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노을 지고 어두운 거리에, 내가 혼자 스쿼트를 하고 있는 그 시간도

그 빗소리와 함께 흘러간다.

외로운 소리.

너무 익숙해진 그 소음,

내 발걸음 소리, 그게 전부다.

내가 쭉 뻗은 다리를 굳히며,

내가 힘을 다해서 내린 몸을 다시 일으킬 때,

그 소리도 작아지듯 묻혀간다.

그때,

술 한잔 기울이며 소통하는 사람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내 심장은 하나씩 깨져간다.

비에 젖은 그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내게는 그런 소리조차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나를 이해할 리가 없으니까,

나도 그런 일상에서 저런 웃음을 웃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다시 나만의 길을 간다.

가게에 들어가서

특식으로 햇반 두 개를 사며,

상추와 쌈장을 사서 닭가슴살과 함께 집에서 먹으려고

그렇게 싸게 산 음식이 나의 유일한 위안이다.

나는 그저 그 모든 게 의미가 없는 듯

무표정하게 계산을 마친다.

그것마저도 내게는 불필요한 웃음처럼 남는다.

집으로 가는 길.

혼자 걷는 그 길이 너무 길고,

너무 고통스러워.

오늘도 내 몸을 갈가리 찢으며 나아간 결과가

이렇게 작은 햇반 두 개와 상추쌈에 불과한 것 같아

허무한 마음이 계속해서 나를 구멍 속으로 밀어넣는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리운 건지,

아니면 그저 이런 일상을 견디고 있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나는 내가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한참을 묻고 있었다.

그냥 무언가에 취해 살고 싶었다.

그냥, 잠시라도 나를 잊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다 지나쳐버렸다.

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

내가 나아갈 길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도 나 혼자,

내가 만든 고독 속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