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 글쓰는 건 첨인데,
그냥 밑에 글 중에 귀,말 트이는데 얼마나 걸렸냔 얘기가 있길래 옛날 생각하면서 써바
한줄요약하면 "언어공부는 원어민들에 둘러쌓여 살면 거저먹을 수 있다"니까
긴 글 읽기 싫으면 백스페이스해도 무방


다들 학원도 다니고 연수도 가고 매일매일 장시간 일본어마라톤도 해봤겠지?
나도 수능끝나고 초급회화 두달인가 다녔고, 워낙 덕질을 튼실하게 해뒀고,
심지어 어렸을 때 서예를 배워둔 덕에 일어에 대한 기본은 좀 있었어.
일본어를 접하는게 어색하지 않았지.
한자도 하나도 안무섭고 말야.

그 상태에서,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어. 난 영문과거든-_-
기숙사에서 9달을 살았는데, 거기에 물론 제일 많은건 한국인이고, (30% 이상)
일본애들도 제법 있었는데 룸메이트가 일본애가 걸린거야.
근데 걔가 좀 웃기고 인기가 있어서 다른 일본애들이 항상 우리방에서
떠들고 놀고 마시기 시작했고, 나도 같이 끼워주더라고.

연수생활 쓸쓸하고, 영어는 안느는 판에 에라모르겠다 많이 어울렸어.
일본어도 한국에서 학원 다닐때 잘한다 소리도 들었으니까 자신감도 약간 있었는데,
막상 원어민들이 지들끼리 떠드는 걸 들으니까 한개도 못알아먹겠는거야.

(그리고 이건 영어도 마찬가지야. 수업가서 선생님이랑 얘기하면 되지만,
그 동네사는 애들이랑 얘기하면 서로 못알아들어. 교과서랑 현실은 너무 다르더라고)

인사부터가 곤니찌와가 아니고 옷쓰, 츄잇쓰- 뭐 이딴 식으로 해대고,
자주쓰는 단어들, 동사나 형용사들이 전부 교과서에 나온 것과는 다른 회화체로 하니까
도저히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더라고. 게다가 반은 도쿄, 반은 오사카 출신이라
이게 사투린지 표준언지도 모르겠는 엄청난 상황이었어

그 상태로 대략 3개월이 지나니까 그제서야 오오키이는 데카이,
치이사이는 칫챠이라고 한다는 것에 눈치를 채고, 그 외의 구어체표현들도 조금씩
알겠더라구. 현지회화에 귀가 트인거지. 그치만 아직 오사카 사투리는 구분을 못했어.
그게 사투리인줄조차 몰랐고.

말이 트이는 건, 일단 귀가 저정도로 트였다면 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돼.
자신감만 있으면 일본어 발음이 영어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고 왠만큼 떠들 수 있어.
억양이나 세세한 발음교정 같은 것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고.

하지만 나는 당장 영어공부하러간 입장이었으니 일어는 귀트이고 반 년정도를 계속 듣기만했어.
그러다가 연수 끝나기 4주전부터 일본어도 떠들기 시작했는데 금새 발음 잡히고
적당히 긴 문장도 말할 수 있게 되더라구. 물론 따로 공부를 한 게 아니니 어휘도 딸리고
표현력도 형편없었지만, 일본애들이랑 어울려 노는데엔 불편함이 없었어.
반말밖에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야-_-

쓸데없이 긴 글 써서 미안한데,
난 이렇게 해서 일어회화를 사실상 거저 먹은 케이스야.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 기숙사에 경희대에서 1년 교환학생하고 온 일본애가 있었는데,
걔도 한국에서 학교 다녔을 때보다 미국기숙사에서 한국인들이랑 반년 살면서 공부한 게
훨씬 더 도움이 됐다고 그랬어. 일본가서 한글시험도 본댔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이상이고,

날추운데 민나 감기조심하고, 고레까라 요로시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