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동네 한바퀴를 크게 돌아볼까 했는데

그날따라 작게 돌고싶더라

옛날 할무니가 살던 집하고

어렸을 때 친구가 살던 집을 지나가는데

그 근처는 잊을만 하면 꿈에서 나오는 장소다.

사람은 거의 살지 않고 노인들밖에 남지 않은 흙동네인데

아직까지도 기운은 좋아보이더라.

그 동네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5층 이상의 아파트같은 빌라 한채.

옛날엔 그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면 노는데 끼워주지도 않고

그 사이로 지나가는 것 조차 거부하던 인간들,

건물을 둘러싸는 외벽이 무너져서 앞으로 기울어있는데 고칠 생각도 없어보이더라. 그지들

기존 할매가 살던 집쪽 창문은 거의 가려져있더라,

새로 입주한 사람이 나무로된 돗자리 같은걸로 안쪽에서부터 대부분 가려놓음.

이젠 대문에서 벨을 누를 때 위에꺼였는지 밑에꺼였는지조차 햇갈리는데 아마 위에꺼였을거임.

거기서 계속 올라가는 길에 대출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던거 뜯어서 어디 버리고 싶었지만 마땅히 버릴 곳도 없고

고민하던 사이에 웬 할배가 나오길래 포기함, 다음에는 그냥 집에 들고와서 버리면 되니까 꼭 뜯어 없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