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내린 눈인데도,  날이 추우니 녹을 생각을 안 한다.  그래, 이런 날은 조종천을 따라 거닐어 보는거야...매년 눈만 내리면 찾아오는 조종천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한참 사진을 찍으니,  얼었던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쌀쌀한 날만큼이나  눈덮힌 강가도 싸늘하다. 그 많던 철새들도 오늘따라 조용하다. 발자국 없는 징검다리 위에 눈을 보는 내 마음도 차가운 아픔과 함께  을시년스러워지고...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여름과 가을에 흔적들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올 해는 작년보다 더 나아질까?...

저 흘러가는 강물처럼 나도 흐르고 싶다...갈 곳을 알순 없어도...더불어 내 시름도 함께.

저 흐르는 냇물은 어디로 가는걸까...

   나도 같이 흐르고 싶지만 현실이란 장막앞에서 꽉 막혀버린다...

나를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내가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

가만히 지난날을 회상하니 눈물이 흐른다...절로...

돌아오는 길에 황량한 논이 또 한번 나를 울린다...

저 빛이 나를 달래줄 수 있을까? 내 슬픔을 감싸줄 수 있을까? 지난 봄에 바람꽃으로 내 슬픈 심정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