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컨텐츠', '수평컨텐츠'

라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동당한건지 알 수 없다.

RPG라는 장르에 당연히 존재할 것 같은 개념이지만,

로스트아크 외의 그 어떤 게임에서도 수직/수평컨텐츠라는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

당장 구글에 '수평컨텐츠', '수직컨텐츠'를 검색해봐도

한국어로는 로스트아크밖에 검색되지 않으며

영어로 검색해봐도 lost ark밖에 나오지 않고 (이마저도 한국에서 수출된 것)

사실은 자주 쓰이지도 않는 개발/코딩관련 개념으로 사용된 게시글들이 더 많다.

물론 게임에서 충분히 존재할 수 있고 유용할 수 있는 개념인 건 맞지만,

따로 떨어진 별개의 공간을 마치 확장의 개념인 것처럼

'수평'이라며 금강선이 포장하고 선동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배의 이름은 '테세우스의 배'다.

이 배를 2층, 3층으로 증축했을 때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인식은 '그렇다.' 이다.

이 배의 넓이를 넓게 증축한다면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인식은 '그렇다.' 이다.

이것이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직적 확장과 수평적 확장의 개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금강선은, PPT의 신화적인 인물 답게

새롭게 작은 배를 띄워놓고 이것 또한 '테세우스의 배' 라고 부르며 수평컨텐츠를 확장했다고 말했고

말 몇마디로 유저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전혀 다른 게임을 가져다가 로아 옆에 띄워놓아도 우리는 이것을 로스트아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레벨제한이 있으면 수직이고, 레벨 제한이 없으면 수평일 뿐인데 오히려 작성자가 말장난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수직과 수평의 개념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저 건물의 301호, 302호, 303호를 통틀어서 말할 때 우리는 '3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102호, 202호, 302호로 나뉘었을 때도

우리는 302호를 3층이라고 부른다.

302호는 수직적인 개념에서나, 수평적인 개념에서나 3층인 것이다.

게임 컨텐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가 여태 레벨을 올려 해금한 컨텐츠가 몇개인지,

앞으로 해금할 수 있는 컨텐츠가 몇개나 남아있는지 그 볼륨을 말하는 게 `수직`이고

내 레벨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얼마나 다양한지,

같은 군단장이어도 얼마나 많은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지 플레이의 폭을 말하는 게 `수평`이다.

여태껏 로스트아크가 제대로 플레이의 폭을 넓힌 것은

'어비스 던전', '어비스 레이드', '군단장 토벌' 컨텐츠를 추가했을 때 뿐이었고

저런 컨텐츠가 없었더라면 여전히 로스트아크는 가디언토벌이 컨텐츠의 80%를 차지,

나머지는 반응이 좋지 않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내놓는 핵앤슬래쉬와 PVP컨텐츠밖에 없었을 것이다.

금강선을 시작으로 로아가 자꾸 끼워파는 수평컨텐츠들은

아예 RPG라는 같은 배에 속해있지도 않다.

그냥 플래시게임 사이트 접속해서 무료로 디펜스게임 하는 게 훨씬 완성도 높고 재밌음.

이걸 어떻게든 팔아 낸 금강선은 최고의 세일즈맨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