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상대가 하리 같아

처음부터 대놓고 나보다 잘난 상대면 신경쓰지도 않지만 나보다 못해보이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잘나면 신경쓰게 되잖아? 

유라 입장에서 봤을 때 하리가 그런 상대같아. 분명 나보다 못해보이는데 빛나서 질투나는 상대. 

근데 인정하고 싶진 않아. 그걸 인정해버리면 내가 못났다는 걸 인정하는 거 같거든

일 얘기 하려는 거면 내가 비켜줄까?

민우에게 라비올리 소식 전하려고 빨리 갔다가 민우와 유라가 다시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유라는 자연스럽게 일 얘기 하려는 거면 내가 비켜줄까? 라고 물어. 애인과의 시간을 방해받았는데 저렇게 말할 사람이 누가 있어. 일 얘기하려고 온 거라는 거 알고 있어도. 그것도 헤어졌다가 다시 사귄 건데. 하리에 대한 유라의 태도가 이 말에 깔려 있다고 봐. 하리는 민우에게 여사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걸. 내 남자의 수많은 여사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거지

그런데 딱 그 지점부터 민우에게 변화가 생겨. 유라는 몰랐겠지만

하리가 넘어질 뻔한 걸 둘이 동시에 잡아주려고 하지만 민우가 좀 더 빨라. 하리가 재빨리 나가고 유라가 민우를 보고 민우가 유라를 봐

6회부터 민우는 아예 하리만 보고 유라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없어지더니 7회에선 온리 하리야. 지가 유라랑 사귀는 사이라는 것도 잊은 듯이. 하리의 위험에 가장 먼저 달려들어서 하리를 붙잡아. 

그리고 다시 사귀는 걸 알리는 친구들 모임에서 유라가 팔짱을 끼지. 하리 시선에서 잘 보이도록

그냥 하리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하리한테 이겼다고 자랑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민우 내가 가졌다고

친구들 모임에서도 친구들은 평범하게 말하는데 유라는 하리 일은 덮어놓고 아니라고 말해

하리가 남친이 어디 있냐며.

그래서 영서가 부자남친 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만들어

유라는 어떻게든 하리가 주목받는 상황이 싫어서 민우에게 정말 남친 있는 거냐고 물어

그런데 하리에게 남친이 있다는 말을 듣는 민우의 표정이 늘 보던 표정이 아니야. 언제나처럼 신하리한테 이긴 증거품이어야 하는데 누가 봐도 민우가 하리를 신경써

그래서 하리를 보는 표정이 저도 모르게 바뀌어

이때부터 유라에게 신하리라는 인물은 내 위치를 위협하는 인물로 자리잡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어. 유라에게 신하리는 집안배경 볼 것도 없는 애지만 진영서라는 재벌 하나 친구로 둔 평범한 애였을 것 같거든. 그런 애한테 어떤 주목도 받게 하기 싫어

7회에서 두드러진 게 강태무가 동화속 왕자님처럼 등장하는 것도 등장하는 거지만 순정만화 연출 같다는 거야. 멋진 남자가 등장하고 친구들 꺅꺅대는데 그 멋진 남자가 별볼일 없는 여주인공의 남자친구야.

하리는 너무 어리둥절해서 강태무 얼굴 보기도 바쁜데 유라가 한마디씩 던져서 하리가 주목받는 순간을 깨뜨려. 온전히 주목받지 못하게

하리야, 소개시켜줘

여태까지 내가 잘났고 내가 주목받았는데 강태무라는 완전 잘난 남자 덕에 어떻게 해도 주목받을 수가 없게 되니까 유라가 민우의 낚시 얘기를 꺼내거든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도 내 남자는 잘난 남자이길 바래

내가 주목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하리의 손을 잡아준 민우에게서 느낀 건 열패감이었을 거야

하리가 좋아하는 남자라 뺏었는데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하리를 이길 수가 없어

하리 곁엔 더 잘난 남자가 있으니까. 하리가 주목받지 않아도 그 남자로 인해 주목받으니까

거기다 민우까지 하리만 보는 걸 눈치챘으니 유라의 열등감은 더 쌓일 수 밖에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민우 스케쥴을 잡아주고 기회만 되면 하리를 헐뜯으려고 하는데(상대보다 잘날 수 없다면 상대를 깍아내려야지) 이젠 민우가 하리 일이면 걘 그럴 애가 못 된다면서 하리 칭찬을 해

하리에게 양다리를 깐 건 내가 못된 년인 건 맞는데 가식을 떠는 너도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하찮아 보이는 상대에게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제는 그 상대를 헐뜯는 것조차 내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 싫어.

그래서 유라가 한 일은 하리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거라고 생각해

내가 올라갈 수 없으면 상대를 끌어내려야지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고 그래왔는데 사실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면 그때부터 생기는 건 열등감이거든

민우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예 거짓은 아니지만 그 마음에 하리가 좋아하는 남자라 뺏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거라고 보는 게 강태무를 있는대로 훑으면서 왜 저렇게 잘난 남자를 만났냐고 하거든. 처음으로 느낀 패배감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냥 졌다

인정하면 되는 건데, 상대가 신하리라서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상대를 흠집내게 된 거지. 나 이렇게 너한테 흠집낼 수 있는 사람이다

유라는 하리가 어떤 반응을 해주길 바랬을 거야. 영서처럼 그거 오해라고 진실을 밝히거나. 그래야 하리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으니까. 

양다리가 아닌 게 사실이지만 유라의 논리대로면 어차피 너나 나나 똑같은데 왜 나만 욕먹어야 되느냐 이거거든. 

근데 여기에 대한 하리의 반응은 그냥 용서였어. 이쯤 되면 유라로써도 하리를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민우한테 사과의 말을 대신 전해달라고 한 건 하리를 인정했다는 말로 들렸어

유라의 열등감을 전회차에 걸쳐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유라 코 납작해지는 거 보고 싶어서 부자남친 있다고 거짓말을 해버린 영서의 경우를 보면 대학 내내 유라는 하리를 엄청나게 깔아뭉갰을 거야. 

강태무가 남친이라는 말에 다른 친구들은 명품을 사다 바치면서 사귀는 거 아니냐고 했을 때 걔 그럴 돈 없다며 유라는 한마디로 일축했지. 

사실이긴 한데 유라의 저 말은 하리는 그럴 주제가 못 된다는 소리 같아서 더 기분 나쁘게 들렸어. 다른 친구들은 생각없이 하는 말이라면 유라는 깔아보는 심리가 내재된 말투였달까. 하리가 자존감이 만렙이라 그나마 버틴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땅굴을 파고 들어갔겠지. 하리의 자존감 도둑이 유라인 셈인데 그런 의미에서 유라의 사과는 꼭 필요했다고 봐. 민우를 통해 전한 사과는 마음에 안 들지만 상대에 대한 사과는 상대에 대한 인정에서 나오는 거라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어

널 인정할 수 없어는 사과와 같은 말이라서

인정할 수 없는 상대에게 사과란 할 수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