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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개발자: 공포겜 만들면서 깨달은 9가지 교훈
[시리즈] 게임개발자들 이야기 · NPC 상호작용에 대해, 토드 하워드 인터뷰 (1부) · 베데스다 입사한 썰, 토드 하워드 인터뷰 · 오픈월드 만드는 법, 토도끼 하와도 인터뷰 · 엘더스크롤6에 대해, 토드 하워드 인터뷰 · 오브라 딘 호의 귀환, 루카스 포프 인터뷰 (상) · 1인 개발에 대해, 루카스 포프 인터뷰 (하) · 에드먼드 맥밀런: 만약 아이작이 잘 안됐다면... · 닐 드럭만: 조엘때문에 제일 슬픈건 나다 새끼들아 · 트로이 베이커(라오어 조엘): 니들이 각본써봐 ㅇㅇ · 애니멀 웰 만든 썰, 빌리 바소 인터뷰 · 애니멀 웰 1주년 기념 Vlog · 애니멀웰 개발자: 질문받는다 · 팀 케인: 게임 속에서 도덕성을 다루는 법 · 팀 케인: 개발자의 의도대로 플레이하기 vs 좆대로 하기 · 그냥 게임을 존나 잘했던 게임 개발자.jpg · 99년생 개발자의 개발철칙 - 프로젝트 반드시 끝내기 · 타이난 실베스터: 조나단 블로우 이 쌍노무새끼야 · (GDC) 타이난 실베스터: 림월드의 시스템적 스토리 · 위트니스-라이크가 대체 뭐죠??? · 매튜 반더밴더: 더위트니스 식으로 스토리텔링하는법 · 매튜 반디밴더: 정직한 퍼즐 게임이란 대체 뭘까? · 매튜 밴디밴더: 다크소울의 월드 디자인 · 토마스 그립: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 · 어떻게해야 퍼즐을 존나게 잘 만들수있을까???? 9년, 공포 게임 디자인에 대한 9가지 교훈 by 토마스 그립<Amnesia: The Dark Descent>를 출시한 지 벌써 9년이 넘었다. (포스트 작성 당시 2019년)시간이 참 많이 흘렀고, 이쯤이면 그동안 우리가 배운 공포 게임 제작의 핵심에 대해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공포 게임은 게임 업계 내 다른 장르들과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 대부분의 게임 장르는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Into the Breach)이를테면 턴제 전략 게임에서는전략적인 선택을 두고 번갈아 행동한다.(DOOM)1인칭 슈팅 게임에서는1인칭 시점으로 적을 쏜다.(Candy Crush Soda)매치 3 퍼즐 게임에서는, 같은 색깔 블록을 세 개씩 맞춘다.하지만 공포 게임에서는 이런 ‘행동’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싹하고 음산한 ‘경험’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포 게임의 디자인은 다른 장르와 다르게 작동한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기법들이 공포 게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게임 디자인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지난 9년 동안 우리는 공포 게임을 만들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를 기념하며, 우리가 그동안 배운 9가지 교훈을 공유하고자 한다.참고로, 이 교훈들은 공포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서사 중심의 경험을 추구하는 다른 장르 게임에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내용이 많다.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목록이 공포 게임 디자인의 모든 것을 포괄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 담긴 교훈들은 ‘무서운 게임’을 만드는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교훈 1: 공포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다공포라는 감정은 본질적으로 유쾌한 감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포 게임을 하며 ‘공포’를 경험하길 원한다. 이것이 바로 공포가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데 내포된 역설이다. 이 역설은 개발자에게 한 가지 중요한 과제를 안긴다. 바로 플레이어에게 그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고민이다.공포 게임은 롤러코스터와 종종 비교될 수 있다. 롤러코스터의 기본 목적은 추락하는 듯한 감각을 연출하는 것이다. 통제된 상황에서의 추락은 짜릿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적어도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그러나 누군가를 나무통에 넣고 진짜 낭떠러지에서 굴려버린다면, 살아남더라도 그 사람은 아마도 그 경험을 전혀 즐겁게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공포 게임도 마찬가지다. 만약 게임이 단순히 놀라게 만드는 점프스케어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즉, 비유적으로 사람을 나무통에 넣고 절벽 아래로 던지는 식이라면그 게임을 재미있다고 느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이 점은 <Penumbra>의 몇몇 맵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우리는 단순히 미로와 괴물 몇 마리만 배치해도 무서운 게임플레이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맵들은 두려움의 미로라기보다는 그저 귀찮고 짜증나는 구간이 되어버렸다. <Amnesia: The Dark Descent>도 후반부에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괴물과의 조우가 단지 반복적인 위협으로만 등장하고, 다른 연출이나 맥락적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게임은 점점 덜 흥미롭게 느껴졌다.교훈 2: 플레이어는 당신의 적이다공포 게임 개발자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은… 바로 플레이어다. 정말이다. 만약 우리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삶은 훨씬 더 단순했을 것이다!앞서 말했듯이, ‘무서움’이라는 감정은 본질적으로 유쾌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그 불쾌한 감정을 줄이기 위해 최적화된 행동을 하려 든다. 결국 그런 행동은 자신이 경험해야 할 공포를 망쳐버리게 만든다.예를 들어, 우리 첫 번째 게임 <Penumbra: Overture>에 등장하는 ‘악마 개’를 생각해보자. 게임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괴물들이 어두운 광산 속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무서운 존재로 각인되도록 공을 들인다. 