT동아: 미술품 관리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작품 관리가 안 되면 실제로 판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이영신 큐레이터: 그렇죠.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어요. 저희도 작품을 처음에 들여올 때 영상과 사진을 찍고 상태에 대한 컨디션 리포트를 남겨 놔요. 원래 컨디션 리포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있어요.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에서 이 업체에 컨디션 리포트를 외주로 맡기는데, 테사는 작품을 구매하고 갤러리의 리포트와 저희가 자체적으로 만든 리포트를 비교하면서 작품 상태를 확인하고 있어요. 이때 작품에 하자가 있으면 미리 기재를 해놓고 나중에 작품을 판매할 때 상태를 정확하게 안내하기 위해서예요.

IT동아: 테사에서 보유한 작품은 결국 판매를 위한 거잖아요. 이렇게 작품을 상시로 무료 전시하는 건 작품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요?


(왼)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 작가의 ‘Untitled’ 앞에서 도슨트 설명을 하고 있다. (오) 애드가 플랜스(Edgar Plans)작가의 ‘Untitled’



이영신 큐레이터: 테사도 무료로 오픈할 때의 데미지를 생각하고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어요. 다만, 무료 운영 정책은 테사 뮤지엄의 취지와 관련이 있어요. 테사는 회원들이 작품 소유권을 공동으로 갖는 구조예요. 작품은 회원의 소유물이라는 걸 전제로 두고 있어요. 회원들이 언제든 자신의 소유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뮤지엄을 운영하는 거예요(천 원짜리 소유권 1개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IT동아: 회원들이 도슨트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영신 큐레이터: 뮤지엄에 오기 전에 미리 예약만 하면 도슨트를 들을 수 있어요. 도슨트를 예약한 사람이 1명이어도 작품 해설을 제공하고 있어요. 작품 해설은 주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거예요. 작품 가치에 대한 설명도 하고 있지만 작가와 작품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테사가 뮤지엄을 운영하면서 도슨트를 제공하는 이유는 회원들이 작품을 소유할 때 심도 있는 이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테사의 작품은 국내 작가보단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글로벌 작가의 작품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회원 중엔 작품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죠. 테사는 앱에서도 작품의 가치를 데이터로 설명하는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이와 맞닿아 있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재테크를 할 때 다들 공부를 하고 시작하잖아요. 미술품 구매도 먼저 공부가 필요해요.

IT동아: 테사는 작품에 대한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잖아요. 도슨트 내용과 겹치지 않을까요?

이영신 큐레이터: 리포트가 있어도 꼼꼼히 보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보면서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도 할 거예요. 또, 경제 공부는 할수록 쉽지 않아서 재미가 없잖아요. 도슨트는 작품에 대해서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책으로 작품을 읽으면 어떤 게 중요한지 파악하기 힘들기도 하고, 내용이 지루할 수도 있는데 도슨트는 족집게 강의처럼 핵심을 짚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죠.


(왼)이건용 작가의 ‘Body Drawing’ (오) 하종현 작가의 ‘Conjunction’ 앞에서 도슨트 중인 이영신 큐레이터



리포트의 설명과는 결이 달라요. 리포트는 거래 기록이나 가치와 관련된 수치적인 데이터 위주거든요. 도슨트는 “이 작품의 작가가 곧 A 갤러리 전속이 된다”, “큰 전시를 앞둔 작가다”처럼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IT동아: 작품 중에 특히 인상 깊었거나, 관객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 궁금해요.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작가의 ‘Houses’, 출처=테사



이영신 큐레이터: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요.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니까 손이 더 많이 가고 애정도 생겼죠. 이 작품은 실제로 볼 때 각도에 따라 반짝거리는 부분이 달라져요. 그래서, 관객 반응이 가장 좋은 작품이기도 했어요. 니콜라스 파티의 ‘House(2015)’는 파스텔로 그려진 작품이라 가까이서 보면 질감이 독특해 사람들이 좋아했어요. 알렉스 카츠의 ‘Red Dogwood I’(2020)도 작품이 크고 노란색의 색채감이 주는 느낌 때문에 인기가 많았죠. 사람들이 ‘뮤지엄에 전시하고 있나요?’라고 가장 많이 문의했던 것도 카츠 작품이었어요.

