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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빼빼로 제작 뒷이야기.txt

마도학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1.12 00:33:07
조회 239 추천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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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의 9번째 데이트이자 첫번째 기념일

나는 몇주 전부터 애인한테 선전포고를 해왔는데

"11월 11일은 비워놓아라."

"오지 마라 해도 갈꺼다" (진심이었음)

"언니는 수제빼빼로 Z존임" (사실 빼빼로 처음만듬)


...

일단 나는 초콜렛 자체를 만져본건 올해초가 처음임.

재미삼아 랜선 인맥한테 말했다가 약속하게되서

발렌타인 데이 선물해 준게 첫 경험. 당연히 그사람은 날 여자로 알았지만

니네도 알다싶이 외모에 자신감이 쳐져있던 트랜스젠더였던 지라 맛있게 먹어줘서 기분은 좋았는데 내가 먼저 연락 끊음.

어쨌든 이게 첫 경험. (나도 참 웃긴게 그닥 좋아한단 감정 없는데 존나 열심히 만들게되더라...;)


처음으로 만들었을때 나름대로 재미있게 초콜렛을 만들어서 '아 나중에 빼빼로 데이도 꼭 이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었음.

그 뒤로 두번째로 초콜렛을 만지게 됨. 초기 만등렀던게 꽤 이쁘게 나왔던지라 이번에 만드는 것도 자신감이 꽉차있었음.


...사실 그래서 정말 준비를 많이하려했음.

내가 쓸데없는 자신감으로 그렇게 말했고, 수제 빼빼로니까 당연히 크게 기대할 걸 생각했음.


오프라인 선물 자체가 처음이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빼빼로를 주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내 빼빼로를 받았는데 별로면 어쩌지...라고 깊이 생각하며 어떻게든 많은 준비를 하려 했음.


마빼빼빼로의 구상은 11월 1일부터 시작함.

정말 많은 걸 준비하고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구상이 헛됬고, 너무 벽이 높더라.


초기 빼빼로 주문서는 28000원 가량. 수요일쯤에 주문했던듯함. 박스 모두 포함해서 저 가격.

...이었는데 취소. 초콜렛이 지나치게 많다 생각해 취소했는데 개명 신청하러가는 과정이라 재주문을 못했음.


두번째 빼빼로 주문서는 23000원 가량. 금요일에 주문했음.

박스는 따로 사더라도 구성 자체는 내가 의도한대로 하고 싶었음.


그 뒤 마빼뺴로의 포장 구상을 시작함.

초기 구상한 마빼빼로는 ↗↑↖ 식으로 포장하려 했음. 위아더 월-드

각 꼭지점에 빼빼로가 중앙을 향해 놓여져 있고 중앙에는 바로 캡사이신이 섞인 마빼빼로가 놓여져있는 거지.


..네 취소 생각보다 안이쁠거 같아서...


두번째 구상한 마빼빼로는 상자 안의 상자 컨셉이었음.

가장 큰 박스 안에 박스 세개와 흔히 파는 빼빼로가 놓여져 있고 크기별로 나뉘어져 있는 박스 안엔 각각 크기에 걸맞는 빼빼로가 놓여져있는 그런 거.

그리고 그 안에 편지가 각각 들어있음 KIA 감동의 물결...


사촌 오빠가 예전에 빼빼로였는지 화이트데이였는지 발렌타인데이였는지 모르는 날에

꽤 큰 박스를 가지고 있는걸 본 적이 있었음. 수제가 아니라 흔히 파는 거였지만 그걸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음.


사실, 정식적으로 구상 가능했던게 일요일 밤밖에 없었던지라 거의 이걸로 확정지어 생각했고, 별 무리 없는한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불발!!


첫번째 문제는 이쁜 박스가 없었음.

다이소에서 흔히 파는 박스는 성의없어 보일 거 같아서 꽤 꺼려졌음.


두번째 문제는 걸맞는 박스가 없었음.

다이소 개씨발 병신...

월요일 밤 늦은 시간 거진 3시간동안 문구점을 돌아다니며 포장 박스를 찾아다녔는데 내가 생각한 포장박스는 찾을수가 없었음.

그리고 그보다 작은 박스가 7500원씩 하더라 씨발...


결국 포기.

집 와서 아 씨발 포장을 어찌하지 깊이 고민해본 결과 내일 다이소를 들러 박스를 사기로 함.

하지만 그 내일은 11월 11일...오 씨발... 일단 빼빼로를 졸라 열심히 만듬.



