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감금시설의 맨 끝방

ㅇㅇ(117.52) 2021.10.12 21:21:02
조회 219 추천 0 댓글 0


https://www.youtube.com/watch?v=fr-eHz87XoM


울려오는 알람소리에 기계적으로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CCTV 화면을 바라보았다.

각각의 화면은 교도소처럼 단단한 쇠문이 주욱 늘어선 복도와

차디찬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각 방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있었다.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사람.

어느새 일어나 CCTV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사람.

정신이 나간 듯 밤새 벽에 머리를 찧어 대는 사람.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

몇 개의 화면을 골고루 살펴보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몸을 떨며 일어나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얼굴을 대강 씻어내어 정신을 차렸다.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머리도 엉망이었지만 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니 그냥 저냥 지내자 생각하고는 식사 배급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식사가 들어오는 건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

억센 인상의 아줌마 한분이 한마디 말도 없이 외부로 통하는 커다란 철문에 난 작은 구멍을 열고 플라스틱용기를 넣어준다.

창문도 없는 이곳에선 그 철문이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내가 들어온 직후에 단단히 잠겨 절대 열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몇 달간은 이 감옥 같은곳에서 적적하게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여 플라스틱 용기에서 음식을 꺼내어 나눠 담으며 처음 이곳에 온 그때를 떠올렸다.

어딘가에서 우연히 본 의심스런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곳.

돈을 많이 준다는 문구에 홀려 찾아간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이, 일하러 왔어?”

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인상 험악한 아저씨가 날 어느 지하 사무실로 안내했다.

“먹고 자고 하면서 3개월.

밖에는 못나가고. 할 일은 끼니때 사람들 밥 챙겨주는거랑 청소, 잡일.

그리고 사람들 감시하는 것 까지.

일이 쉬운 대신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건 안되고 여기서 보고 들은건 죽을때까지 비밀로 해야지.

헛짓거리 안하고 일 끝내면 1,500만원 현금으로 줄거고

일처리 맘에 들면 기분에 따라 보너스. 무슨 얘긴지 알겠지?

문제 생겼을 때만 비상전화로 나한테 연락주고.“

사장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는 듯 무심하게 던진 말로 유추해보면

영화 같은데 나오는 불법 감금 시설인 듯 했다.

이곳에 갇힌 사람들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갇혀 있다고 한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은 원한 때문에 누군가를 가두거나

어느 조직에서 문제 될 만한 사람을 잡아둘 때 사용하는 듯 했다.

너무도 위험한 일이었지만 돈얘길 듣는 순간 바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렇게 이곳에 들어와 일을 한지 삼주째.

들은대로 일은 그리 힘들게 없었다.

청소와 잡일이라 봐야 별거 아니었고 감시랍시고 멍하니 티비나 보며 간간히 CCTV를 쳐다보는게 고작이었다.

제일 큰 일은 하루 세 번, 용기에 담긴 음식들을 잘 배분해서 방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

티비에서 보던 교도소 배급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리 간단치는 않았다.

문에 난 배식구를 열기만 해도 날 죽이겠다며 팔을 뻗어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처음 며칠간은 식판이 엎어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후에 배식구 밖으로 손이 나올 때 마다 있는 힘껏 밟아주자 더 이상 그런일은 없었다.

다만 문 안에서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욕설을 어쩔수 없이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에 복도 맨 끝방을 바라보았다.

저곳은 내가 올때부터 비어있는 곳이었다.

물론 안에 들어가 볼 수 없게끔 잘 잠겨있었지만

사장의 말에 따르면 내가 오기전 저 방에 갇혀 있던 사람이 죽은 모양이었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씩 있지. 아주 독한 놈들.

왜인지는 모르지만 죽으려고 염병을 하길래 입을 천으로 막아버리고 꽁꽁 묶어뒀는데 그 천을 씨ㅂ어 삼켰어.

그대로 질식해 죽었지.

지금 있는 놈들은 그럴리 없지만 혹시라도 뭔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사장은 아무 감정 없이 말했지만 난 그방을 볼때마나 뒷덜미가 저릴 정도로 오싹했다.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여전히 욕설을 내뱉은 사람의 방문을 힘껏 걷어차 준 뒤

내 몫의 식사를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다.


‘쿵쿵쿵쿵’

벽에 기대어 졸고 있던 나는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

멀쩡하다가도 밤만 되면 발광을 해대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이번에도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내보내 달라고 난리는 치는 모양이었다.

벌써 몇 번씩이나 있던 일이었기에 짜증을 내며 CCTV를 바라보았다.

각 방은 밤에도 작은 등 정도는 켜져 있었기에 안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방 사람들은 별일 없이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하던 그 순간, 다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쿵’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리의 근원지가 어딘지 알게 되었다.

멀리 보이는 복도 맨 끝방.

소리는 분명 그곳에서 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공포가 나를 덮쳐왔다.

이성은 저곳이 빈방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더 공포스러웠다.

문은 흔들리는게 눈에 보일 정도로 안에서 힘껏 두들겨 대고 있었다.

