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예 영화에서는 할 수 없던 플레이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이용자의 조작, 선택에 의해 게임의 스토리 전개와 결말 등이 바뀌는 장르다. 아직 많은 게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2010년 이후로 꾸준하게 출시되며 팬을 늘려가고 있다.
◇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의 시초는 1983년 세가의 '아스트론 벨트'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은 1983년, 레이저 디스크를 사용하여 개발된 세가의 '아스트론 벨트'가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우주선을 타고 적 함선을 격추시키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돈 블루스가 제작한 '드래곤스 레어'도 출시되면서 1980년대 초반에 풀 모션 비디오로 구성된 이 게임들은 게임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 왔다.
하지만 당시 레이저 디스크를 사용한 이 게임들은 매우 비쌌다. 또 게임 방식은 단조로웠다. 당시 이러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일반 게임에 비해 많은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도 세가의 '아스트론 벨트'나 어드밴스마이크로컴퓨터시스템이 개발한 '드래곤스 레어, 타이토가 개발한 '타임 걸' 같은 게임은 당시 8비트, 16컬러 수준의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의 미래를 보여준 게임으로 평가받았다.
드래곤스 레어 , 사진-스팀
아스트론 벨트 , 사진-segaretro
1980년대 후반 이후 인터랙티브 무비는 활발하게 개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디지털 픽쳐스에서 개발하고 세가가 유통한 1992년 작 메가 CD용 게임 '나이트 트랩'을 통해 잠시 주목을 받았다. '나이트 트랩'은10대 청소년이 등장하는 공포 게임이었다. 참고로 이 게임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모탈 컴뱃'과 함께 선정성과 폭력성이 문제가 되어 게임의 연령 등급제가 시작됐다. 또한 트릴로바이트에서 제작한 공포 어드벤처 게임 ''7번째 손님'이나 '11번째 시간' 등을 통해 인터랙티브 무비의 명맥을 유지했다.
◇ 2005년 퀀텀 드림 '파렌하트'로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 '부활'
이후 인터랙티브 무비는 한동안 잊혀지는 듯 했으나 PC와 콘솔 게임기의 그래픽 수준이 높아지면서 2010년경부터 다시 활발하게 제작됐다.
그 시작은 프랑스의 퀀틱드림으로 2005년에 출시한 '파렌하트(인디고 프로퍼시)'라는 게임을 통해서였다. 이 게임은 당시 플레이스테이션 2와 엑스박스, PC 등으로 출시됐다.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라 게임의 스토리가 달라지고 멀티 엔딩이 준비되는 등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의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분기점이나 엔딩은 많지 않았다. 이 게임은 100만장 가깝게 판매되는 성공을 거뒀고 퀀틱드림은 차기작을 준비하게 됐다.
헤비 레인 , 사진-스팀
퀀틱드림의 차기작은 플레이스테이션 3로 개발됐다. 차기작 '헤비레인'은 2010년 2월에 출시됐다. 플레이스테이션 3로 출시한 덕분에 그래픽의 표현은 크게 좋아졌다.
타이틀명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필라델피아에서 종이접기 연쇄살인마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게임은 성인층을 겨냥한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반전과 영화를 방불케 하는 놀라운 그래픽, 그리고 괜찮은 스토리로 450만장 이상을 판매했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성인층이 많아지면서 복잡한 시스템 보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간단한 조작의 이 게임에 관심을 준 것 같다. 이후 퀀틱드림은 아예 할리웃 영화배우 윌렘 데포와 엘리엇 페이지를 주인공으로 기용한 '비욘드 투 소울즈'를 2013년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게임 구성으로 인해 평가가 엇갈렸지만 그래도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으로 600만장 이상 판매 '붐'
이 게임 이후 퀀틱드림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2018년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놀라운 스토리와 세계관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현재까지 600만장 이상을 판매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사진-스팀
이렇게 퀀틱드림이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장르에 붐을 일으키자 다른 게임회사들도 인터랙티브 무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퀀틱드림과 함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사는 영국의 슈퍼패시브게임즈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웨일즈인터랙티브가 '더 벙커'나 '더 콤플렉스'를 탄생시켰고 아예 극장용으로 만든 실험작 '레이트 시프트'도 유명하다. 또한 텔테일게임즈의 '더 워킹 데드'도 인기 있었고 스퀘어에닉스는 실제 배우를 등장시킨 '백년의 봄날은 가고'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인터랙티브 무비는 상당히 많이 제작됐다.
