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유심(USIM)이 제 역할을 하게 됐다. SK텔레콤과 KT는 6월부터 이동 유예 기간 제도를 폐지한다. 이제 유심 카드를 바꿔 끼우는 것만으로 바로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의 약자인 유심(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정보를 담고 있다. 유심 카드만 꽂으면 바로 내 휴대폰이 되는 셈이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유심을 마음대로 갈아끼워 쓸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2008년 3월엔 제한적인 잠금 해제 정책을 적용했다.

현재는 유심을 다른 휴대폰에 쓰려면 먼저 번거로운 ‘유심 잠금 해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타 통신사 단말기를 이용하려면 타사간 유심 잠금 해제를, 같은 통신사 휴대전화 사이에서 유심을 바꿔 끼울 때도 자사간 유심 잠금 해제를 신청해야 한다.

또 유심 잠금 해제를 하려 해도 기기변경 기준일로부터 다음 달 말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이용 유예 기간 제도 또한 이용자의 발목을 잡는다. 해외 이통사 유심은 잠금 해제 기능이 없다.

6월부터 유심 잠금이 해제되면 마음대로 유심을 바꿔가며 쓸 수 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잠시 다른 사람의 단말기에 내 유심을 꽂아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된다. 또 단말기 여러 대를 구비해 입맛대로 들고 다닐 수도 있다. 하반기부터는 휴대전화를 해외에 들고 나가 현지 이통사 유심칩을 구입해서 쓸 수도 있게 됐다.

또 단말기 없이 유심 칩만으로도 휴대전화 개통도 가능하다. 유심 카드 구입비와 회선 개통비만 내면 된다. 다만 해당 서비스의 경우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 초 이후에나 적용될 전망이다.

3세대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이러한 제도 개편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도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심칩만 바꿔 꽂으면 바로 해당 전화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가 적용되면 휴대전화 분실 및 도난 시 이를 되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원하는 이용자에 한해 타 유심칩 사용을 제한하는 ‘휴대전화 보호 서비스’를 도입할 것임을 발표했다. 유심 교체를 통한 휴대전화 이용이 더욱 손쉬워진 대신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