그 방의 CCTV는 꺼져있었기에 안을 확인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배식구를 열고 안을 들여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난 계속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한채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갇혀 있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되버린 것일까?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내가 두려움에 떨며 잠이 들때까지 계속 되었다.


tv다시보기 바로가기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6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7584 일반 아직도 인기가 있는 모양이네 [4] 프로톨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4 456 3
7572 일반 도정하면 9999가 안되는데 ㅇㅇ(121.134) 21.11.20 303 0
7571 일반 천반궁 300층 캣파이트 도레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0 288 5
7565 일반 더러운 서양 앞잡이년 [1] 도레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17 431 0
7558 일반 귀여운 사쿠나히메 피규어 ~ [1] 도비(220.123) 21.11.15 309 1
7557 일반 이거 몇년동안 농사짓는거에요? [2] 도비(220.123) 21.11.15 358 0
7549 일반 비료 땅에 부렸는데 삼각형 ㅈㄴ작은건 뭘 잘못한거임? [1] 까마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14 385 0
7541 일반 니들 그거 알고있냐 [5] ㅇㅇ(118.127) 21.11.12 399 4
7540 일반 300층 끝 [1] ㅇㅇ(125.183) 21.11.12 289 0
7539 일반 향농사 1000찍은놈 있음? [1] ㅇㅇ(125.183) 21.11.11 480 0
7538 일반 중간낙수 질문 [3] 초보농부(118.235) 21.11.11 369 0
7537 일반 플스4로 사쿠나히메 비슷한 겜 뭐 있나 [1] ㅇㅇ(112.184) 21.11.10 303 0
7536 🤔질문 패드로 플레이할려 하는데 [2] ㅇㅇ(203.252) 21.11.10 327 0
7533 일반 밤에 벼 상태관리 질문있음 [3] ㅇㅇ(118.127) 21.11.06 373 0
7532 일반 이 노래 듣고 울었는데 정상? [3] ㅇㅇ(61.81) 21.11.06 330 3
7531 🤔질문 겨울낮엔 뭐함? [2] ㅅㅋㄴㅎㅁ(112.155) 21.11.06 342 0
7530 일반 백신맞고 줜나아파서누워있는데 개좋음ㅋㅋㅋ ㅇㅇ(101.101) 21.11.06 220 1
7529 일반 엔딩봤다 엔딩곡 왜케 슬프냐 [2] ㅇㅇ(61.81) 21.11.05 328 0
7527 일반 적요산보스 막 깼는데 수준 32인데 이정도면 괜찮음? [3] ㅇㅇ(61.81) 21.11.04 285 0
7526 일반 지혼 존나 많은데 어떻게 끼는거야? [1] ㅇㅇ(118.235) 21.11.04 305 0
7525 일반 지금 막 적요산 보스 깼는데 화산터지는거 무섭다 ㄷㄷ [2] ㅇㅇ(61.81) 21.11.04 269 0
7524 🤔질문 스포)님들아 막혔음 [1] ㅇㅇ(8.38) 21.11.04 317 0
7515 뉴스 벼농사는 계속된다, ‘천수의 사쿠나히메’ 만화화 결정 [1]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02 349 0
7520 일반 다른건 다 괜찮은데 탐색도가 좀 귀찮네 [1] ㅇㅇ(61.81) 21.11.03 258 0
7517 일반 이거 스위치로도 있는겜같던데 [2] 시트라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03 457 0
7514 일반 아 시발 화산터져서 다 날아갔네 [2] ㅇㅇ(112.170) 21.11.02 344 0
7513 일반 근비 뜻이 뭔가요 [2] 비타민파괴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02 286 0
7504 일반 아트북 안사냐? [2] KOS-MOS: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29 318 2
7501 일반 자만추 부질없는듯 진심ㅋㅋ ㅇㅇ(101.101) 21.10.28 207 1
7499 일반 버프포함 힘800정도인데 195층 딜 더럽게 안박히넹 [8] ㅇㅇ(121.134) 21.10.25 342 0
7498 일반 어제 엔딩 봤다 [4] ㅇㅇ(106.101) 21.10.24 302 0
7497 일반 근비로 비료는 언제 주면됨? [2] ㅇㅇ(121.134) 21.10.24 336 0
7496 일반 이거 화산 폭발하면 [1] KOS-MOS: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24 276 0
7495 일반 곰가죽 진가로 변환 이 뭐임? [1] FX720M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22 327 0
7494 일반 구라스포한 새끼 나와라 [2] FX720M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22 461 1
7492 일반 날씨기도 서늘함으로 해도 비오는데 [1] ㅇㅇ(118.127) 21.10.19 389 0
7491 일반 흑쿠나 스탯 연동된다는데 진가 버프도 연동됨? [1] ㅇㅇ(65.130) 21.10.19 297 0
7490 일반 사쿠나 장비 채집옵션 질문좀 [1] ㅇㅇ(118.127) 21.10.18 280 0
7489 🔎정보 어장 관리 하는 년 잡아내기 미미아(59.11) 21.10.18 327 0
7487 일반 쌀농겜 할만함?? [1] ㅇㅇ(223.38) 21.10.18 268 0
7486 일반 엔딩곡 듣는데 약간 소름 돋았음 ehes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17 311 0
7485 일반 어제 오늘 추워서 물어보는건데 [1] ㅇㅇ(121.159) 21.10.17 209 0
7481 일반 늒넨데 농사 이 표보고 하면 되냐? [2] ㅇㅇ(118.127) 21.10.16 477 0
일반 감금시설의 맨 끝방 ㅇㅇ(117.52) 21.10.12 219 0
7472 일반 천수동 버그 엿같네 진짜 [3] ㅇㅇ(14.46) 21.10.08 407 0
7471 일반 벼 수렵복 낀 채로 수확해야 효과받냐? [5] ㅇㅇ(14.46) 21.10.07 385 0
7470 일반 이겜 시스템 너무 마음에 드는데 [1] ㅇㅇ(59.16) 21.10.07 306 0
7469 일반 RtX2070super 사갈사람 바바(125.143) 21.10.07 181 0
7468 일반 쌀 왜 999석 밖에 수확 안되냐 [2] 점화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06 351 0
7467 일반 소설 코코로와 벼농사일기 못읽는 게이를 위한 요약 (스포) [2] ㅇㅇ(110.70) 21.10.05 858 1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