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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스포츠를 위한 공론의 장 필요" 경성대 e스포츠 연구소 이상호 연구 교수

게임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4 18:35:25
조회 77 추천 2 댓글 0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제 e스포츠는 산업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e스포츠를 스포츠로 규정하고 그 투자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한국은 아직까지 e스포츠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과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작 최강국이어야 할 종주국이 첫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한 각종 게임들은 e스포츠 대회를 대표적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인식하고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더불어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LCK는 이미 시스템적인 체계를 갖춰가고 있고, 선수들의 연봉이 일반 스포츠 선수의 연봉을 넘어서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적 시장에 관련한 각종 논란과 문제들은 기성 스포츠들이 이미 거쳐 간 것들로, 이는 e스포츠가 단순 게임을 넘어 스포츠의 영역에 들어섰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 e스포츠의 현실과 전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런 일련의 의문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게임와이는 부산 경성대학교 e스포츠 연구실에서 이상호 e스포츠 연구소 연구 교수와 만나 한국 e스포츠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는 역서 '보이지 않는 e스포츠'와 'e스포츠의 이해'의 저자이기도 하다. 


경성대학교 e스포츠 연구소 이상호 연구 교수


경성대 e스포츠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이상호 연구 교수는 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재직 중인 이상현 부장과 함께 게임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일본 세가 아케이드 관련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0년도 중반에 이르러서는 검도와 관련된 학문의 길에 들어섰다.

이상호 연구 교수는 현 검도 6단으로, 무도와 관련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과정에서 지각과 행동에 관련된 인지 과학을 전공했고 이후 심리학과, 체육학과에서 강의를 했다. 위와 같은 경험들을 토대로 현재는 한국 e스포츠 학회 총무이사이자 편집위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경성대학교 스포츠건강학과와 대학원에서는 e스포츠, e스포츠 인지 행동, 스포츠 철학, 스포츠 윤리 등을 강의하고 있다.

Q. 하고 계신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우리 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의 12억 규모 지원 사업에 'e스포츠의 학문적 토대 연구 구축'이라는 주제로 선정되어 올해로 3년 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분야는 '왜 e스포츠가 재미있는가, 왜 e스포츠에 열광하는가'를 철학, 인지과학 등의 학문적 접근을 통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 e스포츠를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e스포츠의 지속 가능한 학문적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e스포츠 선수들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선수의 의지와 행동, 태도, 자세 등에 따라 선수의 기량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 연구 중이다. 


경성대학교 e스포츠 연구소 이상호 연구 교수


Q.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샐러리캡(salary cap, 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이러한 연봉 상한이 현 상황에 필요하다고 여기는지?

A.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연봉을 받기 원한다. 하지만 선수 연봉이 전체 구단의 운영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구단의 자체적 수익 모델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선수 입장에서는 짧은 선수 기간 안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고,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어나는 연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는 e스포츠가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면서 야기된 문제로, 이미 기존 스포츠 영역에서는 다분히 겪어오던 문제다. 한국의 경우 아직 프로구단이 모기업의 지원 없이 운영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구단 자체의 노력으로 관중 수입, 광고, 상품 등의 기타 수익으로 운영에 보탬을 주고 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공론의 장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탬퍼링(Tempering, 선수가 계약이 끝나기 전에 다른 팀과 허가 없이 접촉하는 행위)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같은 맥락이다. 2019년 카나비 선수의 노예 계약을 필두로 많은 곳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이는 윤리적 문제와 연결해야 한다. 비록 'e스포츠 공정위원회' 가 존재하지만, 이는 강력한 법적 영향력을 가진 조직이 아닌 민간형 위원회로 그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탬퍼링 사건과 같은 문제들의 처리는 합법적으로 강행할 수 있는 제도와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중국이나 서구권 등 해외 선진국의 e스포츠 투자 규모 및 한국과의 차이는 어떠한가?

A. 통계업체 뉴주에 따르면 2020년 10억 달러에서 매년 10% 넘게 성장하여 23년에는 15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하는 수준이다. 이곳에서 한국의 역할은 10% 미만으로 그마저 매년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정부에 의해 직업 체육에 포함되어 있고, 정책지원이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e스포츠는 스포츠에 포함될 수 없다'에서 '국가의 명예를 세계에 떨친다'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구권에서 e스포츠는 IP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메카 스포츠로서의 기능을 고려해 상당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스폰스, 상품 판매 및 티켓, 스트리밍, 광고, 럭셔리 브랜드 등 충분히 투자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규모의 경제학 측면에서 e스포츠의 투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인데, 물론 국내에서도 한국 표준 직업분류에 의해 직업 운동선수로 인정받고는 있지만, 현실에서 e스포츠 선수는 하나의 직업으로써 인식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Q. 최근 국정감사에 등장한 대한체육회 정식 종목 문제 등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한국 e스포츠를 바라보는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e스포츠를 다루는 곳이 제 1차관 콘텐츠 정책국이고 대한체육회나 아시안 종목은 제 2차관 체육국으로 되어 있다. 한국 e스포츠 협회가 대한체육회의 인정 단체로 되어있긴 하지만 체육회에서 e스포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국 e스포츠 협회는 기존 e스포츠 종목 단체의 후원을 받고 있다. (FIFA처럼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식 스포츠 협회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대한체육회나 e스포츠협회 둘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Q.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도타2, 카운터스트라이크 정도가 전 세계적 인기 종목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종목들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다른 e스포츠 종목의 흥행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다시금 게임 업계로 돌아가 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종목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선정 종목에서 볼 수 있듯 현재는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들이 채택되고 있다. 따라서 더 나아가면 앞으로는 모바일 디바이스 외에도 AR/MR/VR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Q. 추후 한국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A. 한국 e스포츠의 미래는 생활 e스포츠를 어떻게 활성화 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e스포츠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재원이다. 일례로 이번 롤드컵 결승에서 만난 EDG에도 한국 선수가 두 명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중국이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담원 또한 EDG에 견줄 만 한 팀이라고 생각된다. 한국 e스포츠는 종주국으로써 그 위상을 갖지만, 잘못되면 단순한 선수 농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e스포츠의 미래는 프로 e스포츠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학과나 전문 교육기관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선수를 양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의 비즈니스 영역 외 철학, 심리, 뇌 과학, 디지털 등 인문과 공학의 이해가 전제된 새로운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이러한 학문적 내용이 뒷받침 될 때 그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e스포츠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이를 위해 e스포츠와 관련된 논의를 할 수 있는 전체적인 토론의 장이 마련되거나 통합 기구가 설립됐으면 한다.


경성대학교 e스포츠 연구소 이상호 연구 교수


Q. 끝으로 국내 e스포츠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다른 관점의 답변일 수 있겠지만, 정말로 e스포츠를 사랑한다면 내가 왜 e스포츠를 좋아하는지 한번 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e스포츠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e스포츠 산업과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이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e스포츠팬들에게 단순히 'e스포츠를 사랑해 달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넘어 e스포츠팬으로써 이 문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단순히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e스포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스포츠는 스포츠다. 게임에는 중독의 가능성이 있지만, e스포츠에는 중독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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