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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흙흙(121.164) 2015.10.30 22:36:31
조회 152 추천 0 댓글 3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nchu






우리 부모님은 자주 싸웠다.

이유는 돈.

아버지가 사회성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공장 나가서 돈벌어오고  엄마는 파출부 하며 우리 삼형제 키우셨다.

그러다가 엄마가 식당을 인수하면서 우리 형편이 살짝 좋아졌다.


학교 마치면 느끼던 빈집에 공허함, 공포를 더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사실.

언제나 원할때 엄마를 볼 수 있다는게 너무너무 행복했다.

식당 개업할때 너무 기분이 좋아서 개업식 떡 먹으면서 식당 골방에서 혼자 행복해 하던게 아직 기억난다.


하지만 부모님은 또 언제나 싸웠다.

삼형제가 커가면서 돈나갈 일이 많아지고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imf 당시에 퇴출 1순위 였다.

시골 중소기업 공장이 뭔 대수라고 거기라도 짤리지 않으려고 

엄마 아빠는 소위 말하는 접대를 했다.

윗 간부들 불러다 술사주고 당시 시골에서 가장 핫하다는 나이트 클럽에 모셔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대새는 막을 수 없었는지 아버지는 몇개월 더 연명하다 짤렸다.


그 후로 아버지는 노가다 시장엘 나갔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는 시간. 검은 하늘이 선명한데 

아빠는 누추한 털모자를 쓰고 일을 나가셨다

아빠는 항상 일 나가기 전에 내 방문을 열어보시고 내 자는 모습을 잠시 쳐다보시곤 일을 나가셨다.

나는 방문을 열면 들어오는 냉기에 눈을 떴지만 모르는채 했다.


나는 삼수 끝에 소위 명문대를 입학했고

또 긴 시간을 등골 빼먹으며 공부 했다.

당시엔 싸이월드가 유행이었는데 나는 흙수저임을 감추고 

명문대학교 동기들(걔들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전문직에 부자이었던 걸까...)과

내 신분을 숨기며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어느날 나를 시기 질투 했는지 친구 하나가

내 싸이 리플에  "너희 아빠 노가다 하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오뎅 먹는거 봤다. 요즘도 노가다 하시나보네?"

이런 글을 남긴걸 봤다. 분노, 창피함, 혼란스러운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그 리플을 지웠던것 같다.


배움의 한이 있었던 아버지......

밤에 기름 닳는다고, 수업료 없으니 공부하지 말라는 할아버지....

몰래 공부하다가 톱을로 썰어버리겠다고 나무자르는 톱을 들고와 위협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그때 마음에 상처를 깊이 받으셨다.


대구에서 약재상을 했던 친척이 

약재상 공부 시켜주겠다고 불러와 머슴처럼 부려 먹었어도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이불로 호롱불 막아가며 공부했다.

같은 나이의 그집 아들 준다고 닭을 잡아 먹이고

우리 아버지에겐 닭뼈 먹으라고 주었던 그집 아줌마....친척이라 더 서운하지 않았을지...


아버지는 약재상 자격증 그것 하나 보고 견디셨으리라.

시험기간이 다가오고 책의 내용은 달달 외울정도가 되었다. 자신감도 있었다.

시험만 보면 되는데 시험자격이 고등학교 졸업이상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중학교 입학하고 3개월 다니고 수업료가 없어서 퇴학 당했다.

급한 마음에 고등학교 교감하던 친척께 부탁해서 

학력증명서를 위조하려고 했다. 밤새 이름을 지우고 써봐도 어쩌나....

지운 티가 나는걸....


그렇게 아버지는 공부 못한 한을 품고 평생을 사셨다.

내 졸업식날 처음으로 가족이 모두 모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부모님은 단 한번도 졸업식에 오지 않았다.

두 분 모두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생애 처음 자식의 졸업식에 온 아버지, 

대학이라는 곳에 와본 아버지. 

"자 이제 곧 졸업식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장내의 졸업 예정자들은 무대 위로 모여 주십시오"

라는 안내 방송에 나는 서둘러 무대로 향했고.

내가 떠난 뒤 아버지는 내 뒷모습을 보며 펑펑 우셨다고 한다.

그 눈물은 아버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서늘해 진다.


나는 평생 두 번,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두번째가 졸업식이었고, 

첫번째가 내가 고2때, 아이엠에프가 터지고 직장을 잃고 노가다 판에 나가기 전

집에서 잠만 자던 아버지가 공부하는 내방으로 와서 

"아버지가 참 힘들다. 어떻게든 너를 공부시키고 싶은데..."라며 내 앞에서 우시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그땐 하늘이 무너지는듯 슬펐다.


꼭 성공해서 효도 하고싶다. 엄마 아빠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

난 다시 태어나도 부모님 아들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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