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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 서비스 계약"에 대한 손님과 조율사의 의식 차이

아스(83.112) 2024.01.20 06:18:21
조회 95 추천 0 댓글 3

이건 그냥 제 경험 이야기인데, 조율사로 일하다보면 "조율 서비스 계약"에 대해 손님과 조율사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손님은 "조율 서비스"를 "잘 조율된 피아노"를 제공받는 결과채무라고 생각하고,

조율사는 "한 번의 조율 행위"라는 수단채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음이 많이 낮아진 피아노가 있다고 합시다.

조율사는 조율을 하러 가서 이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 피아노는 절대로 한 번의 조율로는 '안정된', '좋은 조율'이라는 결과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손님이 매년 조율을 받아온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자신이 근무하는 피아노 매장에 전화해서 매년 조율을 받았고,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에는 자기 매장의 사장조율사나 작업실장 조율사가 조율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조율사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집니다.


어차피 외근시 하루에 몇집을 돌아야하니 추가로 한 번의 조율을 더 해주기엔 시간도 빡빡하고,

(자기가 알기로) 사장조율사나 실장조율사는 귀찮다는 이유로 그렇게 정성을 다해 해 줄 사람도 아닙니다.

또 세상에 추가조율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데 흔쾌히 괜찮다고 할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올해에만 그 피아노의 음이 떨어진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습니다.

아마 그 집은 상황상 (온습도 관리가 안되거나 피아노 사용량이 많거나 등등) 1년에 2번 이상의 조율이 필요한 경우일 겁니다.

하지만 어차피 손님은 잘 모를거라는 생각에(또 실제로 그러해서), 조율사들이 그냥 한 번만 조율을 하고 나온겁니다.

음이 금방 틀어지고 떨어지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5~6년, 또는 10년 가까이 매년 조율을 받은 집인데,

갑자기 추가 조율과 비용 얘기를 하면 소비자는 오직 이 조율사를 의심할 겁니다.

그 오랜 세월동안 아무도 안한 얘기를 이 조율사가 하니, 이상하지요.

자신은 매년 비용을 지불하며 피아노를 성실히 관리해온 사람인데, 

갑자기 나타난 조율사가 추가조율에 추가비용 얘기를 하니 납득이 될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조율사가 자신의 사장조율사와 자기 매장의 실장조율사등 동료들이 조율서비스를 수단채무로 인식해서

"어쨌든 한 번의 조율 행위"를 하고 갔을 뿐 당신의 피아노가 진짜로 잘 조율되었는지에는 무관심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매장을 욕하는건 누워서 침뱉기죠.


또 손님과 매장의 "조율 서비스 계약"에 대한 인식 차이를 설명하는 것도 아무런 생산적인 결과를 내지 못할 겁니다.

결국 손님은 자신이 그동안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우리 매장과 거래를 끊고 다른 매장에 전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른 매장이라고 "조율 서비스 계약"을 결과채무로 이해할 리는 없습니다.

어쨌든 1.5배 또는 2배의 작업이 필요한 일인데, 그걸 공짜로 해 줄수는 없고

어차피 손님은 모르니 말만 공감해주고 또 "한 번의 조율 행위"를 제공하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과거부터 미래까지가 머리에 그려지면 이 조율사가 할 행동은 대개 하나입니다.

조율이 빨리 틀어지건 말건 자신은 조용히 "한 번의 조율 행위"를 제공하고 그 장소를 뜨면 됩니다.

그걸로 모두가 행복합니다.

처음엔 소비자들처럼 "조율 서비스"를 "결과채무"로 인식했던 이 조율사는 점점 이 "수단채무"로서의 "조율 서비스"에 익숙해 집니다.

누구를 선뜻 욕하기 어려운 이 현실이 전세계에서 반복됩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조율사가 최고 수준으로 정밀한 "한 번의 조율 행위"를 제공했지만

결과는 영 별로인 경우가 속출합니다.


최고의 조율사일수록 자신의 기술을 싸게 팔고 싶지 않음은 당연합니다.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자신의 고급 기술을 같은 값에 2번 제공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짜로 추가작업을 해 주면 손님은 공짜로 해 줄만하니까 해 준다고 생각해서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최고의 조율사라면 동업자들 생각도 해야합니다.

업계 최상위를 차지한 사람이 제값을 안받으면 그 아래에 위치한 동업자들의 삶은 더 힘들어집니다.

그렇다고 최상위 조율사가 얘기한다고 추가비용 얘기가 소비자들 귀에 기껍게 들릴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본 조율사들은 2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아무 생각없는 사람 빼고...).

조율을 천분으로 여기는 사람과 프로페셔널한 사람입니다.

조율을 천분으로 아는 사람은 다른 조건은 어쨌든 눈앞의 일을 성실히 하고 결과를 내려고 합니다.

심지어 이 마음은 손님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일하는 순간 조율사는 오직 그 피아노만을 생각하며 일합니다.

손님은 조율사가 나가면 자기도 빨리 준비하고 친구들과 약속모임에 가야하는데,

조율사는 피아노에 일이 많다며 나갈 생각을 안하는 경우도 생깁니다(ㅎㅎ).


프로페셔널한 사람은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다만 현실세계에서 자기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보여준다고 해도

손님 주머니에서 돈이 쉽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보니

그냥 딱 주어진 돈과 시간에 맞춰서 일을 합니다.

물론 최대한 "그럴싸한" 결과를 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럴싸한"결과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그냥 손님한테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어차피 그정도 상황이면 손님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년 간 조율을 받지 않았다든가...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칼로 무자르듯 딱 나눠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 동업자들 생각도 해야하고 다양한 현실적 제약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개는 천분과 프로페셔널 중 한 곳에 머무르지만 가끔씩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삶을 살아갑니다.

제 경험으로는, 프로페셔널에 머무르며 가끔 천분에 흔들리는 삶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것 같습니다.

천분에 머무르다 프로페셔널에 흔들리면 결국 돈에 흔들렸다는 자괴감이 들기 쉽거든요.

그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요.


여기서 제가 소위 서구 선진국에서 본 하나의 사례를 통해 나름의 해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와 클래식의 본산이자 자본주의의 본산이기도 한 그곳에서는

프로페셔널과 천분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을까요?

그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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