또, 테사엔 뱅크시 작품이 많이 있는데, 초기 도슨트 프로그램 땐 사람들이 뱅크시를 보러 뮤지엄에 왔어요. 뱅크시 작품의 인기를 보고 파일럿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도슨트를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죠(웃음).


뱅크시(Banksy)작가의 ‘Love Is In the Air with Stars’를 전시하고 있는 이영신 큐레이터



IT동아: 큐레이터는 업무의 범위도 넓고 책임도 큰 직업 같습니다. 어떤 일이 힘들다고 느껴지세요?

이영신 큐레이터: 큰 어려움은 없어요. 다만, 저는 전에 아트 딜러였어요. 그때처럼 작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해요. 작품 구매를 원하는 분들이 오시기도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혼자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테사 뮤지엄은 작품 판매보단 작품 관리와 도슨트에 역할이 치중된 편이니까요.

IT동아: 좋은 취지로 진행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도슨트나 전시에 큰 관심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영신 큐레이터: 테사에게도 그 부분이 숙제예요. 테사 뮤지엄은 자체 홍보 채널이 없거든요. 대중적으로 뮤지엄을 알리기 위해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영상이나 팟캐스트를 써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IT동아: 테사에 오기 전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이영신 큐레이터: 첫 직장은 항공사에서 지상사무직으로 일했어요. 처음 월급을 받고 그림을 샀죠. 그런데 나중에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어요. 당시엔 옥션이 2개 밖에 없는데 연에 2회 정도밖에 안 열렸거든요. 작품을 팔려고 하니 처음 샀던 금액의 4분의 1도 안되는 금액이 추정가로 나왔고, 수수료도 비쌌어요. 경매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개인한테 헐값으로 팔았어요. 그 작품의 작가는 추후에 유명 아트센터 전속 작가가 돼서 작품 가격이 크게 올랐죠. 미술품 거래는 인내심과 안목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그때 시장을 너무 모르고 작품을 구매해서 고생을 했다는 걸 깨닫고, 경매장에 계속 가면서 어떤 작품이 잘 팔리는지, 왜 내 작품을 경매에서 안 팔리는지를 공부도 하고 작품을 구매했어요. 서울 옥션 아카데미나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들었고요. 수박 겉핥기로 공부하는 거 같아서 대학원에 가서 예술 경영을 전공으로 공부를 했어요. 이렇게 공부를 해야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관심이 가니까 자연스럽게 이쪽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고, 첫 번째 시작한 일이 루이비통 전시 도슨트였어요. 그 뒤로 아트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작품을 판매하는데 그 일이 정말 재밌었어요. 학예사 업무도 배우고 싶어서 미술관에서 학예사로 일을 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테사에 오게 된 거예요. 테사에선 학예사, 도슨트, 그리고 판매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할 수 있으니 원하는 건 다할 수 있는 거죠.

IT동아: 작가와 작품을 해설하려면 관련된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거 같아요.


전시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도록의 종류, 출처=국립중앙박문관



이영신 큐레이터: 전시장에 가면 꼭 도록을 사요. 전시회 도록엔 작품 설명과 평론이 많이 실려 있어요. 권위 있는 사람들의 논평이니 도움이 많이 돼요. 전반적인 미술사도 훑는 글들이 있어서 유용하죠. 도록은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들을 자세하게 해설하는 안내서라고 보면 돼요.

IT동아: 도슨트를 할 때 작품에 대한 논평도 같이한다는 건가요?

이영신 큐레이터: 그건 평론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작품이 좋고 나쁘다는 평가를 하기보단 자랑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죠. 거기에 양념처럼 평론가들의 평을 전달해주는 일도 하는 거예요.

IT동아: 얘기를 들을수록 ‘큐레이터’라는 일에 애정이 크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일에는 만족하는 편인가요?

