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프렌시스'는 어느 날 대중교통에서 주인 없는 가방을 줍게 되고, 그 안에 든 중년 여성의 신분증 속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돌려주기 위해 주인 '그레타'의 집을 방문한다. 엄마를 잃은 후 한창 상실감에 잠겨 있던 프렌시스는 남편을 잃고, 유학 간 딸을 그리워하며 외로워하는 그레타에게 연민과 의존 심리를 동시에 느낀 채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어느 날, 그레타의 식사 대접에 초대받은 프렌시스는 우연히 그녀의 서랍에서 본인이 수거한 것과 동일한 다수의 가방과 함께 자신을 비롯한 여성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가 진열된 것을 보게 된다. 그레타가 그동안 교묘한 수법을 통해 젊은 여성들에게 접근한 것이라 곧바로 직감한 프렌시스는 황급히 자리를 뜨고, 그레타의 연락과 만남을 차단한다. 이후, 그레타의 광적인 집착과 분노는 도를 넘게 되고, 프렌시스는 룸메이트 '에리카'와 합세해 그레타의 스토킹으로부터 탈주하려 하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의 전반적인 플롯은 이제껏 흔히 다뤄진 스토킹 범죄 스릴러물의 그것과 진배없다. 면식범의 소행을 피해자만 눈치채지 못하다 차후에 정체가 밝혀지고, 그에 따라 가해자의 집착은 도에 달하고, 피해자는 두려움과 피로에 시달리는 상황 같은 것이 그렇다. 국내 영화로는 2018년 개봉했던 공효진 배우 주연의 '도어락'을 상기시키는 지점도 있다. 다만 상투적인 서사와 소재임에도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명분이 있는데, 여성의 배역과 역할이 확장된 것이 체감되는 고무적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남성 대 여성의 구도를 허물고 여성과 여성의 서사에 대입한 데다, 늘상 매체에서 무해하고 안온한 이미지로 매김 됐던 중년 여성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더불어 극중 그레타 배역을 맡은 배우는 '이자벨 위페르'인데, 그녀의 왜소한 외형과 섬세한 연기를 떠올리면 다소 상상하기 어렵지만, 실제 그녀는 후반부로 향해갈수록 광적으로 치달아가는 그레타를 완벽히 소화해 색다른 얼굴을 선보인다. 한편, 그레타의 스토킹에 응수하는 두 친구 '프렌시스(클로이 모레츠)'와 '에리카(마이카 먼로)'의 합도 좋다.
더불어 시의적인 메시지도 한 스푼 담겨 있다. 이를테면 분명 어긋난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긴 하지만, 극중 그레타가 계속 호소하는 친구, 관계 같은 단어들이라거나, SNS나 온라인 메신저 등으로 프렌시스의 안위가 보장된다고 믿는 아찔한 상황 같은 것을 바탕으로 뉴욕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피상적인 연결은 수월해졌지만, 진정한 관계 맺음은 소원해진 시대의 비극을 잘 녹여낸다. 물론 아쉬운 지점이 없다는 건 아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상투적인 서사에 여성 배역을 첨가한 것뿐이기에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작품성을 논외로 두고 예외적인 시도에 의의를 둔다면 그만큼의 기대는 보장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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