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속에선 거의 남캐를 선택하곤 했다.

씹덕겜을 하더라도 남캐를 한다면 내가 씹덕이 아니게된다는 생각으로 그랬던 것 같다.

로스트아크를 설치한 나는 여느 날과 같이 남자 캐릭터를 생성했다.

내 첫번째 캐릭 워로드

컨셉이나 외모 하나같이 내 취향이었지만

좆같은 백점프와 쉴드키고 맞딜하는 방식이 맘에 안들어서 접었다.

다음 캐릭은 의외로 여캐인 배틀마스터

남캐를 하고 싶었지만 다른 슈샤이어는 스킬이 맘에 들지 않았고 헌터류는 걍 병신같아서

그나마 주먹쓰는 무도가중에 선택했다.

인파이터와 고민했지만 과거 무협소설을 즐겨봤었던 나에겐 배틀마스터가 더 끌렸다.

하지만 내연 용포 바속 방천 월섬 화룡이라는 명확히 정해진 딜사이클에 금방 질려버렸다.

그 다음 디스트로이어, 인파이터

더욱 나아가 블레이드까지 키워봤지만 내 마음을 채워주는 캐릭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보았다.

음탕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다니는 마법사의 짤을

멈출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인 나는 순식간에 캐릭터 생성창을 열고는 마법사계열을 선택해 커스터마이징을 시작했다.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꼴리게

장장 두 시간이나 걸린 나의 커스터마이징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나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캐릭터 생성버튼을 누르는 것.

나는 그동안 저런 캐릭은 씹덕새기들이나 하는거라고 생각하며 그들과 나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기에 망설여졌다.

이 캐릭터를 시작하는 순간 나는 내가 평소에 병신취급하던 씹덕새기들과 같아질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나의 손에서 탄생한 캐릭터에 이미 홀린 뒤였다.

'캐릭터 생성'

처음 생성하는 마법사 계열이기에 튜토리얼을 시작하고

로헨델에 자빠져있던 내 캐릭터를 확대해서 보는 순간

'존나 예쁜데?'

니나브 이후로 처음 든 생각이었다.

내 마음 속 망설임과 고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나는 중간중간 마우스 스크롤을 굴려 내 캐릭터를 확대해서 감상하며 튜토리얼을 완료했다.

남은 것은 직업선택

나는 망설임없이 아르카나를 택했다.

전설아바타가 개꼴렸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캐릭터의 성능이나 컨셉은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예쁘고, 꼴리면 만족이었다.

그렇게 전직을 마치고 게임을 시작했다.

놀라웠다.

몇만원 아끼겠답시고 지겨움을 참으며 플레이했던 육성기간이 전혀 지겹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원망스러웠다.

그동안 씹덕임을 부정하고 남캐를 선호했던 과거의 나 자신이

이제 나는 깨달았다.

나는 씹덕이고 아르카나는 개꼴린다는 것을

그것을 마음 속 깊이 인정한 그때

나의 로아생활은 즐거워졌고, 다른 게임을 할 때도 전처럼 직업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도 혹시 로아가 지겹다면

그것은 자신이 씹덕임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아닐까?

ㅋ ㅋ ㅋ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