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비온 뒤에 산 밑에서 부터 올라오는 고구려 벽화나 천녀유혼에서 처럼 흰 처마자락을 길게 휘날리며 날아 올라가는 듯한 선녀들 처럼 보이는 구름을 사진에 찍고 싶어 내심 기대 했지만 아쉽게도 그냥 습기많고 날 흐린 더운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의상능선을 북한산성 입구에서 부터 청수동암문까지 올라 행궁터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산성입구에서 왼쪽으로는 원효봉이 오른쪽으로는 의상봉이 속계와 법계의 경계를 가르는 절입구에 세워진 일주문(一柱文) 처럼 양옆으로 솓아있습니다.

재작년 5월에 찍은 원효봉(왼쪽)과 의상능선(오른쪽)

의상봉까지 오르는 길이 원효봉 오르는 길 만큼이나 만만치가 않더군요. 청수동암문에서 아래로 내려오기는 2번 했었는데 거꾸로 올라가기는 처음입니다. 원효봉 오르막처럼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이 생각나는 \'골로가는 계단\' 만큼은 못되지만 하여간 빡세게 올라쳐야 합니다.
원효능선과 가운데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북장대 능선과 구름에 덮힌 백운대와 만경대 

습한 날씨에 땀을 삐질 거리며 의상봉을 올라쳐서 용출봉을 보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옵니다. 가사당암문까지 내려갔다 용출봉까지 올라칠 생각에 그렇습니다. "에고! 그럴려면 산에 왜 왔냐?"

가사당암문 아래로 노적봉과 백운대 만경대를 마주보고 있는 대불(大佛)이 있는 궁령사가 있습니다. 발음 안 좋은 사람은 \'구녕사\'로  발음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나 뭐래나...

의상능선에서 본 용출봉과 용혈봉 으로 이어지는 능선

가사당암문 바로 아래있는 궁령사와 대불((大佛)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을 삐질 거리며 오르락 내리락 거려봅니다.

여러가지 형상을 닮은 바위들이 재미있습니다. 증취봉 맞은편에 강아지 바위가 귀엽습니다. "너는 좋겠다 복날 걱정 안하고..."

용혈봉에서 본 용출봉과 의상능선

용출봉 아래의 아기곰 같은 바위

증취봉가는 능선 맞은편에 있는 강아지 바위

증취봉에있는 코크고 입술 두꺼운 사람 얼굴 바위(내 마음 대로 막 갔다 붙임!) 

증취봉 주변으로는 기와 파편이 많더라구요. 기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지붕이 있는 건축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동장대, 북장대, 남장대터는 있는데  혹시 \'서장대(東將臺)\'터??....

증취봉 주변에 널려있는 기와 파편

나월봉은 위험하다고 하니 아래길로 패쓰...

나월봉을 우회하여 돌아가니 아빠, 엄마, 아들이 함께온 가족이 쉬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묻습니다. "우리가 봉우리 몇개를 지나쳐 왔나고" "이 봉우리만 넘으면 대남문이냐고" 그래서 "네! 이 봉우리만 넘고 오른쪽으로 가면 대남문 입니다."하고 아는척을 했는데...

그 가족들이 먼저 출발하고 나는 후달거리는 다리를 쉴겸 에너지바를 먹으면 힘이 날까하여 무려 다섯개나 가지고 간 에너지바를 꽂감 빼먹 듯 다 빼먹고 마지막 남은 한 개를 탈탈 입에 털어넣고 봅니다.

맞은편에서 수다를 떠시는 아주머니가 출발하고 잠시 더 쉬었다가 올라가보니 그 봉우리가 나한봉이었네! 어쩌나! 대남문으로 갈려면 문수봉까지 오르는 봉우리 한개를 더 넘어야 하는 거죠. 잘못 알켜준거죠!

얼마쯤을 오르니 저 앞에서 그 아빠가 길을 묻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봉우리가 무슨 봉우리에요" "대남문 갈려면 얼마나 가야 되요"

소심한 나는 그 가족들 멀리 갈때까지 또 쉬며 물만 마셔봅니다. "에고! 이놈의 주둥이 모르면 가만이나 있지.." 에고!

에너지바 먹고 Power Up!

문수봉에서 본 의상능선

의상능선과 삼각산

문수봉에서 문화재 발굴, 복원 중인 행궁터를 지나 성안으로 들어와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그동안 내린 비에 계곡이 콸콸거립니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먹고 싶어도 무지 무지 아껴둔 맥주와 과일을 꺼내 야무지게 마시고 중성문을 지나 대서문을 지나 내려왔습니다.

캔맥주 하나 야무지게 마시고...

콸콸콸 시원한 계곡


즐겁고 안전한 산행들 하세요. -윤-

@climbingholic     #산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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