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태 제발 다치지말라고 가슴졸이며 9화를 보는 중에

시민들 구출해주고 결국 죽도록 얻어맞은 순경 아저씨 보고

2006년일까 2007년일까? 15년 전쯤의 추억이 떠올랐다.

518 소재의 영화에서 꼭 등장하는 바로 그 곳, 구도청 분수대 알지?

5월 어느날에 그 분수대 근처에 볼일 있어 갔다가,

얼떨결에 시위대에 갇혀버려서 신기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음

평소에 차가 다니는 길목을 다 가로막은채 경찰들이 군데군데 서서 통제중이었음

저 멀리서 함성소리가 들리더니 현수막과 횃불을 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는데.

아니 이게 뭐람 말로만 듣던 횃불시위를 눈 앞에서 목격함.

실제로 보면 위협감이 장난이 아니야 정말 ㅋㅋㅋ

횃대가 생각보다 커서 (공사판 각목에 불 붙인것처럼생김)

손목 힘없는 사람은 아마 제대로 잡고있지도 못할것같이 생겼어

게다가 불길은 활활 하늘로 치솟는데

그 횃불 시위대가 무리를 지어서 내가 서있던 쪽으로 몰려오는거야 ㅋㅋㅋ

좀 무섭기도 하고 난 얼른 지하철 타러 가야하는데 길도 잃었고

겁먹은 상태로 얼른 여길 빠져나가야겠다면서 두리번거리는데

나만 겁먹었지, 주변 사람들은 다들 하하호호 즐거운 축제 분위기였음

뭐지 이 상황? 지금 무슨 촬영이라도 하나???

영화 촬영장 보조출연자 사이에 나 혼자 서있는 생경한 기분이었음.

횃불의 연기와 군중으로 인해서 건물 간판이나 표지판이 안보이는 상황이었음.

까치발로 두리번 두리번 하는 중인데.

모르는 사람이 내 손에 갑자기 촛대를 쓱 끼워 주는거야

종이컵에 구멍내서 촛대 끼워진 그것 알지? ㅋㅋ 촛불시위때 드는거.

??? : "학생 촛불 여기 있응게~ 필요하면 더 가져가"

아씨....... 얼떨결에 시위참가해버림 ;;;

"아뇨 괜찮아요" 하고 다시 돌려주려고 내밀었더니

이번엔 옆에서 가드 서던 경찰이 불을 붙여주는거야 ㅋㅋㅋㅋ

허공에 촛대 들이미는거 보고서 불좀 붙여달라는 줄 알았나봄

불을 어떻게 붙여줬냐고?

경찰도 손에 촛불 하나 들려있음 ㅋㅋㅋㅋㅋㅋㅋ

한손에 촛불 든채로 한손으로 불 들어오는 봉? 같은걸로 휘휘 저으면서

"한줄로 우측통행 하십시오~ 화재에 유의하십시오~~" 이러고있음 ㅋㅋㅋㅋ

그.렇.다....

광주는 경찰이 시위대를 저지하기는 커녕 같이 촛불 나눠드는 도시인거다

518민주화항쟁때 시민들이 서로 돕고 부녀자들은 주먹밥도 나눠줬다는데

2000년대 광주 역시 그랬다

당시 나는 교복차림에 (딱 진아 또래)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옆에 촛불 나눠줬던 아주머니가 "학생도 하나 먹어~"하더니

주섬주섬 가방에서 보리떡이랑 방울토마토같은걸 꺼내줬음 ㅋㅋㅋㅋ

거절을 못할것같은 분위기라 얼떨결에 나도 가방깔고 바닥에 앉아가지고

한손에는 촛농 안떨어지게 촛대 딱 부여잡고

한손으로는 방울토마토를 집어서 볼에 차곡차곡 저장중이었음

그 이후로는 정확히 뭘했는지 기억안난다

대충 횃불 시위대 노래하는거 구경하고

옆에 아줌마랑 잠깐 얘기했던거같다

그렇게 어색하게 앉아있다가 주춤주춤 일어나서 바로 집으로 갔다

지하철역은 결국 못찾은채

겨우 버스정류장 찾아서 집으로 갔다

버스 기사가 짜증날만도 한데

"오늘은 XX역은 정차 안합니다잉 길이 막히니까 급하신 분들은 다음역 내려서 지하철 타십쇼잉"

하면서 친절하게 알려줬다.

승객중에 어떤 아저씨가 "예~ 기사님 수고하십니다잉 안전운전 하십쇼잉" 하는데

뭔가 굉장히 드라마 장면같은 느낌 ㅋㅋ

너무 따스하고 다들 착해서 이상한 느낌

KBS 아침 드라마나 주말드라마 속 장면같은 느낌 ㅋㅋㅋ

창문밖으로 횃대 시위가 멀어지는걸 보면서

버스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쐬며

이어폰 귀에 꽂고 노래 들으며 집에 갔다.

그냥 왠지 신나고 기분이 좋았던 그날의 추억.

오청 갤에도 공유하고싶어서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