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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흙수저라서 좆같았던 기억 하나.txt

조자룡죽창쓰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31 05:38:21
조회 3123 추천 49 댓글 7

중학교 3학년 때였다.


흙수저 신분에 걸맞게 매분기 마다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받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잭슨'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뭐 딱히 기분 나쁜 별명은 아니고 그냥 내 이름과 좀 비슷해서 그렇게 불렸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반에 어떤 놈이 전학을 왔다.


덩치는 작은데 유난히 까불거리며 깐죽거리는 녀석이었다.


하루는 이녀석이 내 별명을 부르며 장난을 치더라.


"짹슨~"


"짹슨~"


이러면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주제에 내 별명에 악센트까지 넣어가며 존나게 깐죽거리더라고.



처음엔 받아주다가 계속 그러니까 짜증이 났다.


남자들은 공감하겠지만 단순히 장난을 치는것과


만만해보여서 혹은 간보기 위해서 시비거는 것의 차이는 다들 잘 알꺼야.


이것은 분명 나를 만만하게 보고 걸어온 시비였다.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안되겠다 싶어 녀석의 멱살을 잡고 교실 한쪽으로 끌고가 그대로 선빵을 날렸다.


그런데 난 제법 덩치가 큰편이고 상대적으로 이녀석이 워낙 왜소하다 보니


그대로 날라가 면상을 벽에 쳐박더라.


어디 다친건 아닐까 살짝 겁이 나긴했지만 존나 쿨하게


"깝치지 마라"


한마디 남기고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지.



근데 마침 조회시간이 되서 담임년이 나타났고 질질짜고 있는 그녀석의 얼굴을 보더니


"XX야 너 얼굴이 왜 그러니??"


하면서 존나 놀라더라.


그말 듣고 괜히 쫄려서 보니깐 녀석의 눈두덩이에 애기 주먹만한 혹과 함께 시커먼 멍이 들어있더라고.


누가 한짓이냐며 담임이 추궁하자 앞에나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지.


그리고 복도로 끌려가 존나게 맞았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분명 그놈이 먼저 시비를 걸어 싸움으로 번진건데 그래도 이해했다.


일단 다친건 그쪽이니.


그래..


그냥 그렇게 존나 두들겨 맞고 욕이나 몇마디 쳐먹고 끝났으면 그때 일은 오래전에 잊혀졌겠지.



그런데 나에게 한참 매질을 가하다 숨을 고르며 내뱉은 담임년의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너희집 돈 있니?? 치료비 대고 하려면 그거 만만치 않을텐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조롱과 멸시가 뒤섞인 그년의 눈빛과 목소리.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그년의 비웃음..



아무튼 다행히 나한테 맞은놈은 다음날 안대를 차고 나타나 조용히 있었던 걸로 보아


집에다가는 대충 둘러댄 모양이더라. 지도 쪽팔린줄은 알았던게지.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날 담임년에게 받은 치욕과 상처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근데 참 희안한게 그때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뭐였냐면


담임년에 대한 분노보다는 가난으로 인한 치욕을 겪게 만든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더 컸던 것 같다.


사건이 있기 훨씬 전인 학기 초에


학비지원 신청서를 들고 교무실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적이 있었거든.


그때 내가 본 아버지의 뒷모습과


내게 매질을 가하고 비아냥거리던 담임년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한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방황 할뻔 한적도 있었지만 크게 엇나가지는 않았다.


밑에 내가 쓴 글에서도 밝혔지만


그놈의 '가난의 프레임' 이 내 생각과 행동에 제동을 걸어왔기에.


모래위에 쌓은 성처럼 늘 불안한 우리집이


나까지 어긋나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까봐 두려웠기에.



아무튼 그 사건이 있은 뒤로 나는 굉장히 소심해졌다.


물론 그 전에도 내 스스로가 만든 '가난의 프레임' 에 갖혀 어두운 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밖에서는 비교적 활달하고 기죽지 않으려 애썼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누군가 시비를 걸어와도 맞서지 못하고 쭈구리마냥 피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솟구치는 분노가 튀어올라 견디기 힘들때면


그때 담임년의 조소를 떠올리며 눈물을 삼키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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