◇ 슈퍼매시브게임즈, '언틸던' 이후 '쿼리'로 주목 받아
한편 슈퍼매시브게임즈는 2015년에 출시한 공포 인터랙티브 무비 '언틸던'이 괜찮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다크 픽쳐서 앤솔로지' 시리즈의 3개 작품인 '맨 오브 메단', '리틀 호프', '하우스 오브 애쉬'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10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쿼리'를 출시했다. 현재로서는 퀀틱드림과 함께 인터랙티브 무비를 가장 활발하게 제작하는 개발사다.
언틸던, 사진=공식 홈페이지
웨일즈인터랙티브의 '레이트시프트'는 영화와 게임으로 각각 개발됐다. 2016년에 탄생한 이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했는데 관객은 영화 도중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극장인 만큼 많은 관객이 있기 때문에 다수결의 선택에 따라 다음 스토리가 전개됐다. 이 영화의 선택기는 분기에 따라 2~3개 이상이 준비됐고 엔딩도 7종류 이상이 있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된 최초의 인터랙티브 무비였다.
레이트 시프트, 사진-웨일즈인터랙티브
◇ 넷플릭스가 만든 것이 '영화'가 아니라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
또한 넷플릭스도 인터랙티브 무비를 제작했다. 인기 시리즈인 '블랙미러'의 특별판으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그것이다. 영상이 나오는 도중 시청자는 다음 행동을 선택해야 하고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 결정된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 사진-넷플릭스
이처럼 인터랙티브 무비는 게임회사에 이어 영화사나 OTT 회사를 통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지만 엔씨소프트가 올해 '프로젝트 M'을 통해 인터랙티브 무비의 제작을 공개하기도 했다.
◇ '탈(탈)리니지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엔씨의 '프로젝트M'
엔씨소프트는 최근'프로젝트M'의 첫 트레일러(Trailer, 예고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작품은 엔씨가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 신작이다. '탈 리니지'를 예고하는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다. '프로젝트M' 트레일러는 엔씨가 개발 중인 실제 게임 콘텐츠로 제작했다. 영상을 통해 연인의 죽음과 한 남자의 복수를 그려낸 '프로젝트M'의 메인 스토리도 살펴볼 수 있다.
3D 스캔, 모션 캡처, VFX(Visual Effects, 시각특수효과) 등 엔씨(NC)가 보유한 자체 기술력을 통해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 등을 세밀하게 구현했다.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한 실사 수준의 고품질 그래픽과 연출력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M' 트레일러는 엔씨가 추구하는 오픈형 R&D 개발 문화 '엔씽(NCing)'의 첫 공개 행보다. 엔씨(NC) 최문영 PDMO(Principal Development Management Officer)는 "엔씽은 엔씨소프트가 만들고 있는 게임들의 개발 과정을 공개하고,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도 영상, 인터뷰, 소설, 웹툰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 과정을 적극 공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M , 사진-엔씨소프트
인터랙티브 무비는 스토리, 캐릭터, 세계관이 영화처럼 매력적이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분기가 존재하는 만큼 스토리나 대사의 분량도 일반 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방대하다. 이제 게임이나 OTT를 통해 감상하는 것을 지나 직접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랙티브 무비는 복잡한 게임 시스템이 아닌 간단한 조작과 선택지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게임에 문외한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퀀틱드림의 성공과 수많은 OTT 회사들의 탄생과 맞물려 인터랙티브 무비의 인기가 높아질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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