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앨범 낸 \'진화하는 보컬\' ::) 휘성(22)은 진화하고 있었다. 인간과 원숭이의 공동 조상이었던 라마피테쿠스가 수백만년의 세월을 거쳐 현대인의 모습을 갖춘 호모 사피엔스로 나아갔듯이 그는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을 체득하며 가수로서의 생명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최근 발표한 3집 앨범 ‘포 더 모먼트(For The Moment)’ 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의 핵심을 진작 간파했던 한 영 장류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휘성은 자신의 목소리와 새 앨범에 대해 결코 만족하는 눈치가 아니다. 벌써 또다른 진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앨범 을 내놓자마자 잦은 공연 일정으로 바쁜 그를 지난 23일 일본 도 쿄 시부야의 후미진 곳에서 만났다. “굳이 이번 앨범이 전작들과 달라진 점을 고른다면 ‘쓸데없는 힘이 빠졌다는 것’이죠. 1, 2집에서는 화려한 것을 추구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불필요한 것들을 빼고 절제하며 노래했어요. 다 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앨범 발매를 앞두고 한꺼번에 많은 사건,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시간이 없었다는 거죠. 노래 난이도는 ? 薦볕?그걸 견딜 시간이 부족했어요.” 가수에게 있어 음색이란 다른 모든 단점들을 가려주는, 매우 중 요한 요소가 된다. 가령 국내에서 노래 잘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 러운 임재범이 어쩌다 ‘뽕끼’ 가득한, 구닥다리 노래를 부른다 고 해도 그의 음색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용서된다. 휘성도 마찬가지여서 끔찍할 정도로 촌스러운 곡도 그가 부르면 뭔가 다르다. 한 사람의 목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나온다.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강렬하면서도 연약하다. 그래서 질리지 않 는다. 전혀 새로운 곡을 접했을 때 흐름을 잘 짚어낸다고 해서 이 바닥 전문가들은 그를 ‘센스있는 보컬리스트’라고 평한다. 임재범이 휘성을 가리켜 “후배 가수들중 가장 낫다”고 말한 것 도 이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휘성은 투덜댄다. 단지 겸손의 차 원이 아니라 야망의 차원에서다. 진화를 꿈꾸는 자의 불평. “솔직히 저의 장점을 못 느끼겠어요. 워낙 겁이 많고 소심한 성 격이라 그런지 제 노래들을 듣다 보면 불안해져요. 수시로 목소 리가 변하거든요. 지금까지 제 앨범을 보면 보컬이 통일돼 있지 않아요. 물론 곡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게 당연하다고들 하시지 만 그건 제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거든요. 사람들이 길가 다 제 노래를 들어도 ‘이거 휘성 노래 맞아?’라고 말씀하세요. 뭐, 할 수 없죠. 이제 저의 수십가지 목소리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를 찾아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겠죠.” 목소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심은 거의 자학 수준에 가깝다. 주변 에서 백 사람이 칭찬을 해도 한 사람이 비판을 하면 잠 못 이루 는 성격이다. 일본 시장 진출만 해도 그렇다. 일본에서 난다 긴 다 하는 가수들보다 잘한다는 확신이 서야 가겠단다. 그에게도 일본 팬들이 제법 많다. 21일 밤 도쿄 록폰기에서 가졌던 작은 무대 에서 일본 팬들은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자지러졌다. 그럼에도 아직은 아니란다. 새 앨범 타이틀곡 ‘불치병’은 힘든 사랑을 하는 이들을 위한 애통한 소나타. 또다른 발라드인 ‘하나가 더해진 생일’은 생애 가장 우울한 날에 들어라. 수시로 방향과 세기가 변하는 바람처 럼 휘성의 보컬이 변덕스러운 노래 ‘세븐데이즈(7days)’는 어 떤 날 들어도 상관없다. 에로틱한 느낌의 힙합 ‘쉬즈 뷰티풀(Sh e’s Beautiful)’은 슬럼가의 황폐한 무희를 연상케 한다. 교통 사고로 요절한 그룹 ‘원티드’의 서재호를 추모하며 부른 ‘디 어 마이 프렌드(Dear My Friend)’는 그냥 그렇게 슬프다. “욕심이 많아서요. 이제 이번 앨범 활동을 끝내면 당분간 쉬려 고 합니다. 전국 투어 콘서트는 안하기로 했어요. 쉬면서 공부해 야죠. 뭐가 됐든 제 스타일을 찾아야 하거든요.” 휘성은 오늘도 우성인자만을 골라 진화하는 방법에만 골몰하고 있다. 도쿄〓이승형기자 lsh@munhwa.com ------------------------------------------------------------------------------------------ 다이아몬드~♬   근데...다이아몬드는 죽은 아몬드냐?  그거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