그러나 이 괴물들의 AI에는 몇 가지 약점이 있고, 이를 빠르게 간파해버리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 개들은 금세 쉽게 처치 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된다.놀라운 건, 그렇게 만든 건 플레이어 자신이면서도 그들이 이 상황에 대해 불평을 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시스템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그걸 이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들이 여전히 무섭기를’ 원한다. 즉,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바람과 충돌하는 셈이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게임은 적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버린다(<다크 소울>을 떠올려보자). 적이 보기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도 상대하기 무섭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다른 접근법으로는 아예 게임플레이 자체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버리기도 한다(<Dear Esther> 같은 게임이 대표적이다). 게임 메커닉이 없으면 플레이어가 악용할 시스템도 없고,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식이다.하지만 나는 이 두 방법 모두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세 번째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바로 플레이어가 자신의 행동을 ‘서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교훈 3: 놀라게 하는 것만으로는 공포 게임이 되지 않는다공포는 요리의 ‘향신료’ 같은 것이다.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향신료만으로 요리를 만들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건 그냥 역겨운 결과가 나올 뿐이다.예를 들어 내가 최고의 공포 영화라고 생각하는 세 작품을 보자<에이리언>, <엑소시스트>, <링>. 이 세 영화는 다루는 주제도 다르고, 연출 방식도 다르며, 전체적인 스타일도 서로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무서운 장면’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이들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인물 간의 대화, 상황 전개, 공포가 다가오리라는 긴장감, 불안한 분위기를 쌓는 데 사용한다. 공포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순간은 의외로 매우 짧다.다시 롤러코스터 비유로 돌아가 보자. 생각해보면,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간은 아주 짧다. 대부분의 시간은 표를 사거나 줄을 서거나, 다른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으며 보내게 된다. 이런 요소들은 단순한 부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진짜 ‘탑승’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중요한 준비 과정이며, 전체적인 경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우리가 <Amnesia: The Dark Descent>의 ‘서재’ 구역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수많은 점프스케어들을 넣었다. 책이 선반에서 떨어지고, 문이 쾅 닫히고, 피아노가 저절로 연주되고…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맵이 점점 완성되어 갈수록 어딘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놀라게 하는 요소를 두세 개로 줄이고, 대신 플레이어가 성 안의 미스터리를 탐색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지루한 레벨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놀라는 스팟을 적절히 ‘간격을 두고’ 배치하자, 오히려 플레이어는 훨씬 더 무서워했다.교훈 4: 재미있는 게임플레이는… 너무 재미있어서 문제다공포 게임에서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플레이어가 ‘불쾌한 경험’을 기대하며 게임에 들어온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그들에게 불안, 절망,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 게임플레이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재미있기 때문에 이런 감정들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Dead Space>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 이 게임을 시작했을 때 나는 정말 무서웠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으며 코너마다 조심스럽게 살폈다.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나자 몬스터를 어떻게 죽이는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요령을 익히게 되었다.(공포는 사라지고, 재미만 남았다!)나는 단순히 몬스터를 잘 처치하게 된 것뿐만 아니라, 그게 너무 재미있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나를 떨게 했던 괴물의 소리가 이제는 반갑게 들리기까지 했다. “오, 또 다른 네크로모프다! 찢어발겨주지!”그렇다면 공포는 어디로 간 걸까? 보상이 있는 게임플레이가 그것을 완전히 덮어버린 것이다.인간은 ‘주의력’이라는 걸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한정되어 있다. 만약 게임이 계속해서 조준을 맞추고, 탄약을 확인하고,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데 주의를 요구한다면, 다른 감정을 느낄 여유가 사라진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뇌는 스스로 공포를 만들어낼 여유가 없어진다.