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도 선위쇼의 감정선이 아주 글러먹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동일한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연출했던 당위가 아주 없지만은 않다.

태종이 왕세자한테 양위했다는 얘기는, 세자로 책봉한지 고작 2달 후라는 얘기인데

그 2달 전까지는 기대를 한껏 걸고 있던 양녕이 세자였을 것이고, 양녕의 온갖 비행에 속이 시꺼멓게 탈 대로 타서

결국 세자 교체라는 극약처방까지 한 직후란 말이지.

그런데 과연 태종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리야 세종이 존나 개쩌는 왕재라는 걸 넘나 잘 알지만

과연 저 당시의 태종에게 확신이 있었을까?

세자 자리 뺏긴 양녕이 아닌 말로 제 동복 형 방간처럼 아우 상대로, 

또 자기처럼 제 아비 상대로 칼부림을 벌일 거라는 우려가 과연 전혀 없었을까?

당장 자기만 해도 조사의의 난이라는 빅-레이드를 뛰고 아버지를 뒷방 늙은이로 몰아내버렸다는 걸 생각하면

과연 새 왕세자가 잘 할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요소는 차고 넘치는데 자기는 늙어가지, 자기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감정적으로 몰리는 것도 일단 전혀 개연성이 없기만 한 건 아니다.

근데 이게 만약 맞다면

각본에서 그걸 드러냈어야 하는 거 아니냐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