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게임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다. 빅브레이크게임즈가 개발한 '월드 오브 워 머신'이 글로벌 예약 100만 명 모집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스타트업 치고는 괜찮은 기록이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100만DL가 아니라 이미 300만 DL를 달성했다. RPG가 아닌 전략 장르라 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 회사의 대표가 '삼국지를 품다(삼품)' 개발자라고 하니 관심이 더해진다.
날 좋은 6월 초 어느 날,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에 위치한 빅브레이크게임즈를 찾았다. 게임을 설명하기 위해 박수용 대표와 권혁민 프로듀서가 함께 인터뷰에 참여했다.
빅브레이크게임즈 박수용 대표, 게임와이 촬영
◇ '삼국지를 품다(삼품)' 개발자가 만든 빅브레이크게임즈
사무실을 들어서니 개발 인력이 꽤 많다. 약 40명 정도다. 빅브레이크게임즈는 2020년 6월 21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인원이 됐다.
박수용 대표는 온라인게임 '코룸온라인' 개발자 출신이다. 이전 이력도 있지만 본격적인 게임과의 인연은 '코룸온라인'으로, 당시 패키지게임으로 3편까지 나왔던 유명 IP를 MMORPG로 개발, 서비스했다. 이후 MMORPG '삼국지를 품다'를 비록해서 '오션엠파이어', '캐리비안의 해적'과 같은 전쟁 게임을 만들었다.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것이 현 빅브레이크게임즈다. 엔도어즈와 조이시티 등의 인력들이 한데 모인 것이다. 그리고 2020년 9월 '월드오브 워 머신'을 선보였고, 지난 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론칭했다.
박 대표가 개발했다는 '삼국지를 품다'는 군주, 아틀란티카 등으로 유명한 엔도어즈가 개발한 웹게임으로 2012년 1월 12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PC에선 별다른 설치 과정 없이 모바일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했다.
박수용 대표에게 회사명인 '빅브레이크'의 의미를 물었더니, 예술가들은 모티브가 필요하거나 차기 작품 개발을 할 때 오랜 휴식 시간을 가지는데, 그것이 '빅브레이크(Big Break)'라고 한다. 그 어감이 좋아서 회사명을 '빅브레이크게임즈'라고 지었다. 결국 좋은 게임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빅브레이크게임즈 박수용 대표, 게임와이 촬영
박수용 대표는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게임 개발 이전에는 보드게임도 만들었지만 어느 새부터인가 그를 관통하는 단어는 '전쟁게임이' 되어 버렸다. 동석한 권혁민 프로듀서도 마찬가지다. 엔드림에서 '아틀란티카 온라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라그나로크2' 기획과 밸런스를 맡았다. 엔드림의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도 그의 작품이다.
'삼국지를 품다'와 '창세기전' 최신 버전을 만들었던 이들 개발진이 만든 전략게임은 어떤 맛일까?
◇ 병과마다 신발 끈 매는 방법이 다르다고? 역사 '고증'을 거친 게임
실제 플레이를 해보니 이 게임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스테이지 모드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도를 축소해보니 유럽 지도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여느 전쟁 게임이라면 월드 맵을 보면 사각형이 일반적인데, 유럽 지도가 나오니 더 흥미롭다.
아마도 글로벌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은 적중했다. 권혁민 피디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게임의 소재로 삼은 이유를 가장 최근 벌어진 전쟁이고, 북미유럽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도를 축소하면 유럽 지도가 나온다. 게임와이 촬영
그리고 고증을 위해 역사학자 등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서 고증과 개발 자문을 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병과마다 신발 끈을 매는 순서와 방법에 차이가 있단다. 이 내용이 게임 어디 나오느냐고 했더니 직접 살펴 보는 재미가 있다며 찾아보라고 한다. 권 피디가 스스로 역사 고증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유닛에 대한 디테일이다. 훈장을 다는 위치까지 일일이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거쳤다.
빅브레이크게임즈 권혁민 프로듀서, 게임와이 촬영
기존 전략MMO와의 차이는 거의 없다. 권 피디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플레이 방식에서는 차이가 없다. 대신 제2차 세계대전의 감성과 분위기를 주기 위해 실제 유럽의 지형과 도시를 배치해서 이를 점령해 나가는 재미를 살렸다.
