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Poon hill + ABC Trek. Day 8

Runa · 2011.02.26 13:14:58

지누단다는 1780m 정도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춥고 머리가 살짝 아팠던 어제밤과는 달리 그냥 침낭을 덮고 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으로 나갑니다.

모과?

어제 아침에 보던 설산은... 이제 너무 작게 보입니다.

아침 식사는 apple lassi와 죽 비슷한 oat porridge. + apple

oat porridge는 셜리가 매일 아침에 맛있게 먹길래 먹어봤는데...

음.. 역시 영국 사람 입맛과 한국 사람 입맛은 다른 모양입니다.

7시 40분쯤 되서 출발합니다.

오늘은 new bridge - landruk - tolka - pitam deurali - pothana를 거쳐

마차푸차레 조망이 멋지다는 담푸스(Dhampus)까지 갈 생각입니다.

거리는 어제보다 좀 짧지만.. 뉴브릿지가 1340m인데.. pitam deurali가.. 2100m 입니다.. 그리고 담푸스가 1650m

산을 하나 넘어가야 합니다.

뉴브릿지는 그냥 내려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계곡을 하나 건넜다가 다시 올라와야합니다.

내려와서 보니.. 꽃들이 많이 피어있습니다.

꽃잎이 2장 뿐인 특이한 꽃.

멀리서 봐서는 달맞이꽃인줄 알았는데.. 아닌거 같네요.

서스펜션 브릿지를 건너 뉴브릿지로 올라갔는데..

이런... 엉뚱한 길로 올라온건지.. 논 한가운데로 나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은 알지만 길이 애매해서 어영부영하고 있으니..

장작 주워서 올라가시던 할머니가 손짓으로 이쪽으로 올라와서 저쪽으로 가라고 알려주십니다.

네팔 사람들 참 친절합니다.

마을을 지나서 뉴브릿지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갈림길이 나옵니다.

우측의 오르막으로 가면 간드룩을 거쳐 나야풀로 가는 길입니다.

좌측의 내리막 길로 가야 란드룩 쪽으로 가게 됩니다.

잠시 내려가면..

저것이 뉴브릿지?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명칭과는 거리가 좀 ...

후덜덜한 다리를 건너 계곡 반대편으로 넘어가서는 농촌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밭가는 할아버지..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면..

저 멀리 란드룩 마을이 보입니다.

특이하게 울던 새..

카메라가 고장나서 녹음이 안되서 어찌 우는지 다 까먹었습니다.

보리밭 사이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덧 란드룩 마을입니다.

더워서 환타를 하나 사먹으려고 잠시 멈춘 게스트하우스에 있던 다시다 -_-;

아주머니가 환타를 꺼내오시는데 엄청 시원합니다.

냉장고가 있다고 자랑하시더군요 ^^

한국말도 꽤 잘하십니다.

란드룩 마을의 오르막을 한참 오르면서 이런 저런 동네 풍경들... 네팔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뭐.. 물론 개님도 봅니다.

옷감짜는 할머니.. 베틀?

란드룩을 지나 톨카로 들어갈 즈음.. 어린 소녀가 비누 있냐고 물어봅니다.

마침 수돗가 옆이고 해서 비누를 꺼내줍니다.

그리고.. 돈을 달라고 하길래..

준비해 간 스프링 노트와 볼펜을 하나 줍니다. 와우산 형님의 조언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길에서 엄마 찾는 어린 염소들..

tolka 마을에 들어서니 게스트하우스/롯지 등에서 밥먹고 가라고 합니다.

밥은 좀 나중에 먹기로 하고..

계속 가다 보니.. 학교인가 봅니다.

다들 야외수업 중인듯.

학교를 지나다 보니.. 기부를 받길래 저도 기부하고 왔습니다.

대략 12시 경.. 저기 보이는 저 산을 넘어가야하나 봅니다.

식사는 피탐 데우랄리 쯤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올라갑니다.

잠시 후... 머릿 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생각은..

밥먹고 올걸... 밥먹고 올걸..

계속 오르다 보면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혼자서 오롯이 숲길을 걷다 보면..

피탐 데우랄리가 보입니다.

밥을 먹을까 했지만..

그냥 주스 하나 마시고 pothana 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이제부터 내리막이라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가다 보니.. 올라오던 네팔 할배와 아이들..

어이없게 스틱을 달라고 하길래 -_- 남은 노트를 꺼내서 애들을 줍니다.

애들 주고 가려는데 할배가 자기도 하나 달라고 하더군요. 하하하.

내리막... 내리막...

걷고 또 걷고.. 그렇게 가다보니..

pothana는 그냥 지나가 버리고.. 벌써 담푸스입니다.

TIMS 체크를 하고..

어느 숙소에서 마차푸차레 일몰/일출이 잘 보일까... 두리번 두리번 길을 가다 보니..

동네 애들이 장난치러 뛰어옵니다. ^^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만... 너무 일찍 도착했습니다.

지금 페디로 내려가서 택시타면 포카라 가서 자도 될 것 같습니다.

.... 잠시 생각하다가.. 내려가기로 결정.

담장 위를 걸어가는 개님.

담푸스 끝자락에서 다시 한 번 자고 갈까.. 고민해보지만..

... 그냥 내려갑니다.

담푸스에서 페디까지는 계속 -_- 계속 -_- 내리막입니다..

내리막에 지쳐갈 무렵..

도로에서 들리는 소음들이 들립니다.

내려가니 아저씨가.. 자기가 택시를 불러주겠답니다. 1000 Rs. 라고..

이미 지쳐서 아무 생각 없이 알았다고 하고 택시를 기다려보지만..

20분이 지나도 안옵니다.

본인도 당황했는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버스를 태워주겠답니다.

나 혼자 타고 가는 버스 -_-. 얼마냐니까.. 1500Rs.랍니다.

싫다고 하고.. 또 무작정 걷습니다.

걷다보면 택시가 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걷다보니.. 200m 정도 걸어가니.. 뒤쪽에서 택시가 오더니

태워줄까? 라고 묻습니다.

"oh. thanks!"

택시 위에 배낭을 싣고 허리벨트를 채우고... 카라비너로 고정시킨 다음 포카라로 출발합니다.

포카라에 아는 곳이 없으니 그냥 fish tail lodge를 가자고 합니다.

택시를 같이 탄 사람들을 다 내려주는 동안... old bazaar 구경도 하고..

fish tail lodge에 도착합니다.

보트를 타고.. 들어가니..

예약이 안되어 있으면 이용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그냥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나옵니다.

영국 친구들이 괜찮다고 추천해준 호텔에 여장을 풀고..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설렁 설렁 마실을 나갑니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식사와 안주를 시키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돌아봅니다.

밥 먹다가 전기도 나갑니다만.. 지난 번에 겪었던 일이라 그리 놀라지도 않습니다.

내일은 뭐하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잠이 듭니다.

산에서의 일정이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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