<Amnesia: The Dark Descent>의 초기 설계 단계에서는 전형적인 무기 시스템, 심지어 총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굉장히 정교한 퍼즐도 실험해봤는데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활용하거나, 빛의 궤적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장치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은 <Dead Space>에서와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너무 재미있었고, 그 결과 공포에서 주의를 빼앗아버렸다.결국 우리는 게임플레이에서 ‘재미있는’ 요소들을 줄이기로 결정했고그 선택은 옳았다.이 점은 <Amnesia> 시리즈의 플레이 영상들을 보면 아주 명확히 드러난다. 플레이어는 전투 같은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게임이었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것들에 반응했다. 희미한 발자국 소리 같은 것만으로도플레이어는 즉시 근처의 옷장에 몸을 숨기려 했다. 만약 플레이어의 머릿속이 루트 박스나 전투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절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교훈 5: 서사는 훌륭한 공포의 핵심 요소다재미있는 게임플레이가 공포감을 상쇄할 수 있고, 놀래키는 연출에도 신중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공포 게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서사’는 그 퍼즐의 핵심적인 부분이다.서사를 구축함으로써, 우리는 실제 게임 내에 구현된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복잡한 세계를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플레이어가 스스로를 무섭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이걸 설명하기 위해 아무 사진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한적하고 아늑해 보이는 작은 마을이다참 평화롭고 기분 좋은 저녁 산책 코스처럼 보이지 않는가?이제 여기에 짧은 배경 스토리를 덧붙이고, <Amnesia>의 사운드트랙 같은 오싹한 음악을 틀어놓고 다음을 읽어보자2주 전, 거대한 폭풍으로 인해 이 마을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었다. 모든 통신 수단이 끊긴 상태다.오늘, 구조대는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잡음이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거는 그런 전화처럼 들렸다. 그런데 곧 비명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비명이었다. 그리고 인간도, 짐승도 낼 수 없는 무시무시한 포효가 이어졌다.나는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와 지금 이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마치 모두 사라진 것 같다.산 너머로 차가운 해가 지는 지금,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그리고 다시 위 사진을 보자.더 이상 아늑하게만 보이지 않지 않은가?새로운 맥락이 주어지면, 우리는 그 환경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전에는 단순히 아름답다고 여겼던 풍경이, 이제는 위험의 징후를 찾기 위한 탐색의 대상이 된다.공포의 대부분은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이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우리는 평범한 마을을 공포와 절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Penumbra>시리즈에서 어떤 구역이 효과적이었는지를 되돌아보면, 이 서사의 중요성이 분명해진다. 플레이어가 환경 속 단서들과 배경 정보를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었던 구역들이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반면 확장팩인 <Penumbra: Requiem>은 이러한 배경 정보가 거의 없었다. 퍼즐은 우리가 만든 것 중 가장 정교했으며, 비주얼도 훌륭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좋지 않았다. 강한 서사적 요소가 빠지자, 플레이어는 자신이 기대한 공포 경험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교훈 6: 세계는 ‘진짜’처럼 느껴져야 한다공포 서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가 플레이어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진지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회색과 갈색의 색조, 만화 같은 요소가 없는 리얼한 그래픽? 꼭 그렇지만은 않다.현실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요령이 있다. 평소에 벽이나 책상 같은 주변 사물을 자주 ‘두드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습관이 몸에 배면, 꿈을 꾸고 있을 때도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꿈속에서는 벽을 두드릴 경우 손이 그냥 통과해버리기 쉽다. 그러면 지금이 꿈이라는 걸 자각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는 꿈속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공포 게임을 만든다는 건, 말하자면 ‘악몽을 만드는 사업’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게임 세계를 시험해보려 하기 때문이다. 이건 곧 플레이어들이 ‘벽을 두드리는’ 행위를 끊임없이 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어떤 글리치나 허점을 발견하는 순간 공포스러운 세계에 대한 몰입은 산산조각 나고, 이를 다시 쌓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이제 <Penumbra>의 사례를 보자. 우리는 플레이어가 악마 개를 ‘진짜’처럼 느끼길 원했다. 즉, 악마 개가 가진 위협적이고 야생적인 특성을 떠올리며, 그것을 피하고 숨는 데 몰입하길 바랐다. 그러나 일부 플레이어는 환경을 이리저리 실험하다가, 상자 위에 올라가 있으면 개가 자신에게 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현실의 개라면 뛰어올라 물었겠지만, AI 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개는 진짜다’라는 환상이 깨지면서, 공포도 함께 사라졌다.