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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백호는운동이싫다1앱에서 작성

OoOo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18 12:26:24
조회 132 추천 8 댓글 7

샌드백을 죽어라 치는 하얀색 백호 수인이 있었다.



“살벌하네.”



마치 자기 손 따위는 망가져 버려도 상관없다는 듯, 죽일 듯이 샌드백을 치는 백호 수인이 있었다.

복싱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옆에 있는 근육질의 남성, 아다디도디스 브랜드 티를 입은 관장도 곤란한 듯 그런 백호를 바라보았다.



“저분은 실연이라도 당하신 건가요.”

“그게…”



망설이다 말을 꺼내지 못하는 관장.

꺼내야 할 말과 그렇지 않아야 할 말을 입 안에서 골라내듯.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저분은..”



쿵.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샌드백.

바닥이 울렸다.

육중한 샌드백에서는 모래가 터져 나왔다.

천장과 그것을 이어주던 쇠사슬은 부서진 채 휘어져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백호는.



손은 퉁퉁 부어서는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엉엉 울고 있었다.

덩치에 맞지 않게도 서럽게 울었다.



“백호 씨. 이제 그만해.”

“죄송합니다. 관장님.”



그렇게 난장을 벌여놓고 나가는 백호 수인이 복싱장에 있었다.



첫날에.



*



자취방이었다.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내 자취방.

누워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나날.



복싱장은 그만둔 지 오래였다.



며칠 다니다가 그대로 방치된 회원권이 구석에서 먼지가 얹혀가고 있었다.

만약에 실체가 있었다면 그랬을 것 같았다.



배고프다.



지루한 마지막 학기.



적성에 맞지도 않는 체육교육학을 전공하느라 날려버린 내 시간과 돈이 아까웠다.

손에 잡히는 것은 레토르트 카레.

일주일째 이것만 먹었더니 신물이 올라올 것 같다.



배달이라도 시켜볼까.



나는 식사의민족 앱을 켰다.

배달 팁 더럽게 비싸네.



앱을 끄고 다른 배달앱인 저기요를 켰다.

여기도 비싸긴 마찬가지네.



중국집이 타임세일 중이네.

로제 마라떡볶이가 눈길을 끌었지만, 난 가난했다.

리뷰 별점은 별로였지만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다.



딩동.



벨이 울렸다.



“곧 나갑니...”



우당탕탕.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음식들로 난장이 된 바닥.



그리고.



저번에 복싱장에서 봤던 백호 수인이 있었다.

서비스 짬뽕 국물을 뒤집어쓴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



“뭐지 씨불.”



무심코 입에서 나온 소리.



“괜찮으세요?”



백호 수인은 대답이 없었다.

엎어진 음식들을 보고 눈물만 뚝뚝 흘릴 뿐.

흐느끼지도 않고, 눈물을 닦지도 않는다.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는 사람.



“저기요…?”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호 수인이 이상했다.



“저기요 백호 씨?”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이쪽을 바라보는 남자.



“...누구세요?”

“저번의 복싱장에서요. 아. 백 씨는 저 못 보셨겠구나. 복싱하시는 거 봤어요.”

“아…”



그나저나.

바닥을 완전히 적시고 있는 음식물들이 거슬렸다.



“이거 어떻게 하실 껀가요.”

“아…”



다시 멍해진 백호 수인이 이상했다.

이 사람 뭐지.



“일단… 일단 치우고…”

“네.”

“제가 변상해 드려야죠 뭐…”

“저 지금 배고픈데요.”



나를 바라보는 백호 수인.



“탕수육까지 시켜드릴게요. 어떠신가요...”



탕수육은 좋네.



“콜. 그러죠.”



우리는 잠시 바닥을 치웠다.

양이 상당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제 오토바이에 타세요.”

“오토바이요.”

“꽤 멀거든요. 중국집. 길림성이라고 아세요?”

“아…”



그냥 가까운데 가면 안 되는 건가.

1인승 오토바이에 건장한 수컷 둘이 타는 건 거의 자살기구에 몸을 맡기는 것 같은데.



“그냥 가까운데 가면 안 되는 건가요. 저기 사거리에도 중국집 있는데.”

“저쪽이 맛있어요.”



백호는 잠시 말을 우물거렸다.



“...싸기도 하고. 미니탕수육도 있거든요.”

“일단 타죠. 안전 운전 부탁드려요.”



백호 씨의 오토바이는 핑크색이었다.



“아… 친구한테 빌린 거라… 일단 뒤에 타세요.”

“주눅 들지 마세요. 매일 반복하는 일에 새로움도 있으셔야죠.”



“울고 싶네요.”



1인승 배달용 오토바이에 낑겨탔다.

백씨 뒤에 자리를 잡았다.


“꽉 잡으시면 안 날아가실 것 같은데...”

"네."



어이가 없네.

그만큼 오토바이는 작았다.



오토바이는 출발했다.

산들바람이 곁을 스쳤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모르는 사람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집에 가네.



배는 고프니까.



처음에는 어깨를 잡았다. 중심을 잃고 날아갈 것 같았다.

