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이 1군 4번째 시즌 한 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기술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한 뼘 이상 더 커졌다.

구자욱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1-4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대 역전의 시작을 알리는 추격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SK 마무리 신재웅의 속구를 때려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삼성은 구자욱의 홈런을 시작으로 타자 일순하며 9회초에만 7점을 뽑았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홈런에 이어 다시 돌아온 타석 때 타점을 올리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구자욱의 이 홈런은 2년 연속 20홈런을 완성하는 홈런이기도 했다. 지난해 21홈런에 이어 올시즌 또다시 홈런 20개를 만들었다. 지난 시즌 21홈런이 647타석에 들어서 만들었다면 올시즌에는 부상 때문에 524타석에만 들어서서 때려냈다.

구자욱은 “몸 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뼛속 깊이 깨닫게 된 시즌”이라고 말했다. 

구자욱은 올시즌 초반 지독한 슬럼프에서 시작했다. 개막 뒤 첫 11경기에서 타율 2할1푼3리에 그쳤다. 결국 옆구리 부상 때문에 4월6일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5월8일 수원 KT전 때 복귀했다. 구자욱은 “사실 개막 때부터 좋지 않았다. 내가 그 부분을 잘 관리했어야 했는데 참고 이어가다가 문제가 생겼다”면서 “이후 경기 출전 등에서 잘 챙겨주신 감독님, 코치님 등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초반 부진을 금세 극복했다. 5월 한 달 타율은 무려 4할1푼8리였다. 전반기 홈런은 4개에 그쳤지만 후반기 들어 홈런 16개를 때렸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 찾아 온 슬럼프고 금세 넘어섰다. 

기술적으로도 성장한 덕분이다. 구자욱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열심히 훈련했고, 내 스윙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면서 “내가 갖고 있는 힘을 다 쓸 수 있는 스윙이 만들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구자욱은 “내 스윙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앞선 3년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한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힘을 쓸 수 있는 스윙이 만들어진만큼 보다 많은 홈런을 기대할 수도 있다. 구자욱은 “일단 스윙은 됐고, 홈런은 몸이 더 좋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서둘지는 않는다. 조금씩 몸이 더 좋아지면, 홈런 숫자도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번쩍이며 나타난 신인선수도 대단하지만 더 큰 사랑을 받는 것은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다. 삼성의 가을야구는 어렵게 됐지만 구자욱의 성장은 삼성 팬들을 뿌듯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수확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