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효용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여지고 있다. 가상화폐로 물건을 사는 것도 버거운데 이 기술이 우리 삶에 무슨 변화를 주냐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가 이유 없이 부정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과 언론이 기술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대중에게 전달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웹3.0’, ‘탈중앙화’, ‘거래의 투명성’ 등의 거창한 수식어구로 포장되지만, 투기의 수단으로 사용됐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라는 신기술을 포기해야 할 이유도 없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웹 3.0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를 하는 갤러리엑스의 에릭 고 공동설립자는 “이 산업이 성장하려면 다양한 도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도전이란 무엇일까? 에릭 고 공동설립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갤러리엑스 에릭 고 공동설립자
"웹 3.0 산업의 성장, 다양한 협력과 도전이 필요하다"
갤러리엑스는 웹 3.0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으로, 차별성을 위해서 '하이 퀄리티'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이다. 3D 메타 아바타를 만들고, 메타 아바타와 사람이 온라인 세상에서 입을 수 있는 디지털 패션을 제작하며,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웹 3.0 콘텐츠를 창작하는 스튜디오인 것이다. 메타 아바타가 가상 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이들이 제작하고자 하는 콘텐츠에는 제한이 없다.
웹 3.0은 디지털 콘텐츠에 소유권을 추가한 개념이다. 지금까지 콘텐츠는 네이버나 메타(구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플랫폼 서버에 저장됐다. 사실상 플랫폼에 귀속됐던 것이다. 반면,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콘텐츠의 소유자를 지정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NFT처럼 말이다.
에릭 고 공동설립자는 “웹 3.0은 기존 산업의 경계를 허문다. 패션과 뮤직은 각자의 커뮤니티가 있었지만, 웹 3.0 세계에선 블록체인이란 기본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협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은 웹 3.0과 관련된 산업이 ‘가상화폐’에만 매몰됐다는 것이 갤러리엑스의 진단이다. 이에 갤러리엑스는 해외의 웹 3.0 기업들을 한국으로 초빙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전파돼서 다양한 생각이 부딪치면 또 다른 혁신을 낳는 연쇄 작용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넥스트 웹 3.0 포럼, 출처=갤러리엑스
지난 6월 일론 머스크의 모친인 메이 머스크가 참여한 한국의 ‘넥스트 웹 3.0 포럼’도 갤러리엑스와 WWD코리아가 글로벌 테크 리더들과 함께 진행한 행사다. 이 자리엔 디지털 패션 브랜드 알티팩트 공동설립자 겸 나이키 디렉터인 브누아 파고토와 드레스X 공동설립자 나탈리아 모데노바 등 글로벌 인사들이 참여했다.
에릭 고 공동설립자는 “이 자리에서 ‘창작적인 요소가 있는 어떤 것이든(anything creative)’ 메타 세상에서 갖고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뮤직, 패션, 뷰티 등 장르를 막론하고 해외에선 어떤 사례가 나왔는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갤러리엑스는 WWD코리아가 개최한 아트 갈라에 참석하고, NFT를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을 기념해 열린 행사로, 웹 3.0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신진 아티스트를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지난 9월 2일 강남 테헤란로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WWD코리아가 개최한 아트 갈라, 출처=갤러리엑스
에릭 고 공동설립자는 “웹 3.0 산업이 성장하려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가 필요하다. 웹 3.0도 결국엔 콘텐츠가 기반이 돼야 한다. 성공 케이스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등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했다.
한국은 P2E(Play To Earn)가 불법으로 규정되고, 가상화폐 규제공백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시도되지 못했던 국가다. 난관에 봉착한 웹 3.0 산업이 다시 일어서려면 해외 성공 사례를 국내에서 시도하는 것처럼 다양한 도전이 나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갤러리엑스가 굳이 경쟁자들과 웹 3.0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웹 3.0 정보를 공유하는 이유는 웹 3.0 산업을 형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산업이 먼저 발전하고 다양한 플레이어가 등장해야 경쟁이 나타나며, 제작되는 서비스와 상품의 퀄리티도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
해외에선 글로벌 기업들의 웹 3.0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이키는 스니커 전문 NFT 콜렉터블 제작사 RTFKT(아티팩트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아티팩트는 디지털 세상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운동화,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기업이다. 나이키의 메타버스 진출을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디다스도 NFT를 출시했고, 이를 실물 상품과 교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PFP를 비롯해서 웹 3.0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긴 하다. 갤러리엑스가 추구하는 건 먼 미래에 펼쳐질 웹 3.0 시대를 위한 ‘교두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험해보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걸 구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도 경험하는 웹 3.0의 세계
에릭 고 공동설립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웹 3.0이 대중의 일상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는 “실물 경제를 무시하고 디지털 세상에서만 살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것은 실제 세상이고, 먹고 마시고 보는 오감과 관련된 세상에서 웹 3.0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웹 3.0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옷 가게에서 디지털 패션을 미리 착용해보고 이를 주문해 집으로 배송받는 것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에겐 웹 3.0을 경험해볼 기회가 필요하다. 이를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완 작가의 작품에 웹 3.0을 접목한 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갤러리엑스는 9월 드레스X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디지털 패션 콜렉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디지털 패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도 곧 런칭한다. 현재 트위터의 유료 구독서비스인 ‘트위터블루’에선 PFP NFT를 프로필로 설정하는 기능이 가능한데, 갤러리엑스도 다양한 플랫폼과 협약을 맺어 디지털 패션을 해당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갤러리엑스는 버츄얼휴먼도 제작하고 있는데, 추후엔 메타 아바타가 디지털 패션을 입으며 디지털 세상에서의 ‘나’를 나타내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에릭 고 공동설립자는 “앞으로도 웹 3.0 크레이티브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전 세계를 돌면서 넥스트 웹 3.0 포럼을 열 계획이다. 9월 24엔 성수동 갤러리에서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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