이런 현상 때문에, 개발자는 게임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지,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어떤 도구를 줄지를 매우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계를 현실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상호작용은 필요하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현실이 아님’을 간파해버리는 데 도움을 줄 만큼은 안 된다. 환상을 깨뜨리지 않을 선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교훈 7: 모호하게 유지하라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크리피파스타나 기이한 사진들을 떠올려보자. 이런 것들이 무서운 이유는, 거의 대부분 ‘상상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기 때문이다. 사진 한쪽 구석에 어렴풋한 실루엣과 빛나는 눈이 보이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같은 괴물을 가까이에서 찍은 글래머 샷은 전혀 무섭지 않다.앞서 말했듯이, 공포의 대부분은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우리가 뭔가를 다 알지 못할 때, 지식의 공백이 존재할 때, 그리고 그 상황에 ‘위험 요소’가 결합될 때 공포는 진짜 빛을 발한다.일반적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시스템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튜토리얼이 지나치게 장황해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격투 게임처럼 시스템을 최적화하려면 세부적인 이해가 필수인 장르도 있다. 하지만 공포 게임은 정반대다!모호하고 불확실한 게임 시스템은 일종의 기이한 사진과 같다. 대략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겠지만, 그 사이의 빈틈에 상상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예를 들어 <Resident Evil>의 체력 게이지를 보자. 내부적으로는 0에서 일정 수치까지 이어지는 아날로그 값이지만, 플레이어에게는 단 세 가지 상태만 보여준다. 이는 정보 제공과 모호함 사이에서 훌륭한 균형을 이룬다. 결과적으로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데 효과적이다.<Amnesia: The Dark Descent>의 이성(정신력) 시스템도 이와 유사하게 모호하게 설계되어 있다. 무서운 것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이성을 깎아먹고, 이성이 너무 낮아지면 안 좋은 일 (이또한 뭔지는 몰라도) 이 일어난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그 상태를 피하려고 행동한다.처음에는 이 시스템도 훨씬 명확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그 시스템을 따라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떤 사람들은 시스템을 ‘게임처럼’ 분석해버렸고,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혼란스러워하며 좌절했다. 그런데 시스템을 더 모호하게 바꾸자,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자극되었고, 훨씬 더 즐겁게 받아들여졌다.공포는, 결국 알 수 없음 속에서 피어난다.교훈 8: 플레이어에게는 ‘역할’이 필요하다모든 이야기는 그 안에 담긴 ‘인물들’에 의해 이끌려간다. 줄거리의 전개는 캐릭터의 성격과 정체성에 따라 달라진다. <쥬라기 공원>에서 짜증나는 변호사 대신에 판결만 내리는 ‘저지 드레드’가 나왔다고 상상해보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어떤 서사를 온전히 경험하려면, ‘등장인물의 역할’을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게임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가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가능한 행동, 목표, 사고방식이 모두 달라진다. 자신이 어떤 캐릭터인지 아는 것은,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하지만 많은 공포 게임들이 이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곤 한다. 플레이어는 종종 아무런 개성이 없는 일반적인 캐릭터로 이야기에 툭 던져진다. 그 의도는 대개 “플레이어가 자기 자신으로 플레이하길” 바라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어떤 이야기든 그렇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을 이해하려면, 그 상황을 겪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예를 들어, 당신이 게임 중 시체를 발견했다고 해보자.당신이 셜록 홈즈라면, 시체는 곧 ‘사건’이다. 단서를 찾아내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추리하려 할 것이다.그런데 만약 당신이 사람 고기를 먹는 구울이라면? 그 시체는 그저 ‘식사’일 뿐이다. 냠냠!공포 게임들은 보통 서사적인 면에서는 다른 장르보다 훨씬 더 발전된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공포 게임들이 플레이어의 역할 설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서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게임이 정작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면서, 그만큼 분위기도 희석되고 마는 것이다.플레이어의 역할을 설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앞서 언급했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이 ‘말이 되는지’ 판단할 기준이 생긴다. <Penumbra>의 주인공 필립은 물리학 교사다. 그가 악마 개와 싸우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무기를 들고 괴물과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도망치고 숨는 것이 훨씬 논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진다.