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한 여자가 모니터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드르륵거리며 내려가는 마우스휠이 잠시 멈춘것은
'리사 눈나 보고싶다' 라는 글을 보았을 때였다.
여자는 로아갤의 여왕, 리사였다.
로스트아크 시즌 2라......
덧없이, 소리없이 입속으로 그 단어를 되뇌어 보았다.
메타몽 길드장 자리를 그만둔 후,
로스트아크 시즌 2가 이제 막 시작한 참이였다.
첫날부터 터지는 각종 오류와 끝없는 점검...
'금강선은 정말 로스트아크를 버렸는가?'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내가 복귀해선 안 될 것 같았다.
자신의 빈 자리에, 좀 더 대가리 깨진 대깨로가 들어온다면,
그렇다면 메타몽이 정말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지 않을까?
시즌 1 낙원의 문 출시 이후
거짓말 같은 6개월 동안의 없데이트 기간...
자신은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은,
한계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미친듯이 미스틱&카슈 품앗이를 해도,
눈이 빨개질 때까지 디다큐&낙원하드 버스를 돌려도
돌아오는건 로붕이들의 조롱과 욕설, 인벤에서의 박제였다.
한계를 깨달았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한계를 깨버리지 못했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갑자기 바람이 쐬고 싶어졌다.
동수를 이끌고 밖으로 산책을 나섰다.
이상하게 더운 날씨였다.
오랜만의 산책에 신난 동수가 앞으로 달려나간다.
바보처럼 멍하게 뛰쳐나가는 동수를 눈으로 쫓는다.
그러다가,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응디탁]
전화가 온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로스트아크 시즌 2 때문이겠지.
로아 복귀하라는 걸까, 리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리사야?]
"그럼 나지, 누구겠어ㅋㅋ?"
리사가 힘 없이 웃는다.
그리고 짧은 침묵이 맴돌았다가 응디탁이 입을 연다.
[리사야...]
"어."
[나도 로아 접으려고...]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침묵이 휘감아돈다.
둘 사이에 갑자기 벽이 생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왜, 시즌 2 노잼이라서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그래.]
"노잼이라서 그런거야? 아니면 한계를 느낀거야?"
[둘 다......]
가슴이 답답하다.
너만은, 너만은 그러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냥 아프리카 같은데서 방송이나 할까봐.]
[너무 지쳤어. 커뮤니티의 반응...로붕이들의 욕설.]
'나도, 그것들이 힘들었어.'
[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접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에서야, 이해가 갈 것 같아.]
"디탁아..."
[좆년군주랑 유동 분탕충들이 날 쫓아내려 하는 것 같고,]
[우끼끼파라다이스 수장이라는 부담감이...]
[내가 로아를 접게 만드는 것 같아.]
"......디탁아."
[갤에서 나보고 이렇게 평가하더라.]
[길드원들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길드만 믿고 너무 나댄걸까.]
[그 길드원이 이제 날 받쳐주질 못하는 것 같아.]
입술을 깨문다.
갈대 같이 억센 감정이 가슴 안에 휘몰아친다.
볼에 닿는 바람이, 얼마 전의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날 보는 것 같아.
그래, 날 보는 것 같다.
나도 그랬지. 모든 것들을 참기 힘들었다.
로아를 아예 하기 싫은 적도 많았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하지만 너는, 달라야 해.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넌 달라야 한다.
"디탁아... 이건 내 욕심.. . 아니, 바램일지도 모르겠는데"
[???]
"넌 로아 접지 마라. 무슨 욕을 먹어도."
"그 어떤 욕을 먹어도 우끼끼파라다이스를 떠나지마."
[......]
"어차피 로아판이란게 그렇잖아."
"오늘 욕 먹었다고 내일도 똑같이 욕 먹을지 모르고,"
"어제 칭찬 받았다고 오늘도 칭찬 받을지 모르는 거잖아."
"로갤에서 나보고 그러더라."
"일벌들에게 버려진 여왕벌이라고."
"넌 그냥 내군이 버린거잖아, 길드원들이 널 버린게 아니라."
"너의 나약함이, 널 버린거잖아."
[리사...]
갑자기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떠나버린 고추잎.
떠나버린 에레게.
떠나버린 ...
나, 또슈.
"넌 달라져."
"오늘 받았던 욕을 잘 기억해둬."
"잘 기억해둬서, 다음엔 역시 응디탁이란 말이 나오게 만들어."
"남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너만의 길을 만들란 말이야, 알겠어?"
"나처럼, 바보처럼 쉽게 포기하지 말고!"
"너만의 길을 만들라고!!"
"모든 로아 커뮤니티가 너에게 열광할수 있도록!!!"
가슴이 웅장해진다.
떠나버린 모두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 아닌가...
혹시 고추잎이나 에레게도 이 말을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었을까.
아니, 어쩌면 나에게 하고싶은 말일지도 모르겠지.
나에게, 나약해져버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새롭게 찾아오는 시즌 2를 시작하라고-!
"...알겠냐? 꾸준히 갤 눈팅하면서 지켜볼 테니까."
"내가 했던 말 잘 기억해둬."
대답이 들려오지않는다.
대답 대신 돌아오는건, 옅게 흐느끼는 목소리.
그리고 잠시 후,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응디탁이 말했다.
[...알겠어, 고마워.]
"알겠으면 빨리 푸독이랑 팰컨이랑 게임이나 하러 가!"
리사와 응디탁이 동시에 웃는다.
터져버릴 것 같았던 마음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이 아침 안개마냥 사그라진다.
[근데 리사야,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
응디탁이 조심스레 묻는다.
[메타몽이 떠난거야, 메타몽을 떠난거야?]
리사는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미소를 띈 얼굴로 말했다.
"너가, 찾아온거지."
-END
서버는 아브렐슈드
길드는 우끼끼파라다이스
가입문의: 느내 초옼 스다코타 DK07 레드팰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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