게임의 목표는 옛 소련의 수도 베를린이다. 베를린을 점령해야 전쟁이 끝난다.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용자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실제 연도대로 전쟁이 진행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실제 연도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에픽 배틀'이다. 연도별로 구분된 스테이지를 여기서는 이렇게 부른다. 여기서 당시 전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좀 더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드는 수동 모드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좀 더 특별한 모드로 만들고 있단다.
◇ 글로벌이라 더욱 특별한 게임 '월드 오브 워 머신'
'월드 오브 워 머신'은 글로벌 게임이다. 글로벌 140여 개국에 출시했고, 국내보다는 글로벌에 더 포커싱되어 있다. 먼저 출시한 해외 지역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다른 나라보다 2차 세계대전 참전국의 지표가 더 좋다고 한다. 독일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이다. 반면 비참전국인 동남아나 다른 나라는 2배 이상 DAU가 낮다고.
특이했던 것은 열성적인 커뮤니티 활동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네이버 카페와 같은 특정 커뮤니티가 아닌 게임 내 커뮤니티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게임 내부에는 번역기가 있는데, 자동 번역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모 회사에서 엄청난 기술력이라고 자랑했던 바로 그 기술이다. 빅브레이크가 사용하는 기술은 구글과 MS의 기술을 사용해서 어렵지 않게 적용했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라 각 나라별 시차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권 피디는 우리나라와 시간대가 달라서 새벽 4시에도 이용자들의 채팅창을 지켜봐야 했다며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게임은 글로벌 원 빌드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아시아 지역과 이미 서비스가 진행중인 유럽지역과는 이미 2년 정도의 격차가 난다. 이 지역별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박 대표는 그 해결책을 서버군으로 제시했다. 신규 서버는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도록 한 것.
전쟁 관련 피규어로 가득한 빅브레이크게임즈 회의실, 게임와이 촬영
하지만 박 대표는 기존 서버에서도 오히려 한국 이용자들의 실력을 믿는 듯 했다. 한국 이용자의 실력이 워낙 출중하다보니 빠른 시간 안에 따라잡는 다는 것. 그래서인지 모객도 글로벌에 더 집중했다. 한국이 다수의 이용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2, 3, 4, 5위 연맹이 몰래 연합, 서로 공격을 하지 말자고 담합을 하면서 1위 연맹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했다. 백단 커뮤니티를 통해 약자들끼리 단결하여 강자에 대항하는 합종연횡(合縱連橫)의 재미가 게임 속에 있음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월드 오브 워 머신'이 글로벌 게임이라 지역별로 특징이 드러난다고 했다. 주로 동남아 이용자들이 강성 이용자들이고, 유럽 지역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는,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로벌 서비스 인사이트를 소개했다.
◇ 4X게임, 최종 목적이 뭘까?
이 게임의 최종 목적이 뭘까? 이것은 MMO 전쟁 시뮬레이션, 즉 4x게임을 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일 수 있다. 그 끝은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쟁은 땅따먹기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 땅을 다 따먹으면 게임이 끝날 것이 아닌가. 이 게임의 엔드 콘텐츠가 궁금해진다.
4X게임이란 국내에서는 전략MMO 등으로 불리고 있는 전략 장르의 게임을 말한다. 해외에서 주로 칭하는 4X (Explore-탐색, Expand-확장, Exploit-개발및 착취, Exterminate-말살)는 턴 기반 및 실시간 전략 장르를 포함하는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는 제국을 건설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경제 및 기술 발전과 패권을 향한 다양한 군사 및 비군사 경로에 중점을 둔 게임을 이른다.
4X게임 '월드 오브 워 머신'의 1차적인 엔드 콘텐츠는 '베를린 점령'이었다. 세계대전이라 기본적으로 서버 내에서 도시를 점령해 나가면서 최종적으로 베를린을 점령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 이후에는 서버를 모아서 도시쟁탈전도 벌인다. 그렇게 시즌제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것이 권 피디의 설명이다.
박수용 대표는 소도시들을 점령하면서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로 길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말이 쉽지 사실 이것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박 대표는 "이 게임은 연합으로 시작해서 연합으로 끝난다."며 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삼국지를 품다(삼품)과 비교하면 전략은 같지만 이용자층이 다를 것 같다는 질문에 삼품은 연맹 비중이 '워머신'의 1/10도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삼품'은 RPG라 솔플도 가능하지만 '워머신'은 개인플레이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로, 개인플레이보다는 연맹 위주의 게임임을 재차 강조했다.