우리는 이 교훈을 <SOMA>를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 초반엔 주인공 사이먼을 ‘말을 하지 않는’ 성격 없는 캐릭터로 만들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 플레이어들이 이야기에서 정서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사이먼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인물로 바뀌자, 플레이어는 훨씬 더 개인적인 몰입을 느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도, 사이먼이 거기에 의문을 던지고 반응함으로써 플레이어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그 결과, 게임은 훨씬 효과적으로 작동했다.교훈 9: ‘행위의 자유(Agency)’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여기서 말하는 ‘Agency’는 CIA 같은 정보기관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건 자유의지적인 행위 주체성이다. 즉, 플레이어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야기 속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이건 앞선 교훈인 ‘플레이어의 역할 설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역할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소유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플레이어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실제로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게임은 이 ‘행위 주체성’을 모호함과 결합할 때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어두운 터널이 눈앞에 있다고 해보자. 어두운 터널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무섭다.그런데 게임이 명확하게 “목표는 터널 너머에 있다”고 말해주면? 선택지는 없다.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강제되는 상황에서는, 게임은 반드시 플레이어가 이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제공하게 된다. 즉, 이 터널은 실질적으로 더 이상 무서울 수 없다.하지만 만약 이 터널로 들어가는 것이 선택사항이라면? 혹은 적어도 그렇게 느껴지도록 연출된다면?게임은 터널 안에 뭔가 중요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고만 말하고, 동시에 거기 들어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이 순간, 터널은 훨씬 더 무섭게 느껴진다.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불확실한 상황이 등장하면, 머릿속엔 온갖 의심과 고민이 피어난다.행위 주체성을 부여하는 방식은 또 있다.예를 들어 <Amnesia>에서 주인공 다니엘이 시체에 드릴을 박아 피를 뽑는 장면을 보자. 게임 내에서는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결과적으로 이 장면에 대한 플레이어 반응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비슷한 장면을 <SOMA>와 비교해보자. 거기서는 뭘 해야 하는지가 훨씬 불명확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내가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감정적으로 개입하게 된다.이 점에서는 <SOMA>가 확실히 더 나았다. 하지만 <SOMA>에도 단점은 있었다.<Amnesia: The Dark Descent>는 허브 구조의 맵을 통해, 플레이어가 어떤 순서로 어디로 갈지 스스로 정하게 되어 있었다. 이 선택지들은 불안을 증폭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반면 <SOMA>의 맵은 훨씬 더 직선적이고 구조화된 진행을 따랐고, 그 결과 공포감이 확연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결론적으로, 공포를 효과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자기 선택에 책임을 느끼고, 그 선택 앞에서 갈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공포는, 강요된 행동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일 때 더욱 깊게 작용한다.맺으며...자, 이게 바로 공포 게임 디자인의 ‘룰’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게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공포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들을 꼽자면 바로 이 아홉 가지가 핵심이다.각 항목은 훨씬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간결하게 정리하고자 했다. 더 깊은 내용이 궁금하다면, 내가 전에 쓴 디자인 태그의 블로그 글들을 참고하면 관련 주제를 자세히 다룬 글들을 볼 수 있다.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공포 게임은 다른 게임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보통 게임 디자인에서는 "재미를 먼저 찾아낸 뒤, 그걸 기반으로 게임을 확장"해 나간다. 하지만 공포 게임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공포 게임 디자인은 처음부터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공포 게임을 설계할 때는, 분위기든, 주제든, 혹은 다른 어떤 요소든 핵심으로 삼은 원칙에 집중해야 한다.그리고 개발을 진행하면서 그 게임을 평가할 때는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가"가 아니라, "설정한 핵심 원칙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그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지금까지 말한 교훈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물론 이것 자체도 매우 방대한 주제다. 언젠가 이 부분만 따로 다뤄야 할 듯하다.----------------------원문) 9 Years, 9 Lessons on Horror – Frictional Games9 Years, 9 Lessons on Horror – Frictional Gamesfrictionalgames.comhttps://frictionalgames.com/2019-10-9-years-9-lessons-on-horror/
작성자 : ㅇㅇ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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