그다음은 허리를 잡았다.

근육.

진짜 많으시네.



조금 지나니 길림성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좀 지난 오후.

칙칙한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오토바이를 간단하게 주차한 백호 수인이 나를 이끌었다.



“들어오세요.”



약속했던 대로 백호 씨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그리고 자기 몫의 짬뽕을 시켰다.



음식이 나왔다.

쩨쩨하게 미니 탕수육이네.

쪼잔한 새끼.



“죄송합니다. 제가 다 쏟아버려서.”

“죄송하시면 미니탕수육이 아니라 최소 대짜는 시켜주셨어야죠.”



얼굴이 붉어진 백호 수인은 고개를 숙였다.



“제가 돈이 없어서요.”



돈이 없구나.



“그래 보이세요.”

“아… 저희 그냥 먹죠.”

“괜찮아요. 저도 돈 없어서요.”



어색한 침묵이 주변을 맴돌았다. 단무지는 아삭하고 동시에 시큼했다.

짜장면은 적당히 맛있었다.

짬뽕이 맛있어 보이네.



먼저 침묵을 깬 건 나였다.



“이 주변에 사시나요?”

“아… 네. 저도 그 근처 원룸 살아요.”

“점퍼대 학생이신가 봐요.”

“아뇨. 그냥 거기로 쫓겨났어요. 저 고졸이에요.”

“아…”



숨 막힌다 이 사람.



“대학가 주변 원룸 비싸지 않나요.”

“몰라요…”



뭐지 이 사람.



“그냥 여기 쭉 살았어서요. 편의점도 가까워서 담배 사러 가기도 좋거든요.”



진짜 뭐지.

음식도 거의 다 먹어간다.

그러고 보니 복싱장에서는 왜 그랬던 걸까.



“복싱장에서는 왜 그러셨어요?”

“어떤…”

“그. 막 샌드백 치면서 오열하셨잖아요.”

“아…”



잠시 표정이 굳는 백호 수인.



“신경 끄세요.”



신경끄라니. 무례하다.

괜한 걸 물어봤나.



“뭐.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요.”

“그냥 뻔한 레파토리죠. 야구선수가 꿈이었다가 포기하고. 오열하고.”



아…



“쓰레기 같이 살고.”



음.



“그럴 수 있죠.”

“그래서 복싱선수로 전향했는데. 그것마저 소질이 없어서요.”

“좆같아서 샌드백 쳤는데 그거마저 터트려 버리는 민폐 덩어리가 저에요.”

“관장님도 좋은 분인데. 배상 안 해도 된다고 하긴 하셨는데 분명 화나셨겠죠…”



백호의 눈에서 다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뜨린다.



"사실 그것만 그런게 아니고, 끅, 게다가 좋아했던 사람이..."



맛없다 남은 짜장면.

우는 남자 앞에서 짜장면을 먹는 취미는 없다.



“슬슬 일어설까요.”



*



다시 핑크색 오토바이를 타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현관에서 머뭇거리는 백호 수인.

나는 껄끄러운 인연에 작별을 고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저…”

“네.”



백호가 망설이다 말을 꺼낸다.



“그. 이름이라도 알 수 있을까 해서요. 나이대도 비슷해보이고.”

“그… 친구라도 될 수 있을까 해서.”



백호가 바닥을 본다.



“저 친구 없거든요.”



나도 친구 없는데.



“그래요. 그럼 친구 하죠. 저희. 제 이름은.”



잠시 망설였다.

유명 엔터테인먼트 사장 이름과 비슷해서 놀림을 받았던 터라.

그렇지만 내 이름인데 어쩌라고.



“박진영이에요.”

“아… 진영씨. 저희 가끔 만나서… 밥 먹어요.”

“그러죠. 뭐. 그쪽 이름은 알고 있지만 한번 더 말해주세요.”

"아... 전, 강백호요."

"그래요."



흰 털이 세련된 백호 수인은 자신감없는 눈으로 현관문을 보고 있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오늘 죄송했습니다.”

“가세요~”



문이 닫혔다.

다시 혼자가 된 나.



오랜만에 사람하고 이야기해 봤네.

그 사람. 근육이 엄청났는데 왜 운동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잘할 것 같은데.






섹시했지 그 사람.

존나 식 되네…

사귀고 싶다.



*



들어온 자취방 안.

암막 커튼을 걷으면 햇빛이 원룸을 비춘다.



벽면에는 다양한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갈기가 풍성한 CEO 백호 수인.

몸이 좋은 수영선수 백호 수인.

유명 스트리머 백호 수인.



공통점은 그들이 모두 백호 수인이라는 점이다.



진열대에는 아크릴 굿즈들이 나열되어 있다.

물론 전부 백호 수인 마스코트들이다.



그것들을 바라볼때면 입가에 피어오르는 미소를 주체할 수가 없다.


*

고추들이 득실거리는 점퍼대학교 체육교육학과의 4학년 막학기를 보내고 있는 화석.

나는 백호 수인 애호가이다.

_____________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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