전략성이 강했던
◇ 4X게임의 선두 주자가 되고 싶은 빅브레이크게임즈
4X 게임 장르를 만들다 뭉친 개발진인 만큼 이 회사가 바라보는 방향도 4X게임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이들의 목표고, 회사의 목표다.
워낙 시장에 하지 않은 장르의 게임이다 보니 개발비가 궁금했다. 아마 가장 많은 개발비가 들어가는 MMORPG의 1/4 정도가 아닐까 예상했는데 얼추 맞는 모양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4X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면서 RPG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회사의 개발 인력인 40명 정도가 적당한 개발 인력 수라고 했다.
이 회사의 게임을 해보면서 특이했던 것이 기존 4X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색다른 뭔가를 조금씩 넣고 있다는 것이다. 초반 지휘관이 임명을 받아 기차 플랫폼에 내려서 환영식을 가지는 것도 인상적이고, 중간 중간 미니게임이 들어가 있는 것도 흥미롭다.
미니게임을 더 넣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권 피디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겸손해 한다. 그러면서 이를 채워줄 많은 부분이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미니게임을 하면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고, 에픽 배틀(스테이지 모드)을 리얼한 전투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전투 중 조작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게임 자체가 컨트롤 보다는 매니지먼트(작전) 요소가 더 강하기 때문이고, 이를 지키고 싶다고.
어쩌면 100만 예약에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도 모험보다는 안정성을 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지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박 대표는 RPG가 아닌 전략게임이라 100만 예약은 큰 의미가 있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또 해외 서비스 기간 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기가 겹쳤다. 게임 내용이 전쟁게임이라 무섭고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했다. 마케팅 소재를 제작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고. 어쨌건 회사가 가공한 것이 아니고 역사적인 사실이었기에 별 다른 이슈는 생기지 않았다.
현재 이 게임의 순위는 구글 매출 전략게임 부문 40위로, 회사가 바라는 목표는 전체 매출 20위다. 톱클래스 MMORPG가 아니라면 금세 거품이 빠져버리는 상황에서 이런 MMO전략, 4X게임은 수명이 아주 긴 편이다. 그래서 목표한 매출 20위는 더욱 의미가 있다.
빅브레이크게임즈 박수용 대표, 권혁민 피디, 게임와이 촬영
회사는 이 게임의 차기작과 함께 P2E게임도 준비 중이다. NFT와 P2E게임을 접목해서 내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아직 성과가 있는 게임이 없고, 어수선한 상황이라 시장 분위기를 보고 있다"면서도 "빠르면 연내 출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이 회사는 메이저 블록체인 운영 게임사와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바쁜 일정 때문에 취소가 됐다.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보다는 현재의 게임 일정이 더 급했던 탓이다.
박 대표가 보는 빅브레이크게임즈의 방향은 '4X게임의 선두주자', '밀리터리 게임 전문' 두 가지다. 다른 곳을 보지 않고 한 우물만 파겠다는 의지다. 인원은 늘었지만 지금까지 함께 했던 개발진들이기에 호흡도 잘 맞다.
혁신 보다는 안정성을 택했고, 수 십년의 4X게임 개발 노하우를 가진 빅브레이크게임즈. 국내 최초 온라인 및 모바일 연동 MMORPG를 만들었던 그때처럼 얼마나 혁신적인 4X게임을 보여줄지, 이제는 더 넓어진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박수용 대표] - 월드오브워머신: 프로그램 / 빅브레이크 게임즈 대표이사 - 캐리비안의 해적: 전쟁의 물결 (엔드림): 프로그램 팀장 - 오션 앤 엠파이어 (엔드림) : 프로그램 담당 - 광개토태왕 모바일 (엔도어즈) : 프로그램 팀장 - 삼국지를 품다 (엔도어즈) : 개발 실장 - 코룸 PC온라인(코룸넷) : 프로그램 팀장 및 대표 겸임
[권혁민 PD] - 월드오브워머신: 밸런스 / 빅브레이크게임즈 개발PD - 캐리비안의 해적: 전쟁의 물결 (엔드림): 밸런스 선임 -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 (엔드림) : 밸런스 선임 - 테라노아 (애니플레이) : 개발이사 - 라그나로크2: 레전드 오브 더 세컨드 (그라비티) : 밸런스 기획 - 아틀란티카 (엔도어즈) : 밸런스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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