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가 구류에서 풀려나자마자 내뱉은
첫 문장

지혁 선배는..어떻게 됐습니까

웬만한 사람도 몇 시간이면 현실감 사라진다는
그 취조실 공간 속 지혁을 마주하고서 하는 제이의 말,

저는 선배 믿어요

제이는 그 공간 속의 지혁이
참 마음 아팠을 거야
(평가에도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되어 있었으니까)

영혼을 잃은 듯한 눈동자로 지혁은
그런 제이에게 일깨워 주듯 보충설명을 해 줘

자신은 복수를 위해서 기억을 지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는 그런 인간이라고

하지만 제이는 끄덕도 안하지

지혁의 얘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조용히 설득해
선배 잘못이 아니라며..

자신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데 왜 이렇게 믿어주는 거냐고 지혁은 묻지

지혁의 입장에선 이런 의문은 당연한 거..

사선을 넘어 1년 만에 돌아왔지만
따뜻한 환대는커녕
원의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
(요원 명단 유출자로 의심)을 견뎌야 했고
자신을 장기말로 이용하려고만 드는
윗 사람들에게 지혁은 익숙해 있어

모르긴 몰라도 지혁은 살면서 널 믿는다는
진심이 실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을 거야
그런 말을 들려줄 부모님은
아주 어릴 적에 상실했으니까


우리..동료잖아요

지혁의 물음에 대한  제이의 답

그 순간 난 지혁이 구원됐다고 생각해ㅠㅠ
(극 초반에 강국장에게
지옥에서 만나게 될 거다라고도 했지 )

자신이 동료를 죽인 살인자에
아버지까지 죽인 괴물이라는
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나머지
지혁은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려

수연이가 지혁이에게 동료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목표만 중요할 뿐이라며 비난헀었지
평가에도 그렇게 나왔고

난 이렇게 생각해
지혁이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서툰 게 아니라
부러 피해왔던 거라고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거라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비록 어린 시절의 비극은 겉보기엔 봉인되어 있었지만 심연 저 밑바닥엔 아마도
그 비극이 자신 탓이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각인돼 있어서
그 무의식이 사람과의 관계망 속에
발을 아예 들여다 놓지 않으려 만든 거 아닐까 싶어

혹 다른 사람도 아버지처럼 의도치 않게 해하게 될까봐(알고 보니 어린 지혁 탓이 아니지만)

그래서 믿는다는 제이의 말에,
그 누구도 들려주지 않았던
동료(여러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라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반응하며 천천히 흘러내리는
지혁의 한줄기 눈물은 의미가 있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