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국방부와 현대차가 국군 내 수소전기차 도입 및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우선은 바로 도입할 수 있는 수준의 차량 및 인프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도입되는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자운대(국군 통합 교육시설) 인근 민·군 겸용 수소충전소 설치
▶ 수소전기차 10대 구입 후 시범 운영
▶ 수소연료전지 발전 설비 적용
▶ 수소드론 군사 도입 검토
이미 청와대와 여러 관공서에서 수소 인프라 및 수소전기차 도입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영국 관공서에서도 우리나라 수소전기차를 도입한 만큼 기술적 안정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즉, 이번 국방부의 수소전기차 도입은 예견된 결과였다.
다만, 위의 항목을 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군용 차량을 당장 수소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수소전기차 10대 구입도 버스 등 일반 차량을 그대로 도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번 협약을 통해 '군사 작전용' 수소전기차 도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와 달리 화재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고 기술적으로도 검증을 마친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군용 수소전기차의 실제 도입 가능 여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군용 수소전기차는 결국 파워트레인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이식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리고 연료 보급 역시 해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현시점에서 보면 둘 다 해결 가능하다. 물론, 비용을 생각하면 내연기관차를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어찌 됐든 작전 투입은 가능한 수준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레토나나, 두돈반 같은 군용차량은 플랫폼 일부만 변경하면 충분히 도입 가능하다. 전면부에는 수소연료전지스택을 장착하고 가운데 혹은 뒤쪽에 수소저장탱크를 설치하면 일단은 굴러가게 만들 수 있다.
성능의 경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현대차 수소차 기술력을 고려하면 이미 200 ps - 40 kgf·m 이상 출력을 확보했으며 이는 2.2L 디젤과 근접한 성능이다. 또, 3.0L V6 모하비 엔진을 디튠한 소형전술차량(한국형 험비)의 경우 225 ps - 50 kgf·m으로, 위의 성능보다 높지만 해결 가능한 수준이다.
한편 중량에 따른 출력 저하문제가 지목될 수 있다. 넥쏘만 하더라도 1.8톤이며 소형전술차량은 5.7~7톤 수준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변속기가 있어 변속을 통해 출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엑슬 일체형 모터
반면 수소전기차는 감속기(기어비가 1개인 단일 변속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리하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군용 차량은 특성상 고속 주행을 할 일이 많지 않다. 그리고 요즘은 하중을 견디는 동시에 동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액슬 일체형 모터'가 상용차를 중심으로 도입 중이다.
액슬(Axle)이란, 바퀴를 통해 차량의 무게를 지지하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다. 이것이 모터와 일체화된 장치를 '액슬 일체형 모터'라 부른다. 이 장치는 바퀴마다 장착 가능해, 공간 확보와 바퀴 당 걸리는 부하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동력 장치, 제동 장치, 서스펜션 등을 바퀴마다 몰아넣은 '인 휠 모터(In-Wheel)'와 비슷한 형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차 일렉시티에 적용되었는데, 163 ps- 50.7 kgf·m 모터 두 개가 장착되어 충분한 출력을 발휘한다.
그밖에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의 수소전기차 모델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만큼, 기술적 성숙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성능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된다. 이미 승용과 상용을 넘나들 만큼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군용 수소전기차를 도입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이슈는 '연료 보급'이다. 군용차는 100% 내연기관차였기 때문에 보급수송대대를 거쳐 지원받거나 급하면 가까운 주유소에서 해결할 만큼 간편하다. 만약 전쟁 중이라면 유류탱크를 얹은 대형 트럭들이 부대까지 왔다 갔다 할 것이다.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좀 다르다. 충전 방식이 일반 주유와 비슷하지만, 액체 상태가 아닌 기체이기 때문에 한 번에 충전 가능한 대수가 한정적이다. 그리고 트럭 당 수송 가능한 부피가 적고 옮기기도 까다롭다.
고정형 충전소의 경우 그나마 저장 탱크 용량을 늘리고 고압 설비를 늘려 충전 가능 대수를 늘리면 되지만 전시에는 사실상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트레일러 형태의 이동식 충전소를 이용해야 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한 번에 많은 차량에 보급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지금의 기술로는 한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전선이 아닌 후방 작전용이라면 특별히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 내용은 군용 차량 전체를 수소전기차로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해결책은 정해져 있다.
