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중량도, 고립도, 유산소도 없었다.

체육관은 그대로였고, 음악은 흘렀지만

그는 가만히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 그는 더는 웃지 않았다.

표정이 없었다.

아예, 얼굴이 없었다.

그는 거울에 대고 말했다.

“이제, 끝내자.”

그러자 거울 속 그가 말했다.

“드디어, 인정하는구나.”

그는 자신을 기억했다.

9살, 방과후, 어머니의 뒷모습.

문틈으로 들어온 빛 아래,

울음을 삼키며 입에 밀어넣던

찬밥과 국.

그때부터였다.

그는 스스로의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먹고, 또 먹고,

무거운 걸 들고, 더 무겁게 만들고,

자기보다 큰 무엇인가를 품고 싶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사랑받는 몸’을 가진 적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다.

두려움조차 밀어낼 수 있는 몸.

그러나 그는 몰랐다.

살이 찔수록, 근육이 늘어날수록,

진짜 자신은 점점 더 작아져서,

마침내 어느 날

몸 속 어딘가에서

울음을 터뜨린 채 잠들었다는 것.

그날, 거울에 금이 갔다.

처음엔 머리카락만큼 얇았지만

갈라진 선은 점점 퍼지더니

마침내, 거울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눈을 보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려졌던,

짐승 같은 분노와, 아기 같은 슬픔이 공존하는 눈.

그리고 그는 울었다.

헬창이 된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는 그날 이후 운동을 쉬었다.

모든 루틴을 버리고,

식단을 끊고,

일기를 태우고,

거울 없는 집으로 이사했다.

그러자 매일 꿈속에서

그 남자가 웃었다.

흉터는 사라졌고,

이름은 없었다.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야, 너는 너구나.”

그는 이제 가끔 바다를 보러 간다.

쇠가 아닌 물결을 본다.

무게가 아닌 깊이를 느낀다.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그 조용한 허락 속에서,

그는 숨을 쉰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근육은 단지,

울음을 버티기 위한 옷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