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돌아왔지만 포기는 없었다. 삼성 신인 최채흥(23)의 얘기다.

최채흥은 2013년 8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구 상원고 졸업 후 프로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타자' 최채흥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그해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이수민이 고등학교 동기. 이후 절치부심하며 한양대에 진학했고,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는 "내가 부족한 게 많았다. 한편으로는 대학도 가고 싶었다. 실망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투수' 최채흥은 승승장구했다. 대학 4년 동안 24승11패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하며 동급 최고 유망주로 분류됐다. 2014년엔 한양대를 무려 17년 만에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우승을 안기며 우수투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채흥은 "고등학교 때는 타자를 많이 했고, 대학교에 가서 투수로 포지션을 전환했다. 투수에 욕심이 있었는데, 해보니까 더 재밌더라.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1차 지명을 받고 삼성 입단을 확정했다. 10명의 1차 지명자 중 유일한 대졸. 계약금만 3억 원을 받았을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김한수 삼성 감독의 기대도 크다. 김 감독은 최채흥을 올해 스프링캠프 때 데려갔다. 신인 중에선 양창섭(2차 1라운드 2순위))과 김태우(2차 2라운드 12순위)를 비롯해 3명뿐이었다. 하지만 캠프 때 기대를 시범경기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선 다 새로웠다. 재미도 있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일단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그러나 구위가 떨어져서 시범경기를 뛰지 못했고, 시즌 시작을 2군에서 했다"고 말했다.

1군 데뷔 기회는 스스로 만들었다. 2군에서 5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2.03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피안타율이 0.212에 불과했고,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했다. 김한수 감독은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최채흥을 1군에 등록시켰다. 그리고 그날 바로 넥센전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3⅔이닝 8피안타 2실점(1자책점). 아쉬움을 남기고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지만 절치부심해 2일 1군에 재등록된 뒤 마산 NC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5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거뒀다.

그는 1군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다. 어떨까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다. (첫 등록됐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보여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시즌 시작은 2군에서 했지만 2군에 있을 때 코치님들이 조절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조금씩 좋아졌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1군 '생존'을 위해선 좀 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NC전에서 시속 145km 안팎에 형성됐던 최고구속도 대학교 때 기록했던 147~8km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구종도 좀 더 다양해지면 수 싸움에서 좀 더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에 컷패스트볼과 포크볼 두 가지를 더 연마 중이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최채흥은 적지 않은 곡절을 경험했다. 경주중학교에 다녔지만 경주고가 해체되면서 중학교 2학년 때 포항중으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 대구 상원고에서 고교시절을 보냈다. 경주와 포항, 대구를 오가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삼성에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그는 "한 번씩 치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타자에 대한 미련은 없다"며 "올해 1군에 있으면서 계속 던지는 게 목표다. 그리고 시즌을 부상 없이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