액화수소
수소 연료를 기름처럼 탱크에 실어 대용량으로 들고 다닐 수 있고, 이를 차량에 주입해 활용할 수 있다면 군용차량 시장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액화수소는 수소 기체와 부피 차이가 800배에 달한다. 탱크로리에 저장할 경우 수소 기체는 0.25톤이 한계이지만 액화수소는 3.5톤이나 채울 수 있다. 적절한 예시를 들면, 1kg의 수소 연료를 담기 위해 수소 기체는 커다란 캐리어 가방이 필요하다면, 액화수소는 작은 가방 크기 면 충분하다.
넥쏘를 기준으로 6.33kg만큼 수소 기체를 집어넣기 위해 작은 저장탱크 3개가 필요했다면, 액화수소를 사용할 경우 이보다 훨씬 작은 탱크 하나만 있으면 된다.
즉, 기존의 수소연료탱크와 동일한 부피에 액화수소를 채우게 된다면 엄청나게 긴 주행거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수 백 km를 훌 쩍 뛰어넘는 수 천 km 주행 가능 거리를 기록할지도 모른다.
특히 액화수소는 고압을 견디는 저장탱크가 필요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탱크에 주입하는 즉시 기화되어 연료전지 스택으로 바로 공급 가능하다. 게다가 연료 충전을 위해 고압으로 수소를 눌러 담을 장비가 필요 없어 수소충전소 부지가 더 간편해지며 이동이 편리해 군사용으로 제격이다.
정리하면 수소 기체에서 액화수소로 바꾸면 차량 실내공간 확보, 충전시간 절감, 주행 가능 거리 증가, 보급 문제 해결 등 한 번에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wikiwand
그러나 오늘날 폭넓게 활용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액화수소를 만들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다. 액화수소는 수소 기체를 영하 253도로 온도를 낮춰야 생성된다. 그동안 나로호 우주발사체나 K-STAR 핵융합로 등 경제성과 동떨어진 곳에 활용되었기 때문에 별 이야기가 없었지만, 본문의 내용처럼 군용 이상으로 사용하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할뿐더러 어느 정도 비용을 낮춰야 한다.
전시상황이라면 비용 생각은 내려놓겠지만 평시에는 아무래도 기술적 문제와 비용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효성과 다국적 기업 린데가 손을 잡고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는 등 충전 인프라뿐만 아니라 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용 수소전기차를 도입하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미 육군 연구개발 및 공병 사령부에서 발간한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군사적 응용' 보고서를 살펴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역시 본격적으로 군용 수소전기차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장점으로 전기차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소음이 없으며 동력계에서 발생하는 온도가 낮아 은밀 기동이 가능하다.
ⓒ GM / 쉐보레 콜로라도 ZH2
미 육군은 험비와 군용 수소전기차(Colorado ZH2)를 비교한 적이 있다. 이 실험으로 군용 수소전기차가 일반 군용차 보다 75~90% 조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16km/h 이하로 저속 주행할 경우 100m 거리까지 접근해도 적군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야간 적외선 탐지 시 군용 수소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열이 적어 특정 부위에 열 차단 막을 씌울 경우 거의 탐지되지 않았다.
즉, 군용 스텔스 차량으로 제격이라는 의미다.
동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위와 같은 장점을 활용하여 보다 정밀한 공대지/지대지 포격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토르'라 불리는 미 육군 수소연료 보급 시스템
이와 함께 수소 연료 보급은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저장탱크를 항공 투하하거나 트레일러에 실어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이 제시되었고, 전력 공급은 소음이 없고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를 수소연료와 같은 방식으로 공수해 지원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밖에 군 전체가 군용 수소전기차를 사용할 경우 차량 당 필요한 연료 보급량을 계산했는데,
▶ 7톤 이하 JLTV(험비 다음 모델) 25 kg
▶ 14톤 이하 트럭 35 kg
▶ 오프로드 대형 트럭 80 kg
▶ 에이브람스 탱크(M1A2 SEPV3) 250 kg
의 수소연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미국은 미래 전장에서 수소연료가 사용될 것을 고려하여 체계부터 철저히 다져가나는 중이다. 따라서 무기체계가 비슷하며 수소경제 구축에 혈안이 된 우리나라 역시 이와 비슷한 길을 걸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 전장은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군용차 도입의 필요성이 세계 곳곳에서 연구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2030년 경에는 실제로 수소전기차 기반 군용차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먼 훗날 입대하는 장병들은 미끄러지듯 조용히 굴러가는 두돈반을 타고 이동할 날이 올 것이다.
레토나·두돈반 등 군용차가 수소차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이유
글 / 다키 포스트
콘텐츠 관련 문의 : dk_contact@fastla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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