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 등에서는, 초중반에 무게감을 잡는 강력한 적이 등장한다. 어찌저찌 그를 쓰러뜨리고 나면 뭔가 비슷해 보이는 놈들이 뒤에서 음험하게 웃으며 "후후, 그 놈은 사천왕 최약체였다!" 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잡는다. 이는 용사물의 정석적인 클리셰 중 하나다. 보통은 이야기의 단계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처음으로 무찌른 이를 최약체로 설정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장면들이다. 이제는 너무 진부패져 '소드마스터 야마토'에서 우스꽝스럽게 패러디 되곤 하지만 말이다.
이런 캐릭터들은 최약체라는 공식 설정과는 달리 주요 보스 중 가장 먼저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경우가 많기에 다른 강자들보다도 오히려 인기가 높은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 주인공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을 때 마주하기에 실제 체감 난이도는 후반부 강자들보다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매력적이고 강렬한, 공식 '사천왕 최약체'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정령 군주 최약체, 알아키르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등장하는 알아키르. 와우 대격변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정령 군주로, 정확히는 바람의 군주다. 대격변에서는 데스윙과 손잡고 나타났는데, 딱히 큰 임팩트 없이 초기에 별 대사도 없이 처치당한 후 등장이 없다. 아무 배경 설명 없이 보면 정령 군주라는 것 자체가 별게 아니구나 하고 느낄텐데, 절대 아니다. 라그나로스나 넵튤론, 테라제인 등은 나름 보스로서의 위용을 보여주거나 본인과 관련된 스토리를 끌어가며 상당히 비중있게 활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정령 군주 최약체 알아키르'라며 조롱 섞인 별명을 지어 불렀는데, 워크래프트 기반 카드게임인 하스스톤에서 쐐기를 박아버렸다. 알아키르 카드 부가 설명에다 대놓고 '그는 네 정령 군주 중 가장 약합니다'라고 말이다. 그래도 와우에서는 음성조차 없다가, 하스스톤으로 넘어오며 최약체로 공인됨과 동시에 성우가 부여되고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TOP 4. 배니시드 최약체, 트레모니우스
헤일로 인피니트에 등장하는 저힐라네 장교, 트레모니우스. 초반에 등장하는 대표 보스로, 치프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탓에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나름 세계관 내에선 제타 헤일로 전투에서 큰 성과를 올렸고, 모털 레버리가 있던 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전초기지를 세우는 등 유능한 캐릭터다.
다만 에스카룸에게 반항하다가 제압당한 후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에서부터 카리스마가 조금씩 깨지기 시작하더니, 치프에게 죽은 후 에스카룸이 "그놈은 배니시드 중에서도 약체였다"라며 확인사살을 날리며 굴욕적 최후를 맞이한다. 심지어 위에서 세운 자신의 이름이 붙은 기지는 치프와 UNSC 병력들의 거점으로 사용되며 티배깅까지 당한다. 그래도 훗날 돌이켜 보니 트레모니우스가 나름 어려운 보스였다는 것이 느껴지며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니, 나름 해피 엔딩일까?
TOP 3. 마제콘느 사천왕 최약체, 져지 더 하드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에 등장하는 져지 더 하드. 망해버린 게임 개발자들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존재로, 범죄조직 마제콘느의 사천왕 중 한 명이다. 다른 사천왕들이 노출 심한 여캐 모습이거나, 조금 많이 개그 콘셉트거나, 가오가이가스럽게 생긴 것과는 달리, 져지 더 하드는 외관부터가 뭔가 딥 다크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겼기에 얼핏 꽤 강해 보인다.
그러나 실체는 공기 수준의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자, 스토리상에서의 비중도 옅고, 죽고 난 후 나머지 세 사천왕이 대놓고 "놈은 사천왕 최약체지"를 외치는 비운의 캐릭터다. 사실, 불필요하게(?) 멋진 외관조차도 저 대사 한 마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다. 사실 마제콘느는 3대장 체제로 갈 수도 있었지만, "실은 사천왕 최약체..." 라는 플래그를 위해 억지로 져지 더 하드를 끼워넣은 것이다. 이 얼마나 악독한 이들인가!
TOP 2. 골베자 직속 사천왕 최약체, 땅의 스카르밀리오네
파이널 판타지 4에도 골베자 직속 사천왕이 등장한다. 사천왕이라는 구조부터, 차례차례 등장해서 각개격파 당하는 구도까지. 그야말로 클리셰를 너무나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 게임의 발매연도는 1991년으로, 해당 밈은 물론이고 클리셰마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을 당시였다. 그러니까, 게임계에서 사천왕이 어쩌고 최약체가 저쩌고 하는 것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여기서 가장 처음 나오는 땅의 스카르밀리오네는 겨우 좀비 네 마리만 데리고 나와 세실에게 얻어터지고 퇴장한다. 이후 두 번째로 등장한 물의 카냐초는 스카르밀리오네에 대해 "놈은 사천왕이 된 것이 이상할 정도로 약해빠진 녀석이었으니까 말야"라며 훗날 클리셰가 될 대사를 외친다. 참고로 사천왕은 파이널 판타지 14 던전에서도 재등장하는데, 여기선 무려 보스인 골베자에게도 사천왕 중 가장 약하다고 확인사살까지 당했다. 얼핏 보면 그저 불쌍한 최약체지만, 그의 희생 덕에 수많은 후배들이 탄생했으니 존경하는 의미에서 2위에 올려드리자.
TOP 1. 데미갓 일족 최약체, 접목의 고드릭
엘든 링에 등장하는 보스, 접목의 고드릭. 보스 캐릭터들의 외형이 비교적 멀쩡한 편인 엘든 링에서 꽤나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고수하고 있는 데미갓으로, 고드윈과 같은 황금의 일족 일원이다. 각종 생명체들의 신체 부위를 자신의 몸에 '접목'시켜 겉모습부터 위압감을 주는 데다, 실제 게임에서는 거의 처음 만나는 보스인지라 꽤 강력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중에 워낙 강력한 이들이 연이어 나오는데다, 게임 내 설정에서도 한없이 비참하고 낮은 평가를 받기에 빛이 바랜다.
실제로 게임 속 데미갓들은 엄청나게 강한 모습과 초월적 설정을 지니고 있는 존재들이다. 다만, 접목의 고드릭은 권능도 없고, 여기저기서 얻어터지고 다니고, 혼자서 팔다리나 갖다붙이고 있는 모습이 데미갓이라기엔 뭔가 2%... 아니, 50% 정도 부족하다. 오죽하면 게임 내에서 대놓고 피가 옅어 제일 약한 데미갓이라는 얘기까지도 나올 정도다. 그래도 저런 반푼이 이미지 덕에 숫제 그를 숭배하는 밈까지 생겨났으니, 강함은 얻지 못했으되 인기는 손에 넣었다고 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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