이영신 큐레이터: 정말 재밌죠.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이드가 하는 도슨트를 들은 적이 있어요. 가이드들이 다 쉬어버린 목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데 그게 멋있었어요. 일이 쉽지 않겠지만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죠. 제가 설명할 때 누군가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면서 그걸 듣는 모습이 짜릿하거든요.

IT동아: 기존에 미술 산업에 있었다면 테사라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낯설었을 거 같아요. 이곳에 오기 전에 망설임은 없었나요?

이영신 큐레이터: 저는 테사에 오기 전부터 테사에서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던 유저였어요. 그래서, IT기술이 접목됐어도 낯설지 않았어요. 테사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국내 작품은 4점밖에 없고, 해외 작품에 집중하고 있어요. 글로벌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해외로 저변을 넓히려고 하는 거예요. 저는 그만큼 강한 성장의 포텐셜이 있다고 봤어요.

또, 테사 이용자들은 천원으로도 작품의 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어요. 미술 콜렉팅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여준 거예요. 분할 소유권 하나만 갖고 있어도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끼게 되거든요. 대학생 커플이 와서 “이거 내가 갖고 있는 작품이야”라고 말할 정도로요. 이렇게 자부심을 느끼면 더 많은 작품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사거나 경매에 참여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미술 시장은 더 커질 수 있겠죠.

IT동아: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해결하고 싶은 고민이 있을까요?

이영신 큐레이터: 사람들이 현대미술을 이해하게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설명 없이 작품의 가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그 설명을 들어도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많죠. 작품의 가격이 이론적인 근거로 매겨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인 설명을 해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있어요. 사실, 이건 저의 욕심이죠. 모든 물건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거고 어떤 명확한 근거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설명을 듣는 사람들의 눈빛이 ‘이걸 이해하고 있다’는 기색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도슨트를 하면서도 설명을 들을 때 졸 것 같은 사람에게 ‘거기 안경 쓰신 분 주무시면 안 돼요’라고 하거든요. 사람들이 제 설명을 다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좋겠어요.

IT동아: 전시와 도슨트는 여전히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영역인 거 같아요. 큐레이터로서 미술 전시와 도슨트를 대중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을 거 같은데.

이영신 큐레이터: 그렇죠. 저는 그래서 도슨트의 내용이 쉬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게 설명하는 분도 있지만, 어려운 얘기를 어렵게 풀어내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요. 그러다 보니, 도슨트를 이해하려면 공부를 하고 와야 하는 문제가 생겨요. 제가 예전에 그랬거든요. 처음 도슨트를 들을 때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공부를 하고 갔어요.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마치 과제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미술을 모르는 작은 새에게 먹이를 떠먹여 준다는 생각으로 쉽게 설명하지 않으면, 대중들이 미술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할 거예요.

IT동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출처=셔터스톡



이영신 큐레이터: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열심히 해라’는 실용적인 조언이 아닌 거 같아요. 대신, 이 시장을 파악하려면 가장 좋은 경험은 그림을 사는 거라고 봐요. 단돈 몇 푼이라도 들여서 작품을 사기 시작하면 작가와 시장을 공부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운동을 하더라도 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진 않아요. 비싼 곳에서 하면 전문성도 보장되지만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미술도 비용을 들이면 이 돈을 알차게 쓰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될 거예요.

대신, 어떤 사조에 대해서 큰 숲을 먼저 보기보단 작은 나무, 작품을 하나씩 공략하는 걸 권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나씩 공략하더라도 굉장히 넓은 영역에 걸쳐서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자연스럽게 전체를 보는 시야도 갖게 될 수 있어요. 시작하기 어렵다면 테사를 통해서 분할 소유권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테사는 작품의 가치를 데이터를 근거로 설명해주니 쉽게 공부를 할 수 있거든요.

IT동아: 마지막으로, 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듣고 싶어요.

이영신 큐레이터: 갤러리처럼 전속 작가를 키우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도 작가를 컨택해서 기획을 할 때 정말 즐거워요. 테사도 여건만 된다면 국내나 해외 작가를 발굴해서 자체적으로 전시를 해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만들 수도 있겠죠. 테사에서 키운 작가의 분할 소유권을 판매하게 된다면 기분이 더 좋을 거 같아요.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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