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룡, 미미짱짱세용 — 리앙쿠르 동굴 참사의 진실』

북부의 하늘 위, 하얗게 얼어붙은 천공고원.

그곳엔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가 있었다.

이름은 미미짱짱세용. 망각룡.

단단한 비늘, 철벽 같은 날개, 한 번 내려치면 대지를 갈라버릴 발톱.

그 위압감 하나만으로도 인간 따위는 감히 맞설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 세계에 ‘아카데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녀에게조차 예외였다.

광인 ‘빅토리’,

우주경찰 시리안,

삼천 마리의 용을 죽인 용살자 샬롯,

모든 것을 가루로 부수는 데스해머 쵸로키,

단 하루 만에 고향을 피로 물들인 닌닌까지.

이곳은 그야말로 ‘전설들 사이의 전쟁터’였다.

그런 아카데미를 그녀가 단숨에 제압한 이유는, 단 하나.

숨결.

그녀의 숨결, Mumble Breath.

그것은 열기나 독이 아닌, 망각과 혼란의 기류였다.

그녀의 앞에 선 자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조차 잊어버린다.

검을 쥔 이유도, 전우의 이름도 흐릿해진다.

생각은 흐려지고, 동공은 풀리고, 의지는 흩어진다.

용살자 샬롯조차, 이 숨결의 존재를 안 후로는

‘이 땅의 모든 용을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건 단순한 복수가 아닌, 공포에 가까웠다.

때는 제52회 북부 원정대가 리앙쿠르 절벽을 점령하던 날이었다.

샬롯은 그날, 후방의 보조 용기사로 배속돼 있었다.

눈 쌓인 고원을 배회하는 늑대 무리를 토벌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상부로부터 ‘선발 중대와 함께 동굴탐사에 나서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중대엔 그녀가 존경하는 존재,

왕과 의회의 신임을 두루 받던 북부 원정대의 부단장이 있었다.

탐사대가 고원의 동굴에 도착했을 땐,

날은 흐렸고, 공기는 축축했다.

하지만 보급된 외투가 추위를 막아주었기에, 모두 별다른 의심 없이 발걸음을 이어갔다.

동굴 안쪽, 낡은 언덕 위.

거대한 틈으로 별이 보이는 지점에서, 부단장은 선별된 인원과 함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샬롯도 그 사이에 껴 있었다.

발밑은 축축했고, 어디선가 기묘한 울림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건 모두의 귀에 닿지 않았다.

언덕 위엔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 웅크리고 있었다.

숨을 쉬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정찰대는 분명히 ‘언덕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니 지금 눈앞의 존재는—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부단장이 즉시 전투태세를 지시했지만, 그 순간이었다.

용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울었다.

그 소리는 포효가 아니었다.

조용하고, 낯설며, 이해되지 않는 말들로 가득한 ‘속삭임’이었다.

마치 꿈속의 말. 아니, 의식 너머의 신음.

그 순간 부단장의 몸이 멈췄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

망각의 숨결이 그를 집어삼켰다.

잠시 후, 붉은 곡선이 언덕을 가로질렀고,

그의 몸은 두 동강이 나

내장과 함께 별빛 아래 흩뿌려졌다.

고요가 무너졌다.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고,

그 뒤를 따라 비명과 아비규환이 언덕을 뒤덮었다.

선발부대는 언덕을 굴러떨어졌고,

그 거대한 몸에 깔린 보급병들은 바닥에 짓눌려 숨이 끊겼다.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누구도 부단장의 시신을 회수하지 않았다.

그날, 북부 원정대는 왕국 역사상

가장 명망 높은 지휘관을 단 한 순간에 잃었다.

그 이후, 그 사건은 하나의 이름으로 불렸다.

『리앙쿠르 동굴 참사』.

재밌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