마빼빼로의 구성은 처음엔 '맛'에 초점을 뒀음.

평범하게 보이는 빼빼로들 사이로 우뚝 솟은 빼빼로는 사실 캡사이신 빼빼로였던 것이다!!!

...같은 걸 하려했음.

근데 여친이 일단 거부했고, 나도 그닥 이상한 맛 날거 같아서 별로 하고싶지 않아졌음.



두번째는 '색'에 초점을 뒀음.

애인이 파스텔톤 칼라를 좋아한다고 함. 그래서 그에 걸맞게 블루베리, 딸기, 망고, 멜론 등

별 이상한 빼빼로 다만들어 이쁘게 꾸며놓아주면 좋아하겠지 생각했는데...

역시 문제가 있었음.


딸기 빼빼로를 만드는데 딸기 초콜렛이 안녹는 문제가 발생함. (지금도 뭐가 문제인질 모르겠음.)

거기다가 가스레인지가 없어 뜨거운 물이 담긴 컵 위에 초콜렛 담은 컵을 놓고 중탕시키는 방법을 쓰다보니

다수의 초콜렛을 만드는건 크게 무리가 생겨버림. (그래서 존나 단순한 빼빼로가 되버림.)



세번째는 '양'에 초점을 뒀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망쳤고 그래서 내가 미친듯이 먹어서 양이 자동으롲 ㅜㄹ어듬



그리고 실질적으로 진행된 구상은 월요일에 퇴근할때쯔음 이사님이 홍삼 병을 주시길래


헐 이거다

그래 마빼빼로는 구상이지 맛이 문제가 아냐


라고 생각해 홍삼병을 같이 포장함.

뜬금없는 Z존홍삼을 보면 여친이 '역시 마도학자 언니다워 하하하 이언니 하하하' 라고 넘길거라 생각하고 구성은 종료.



그 다음은 편지.

편지를 숨겨놓고 정말 뜬금없이 '하하하 이 편지를 보다니 대단하군 하하하' 라고 쓰면

'하하 역시 언니다워 하하' 라고 할줄알아서 이걸로 하려했음.


같이 빼빼로도 포장되어있으면 금상첨화일거라 생각해 블루베리 빼빼로 1개 + 편지를 담아 박스 안에 숨겨놓으려 했었음.

하지만 가난해 볼펜하나 없던 마도학자는 볼펜을 찾다가 빼빼로를 부숴먹고 말았어여!!! 개씨-발.... 거기다가 볼펜은 진짜 없어서

결국 아예 쓰지못한채 11일날로 넘어감.


일도 꽤 바빴고 일할때 딴짓하지 않기위해 점심 시간에 점심을 굶고 편지를 씀.

처음에 쓰려하니까 정말 잘 안써지더라. 막 뭔가 손이 벌벌 떨리면서 안써짐.

그래서 개명신청서 쓸때처럼 컴퓨터로 작성한 뒤 손으로 쓰려고 시도해보니 Z존 잘써짐 역시 디시인...


마지막으로 특별 선물.

...역시나 박스 안에 같이 꽃을 담아두려 했는데 뜬금없이 보고 놀라라는 뜻이였음.

꽃을 받는 건 그 누구나 로망이 될 수 있고, 특이하고 독특한 기억을 새겨줄 거라 생각해서 10일날 주변 꽃집에 방문함.


처음에 사려했던 꽃은 장미였는데 너무 흔한거 같아서 패스.

두번째 사려했던 꽃은 히아신스였는데 '나를 용서해줘'라는 꽃말을 '나를 사랑해줘' 라고 착각해서 그런거였음. 하지만 지금은 안핀댄다.

세번째 사려했던 꽃은 백합이었는데 장미보다 흔하지 않으면서도 장르상 레즈를 뜻하기에 여성스러운 기억을 새겨줄 거라 생각했음.


백합도 똑같이 한송이에 3000원이라고 하길래 백합 사려고 맘먹고 11일날 밤, 퇴근하자마자 꽃집에 방문함.

...근데 백합이 아직 덜피었대 개씨-발... 


순간 떠올린게 흑장미. 어쩌다가 흑장미의 꽃말도 보게됐는데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흑장미 없어여? 물어보니 어...흑장미 비슷한색은있는데 ^^;; 라고 하길래 그걸로 삼.


결국 이걸로 마빼빼로 완성!!

생각과는 많이 달라졌고, 이쁘지도 않아졌지만 두개의 박스와 장미꽃을 들고 서울대입구역에서 구산까지 가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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