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세상에서 가장 슬펐던 하루 이야기

보름 쯤 전에 아파트 단지에 트럭이 한 대 서 있었어.우산을 고친대.냄비 뚜껑도 팔고 후라이팬도 팔고.

요즘 세상에 저런 걸 고치러 오는 사람이 있는 걸까?하고 생각을 했어.

그런데 나님에겐 꼭지가 깨진 우산이 있었어.물 들어가 우산이 샐까봐 싱크대 고치던 핸드씰로 발라서 쓰고 다니지.

그걸 고쳐볼까? 했지만 나님 집에는 우산이 너무너무 많아.몇 천원 들여서 고칠 필요까진 없었지.

어제 비가 왔어.실비라서 우산도 필요없었지.나님은 편의점에 갔지.삼각김밥과 라떼 한 병 사 들고 나오는데 입구에 우산이 있는거야.

앗,하타노 유이 상노 노란우산?이웃 총각 따먹고 도망칠 때 얼굴을 가렸던 그 노란우산이다!

도마라나이!

편의점 아줌마가 안 보여서 슬쩍 집어들고 왔지.

집에 와서 갑자기 현타가 드는 거야.우리 집에 그렇게 우산이 많은데,도둑질을 하다니.

아아,나의 인생.

어릴 적 일찌기 조실부모하고 어린이 날마다 혼자 방구석에 버려졌다는 설움에 눈물을 흘리다가

좋은 고아원에 가서 좋은 선생님 아래 모두가 평등한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결국은 인성이 안 고쳐져,도둑질을 하는 지경으로 타락했다는 말인가!

망연자실해서 있다가 우산을 펼쳤어.나무로 만든 손잡이였어.그런데 안에 작은 탭이 붙어있는 거야.메이드 인 차이나.중화우산중심.

아니! 하타노 유이 상을 따먹던 직장상사가 중국인이었는데 그 중국에서 만든 우산이라니! 신지라나이.이건 유이 상의 그 예쁜 노란우산이 아니야.이건 유이 상을 모독하는 거야!

분노에 찬 나님은 씩씩거리다가 그 우산을 꺾어버렸어.

잠시 후 가라앉은 나님은 우산을 다시 봤어.접어 놓으니까 표가 안 나더라고.

분리수거장에 버리기보단 걍 모르는 척 편의점에 갔다놓기로 했어.

그런데 편의점 아줌마가 본 거야.눈이 마주쳤지.

할수없이 우산을 실수로 가져갔다.돌려주려고 다시 왔다.고멘나사이.

이이에,아리가또 태블릿 상.

그러고 집으로 돌아왔지.

오늘 아침에 동전배터리를 사려고 편의점에 갔어.

가는 길에 웬 왜소한 체구에 옷을 잘입은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마주오고 있었어.이렇게 구름이 낀 날에 웬 썬글라스?

썬글라스도 모자라 나를 보면서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시선을 피하는 거야.느낌이 쎄한 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

편의점을 막 들어서려는데 아주 황당한 생각이 들었어.혹시 아까 본 그 남자가 유이 상을 폭행한 중국인 센빠이?이게 무슨 뜬금없는 망상의 연결이냐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편의점 아줌마가 웃으며 맞아주는 거야.그런데 그때 나님은 깨달았어.나님이 무슨 핑계를 대서든 자주 이 편의점에 오는 이유를.

아줌마가 하타노 유이 상을 조금 닮았던 거야.

슬픈 생각이 들더군.그 왜소한 남자도 뭔가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세상을 등진 거겠지?나님처럼 뭔가 마음 한구석에 상처를 받은 거겠지?

집으로 오는데 귓가에 자꾸 한 노래가 맴돌았어.자꾸 자꾸 그 소절들이 귓가에 메아리친 거야.

그건 그렇고,

결론인데,하타노 유이 상 신작 품번 좀 내놔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