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신재연 기자] 15일, 900여 종에 달하는 게임을 모아 10달러(한화 약 1만 2,000원)에 판매하는 'itch.io 번들 포 우크라이나'의 모금액이 531만 달러(한화 약 66억 원)를 돌파했습니다. 높은 할인율과 멋진 기획 의도로 출발 당시 목표인 100만 달러를 순식간에 넘어섰죠.
번들 주문 마감까지는 앞으로 약 사흘 정도가 남았는데, 아직까지도 구매를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해 900여 종의 게임 중 믿고 '찍먹' 해도 후회가 없을 게임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워낙 싼 가격이기에, 저 중 두세 개만 재미있게 즐겨도 이득이니까요!
아, 아쉽게도 이번 [겜ㅊㅊ] 에서 소개해드릴 게임은 모두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영어가 쏟아지는 게임은 없어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1. 바바 이즈 유(baba is you)
퍼즐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퍼즐 게임, ‘바바 이즈 유’가 첫 번째 주인공입니다. 게임의 조건을 문장으로 창조하고, 그 조건을 달성하면 클리어 할 수 있는 독특한 요소로 큰 인기를 끌었죠. 문장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상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기 토끼 ‘바바’가 될 수도 있고, 배경처럼 서있는 ‘벽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직접 ‘열쇠’도 됩니다.
처음에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진행하면 할수록 시들어있던 두뇌를 필사적으로 사용해야만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열쇠’를 ‘문’으로 여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생각도 필수적이죠. 그래서인지 게임이 진행될수록 고통 받은 한국 게이머들은 “바바 이즈 유가 아니라 ‘바보 이즈 유’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2. 캣츠 아 리퀴드(cats are liquid) 시리즈
캣츠 아 리퀴드는 워낙 유연해 생물이 아닌 액체설까지 도는 고양이 관련 농담을 모티브로 한 2D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갇힌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양이의 모험을 그리고 있죠. 플레이어는 ‘액체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하얀 고양이를 조작해 맵을 클리어하면 됩니다. 첫 작품 ‘그림자 속의 빛’에서는 약 90개, 후속작인 ‘더 나은 곳’에서는 약 120개의 맵이 제공되며, 후속작에서는 월드 에디터가 포함되어 있어 자신이 원하는 맵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시리즈는 주인에 의해 갇힌 고양이의 모험으로 시작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얻어 더 넓은 곳으로 떠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렇게 탈출한 고양이는 친구들과 함께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멋진 모험을 하게 되죠. 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빛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좌절이나 현실과의 괴리 등 어두운 요소들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게임의 설명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 아님’이라는 설명을 명확히 해두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모든 게 잘 될 거야’라는 메시지로 하여금 희망찬 엔딩을 묘사하니, 한 번쯤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3. 어텐타트 1942(Attentat 1942)
세 번째 게임은 조금 무거운 내용을 가지고 있는 ‘어텐타트 1942’입니다. 어텐타트(Attentat)는 실패한 정치적 테러나 쿠데타를 뜻하는 단어로, 게임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1942년, 나치 지배 당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사건에서 촉발된 ‘체코 민간인 대량학살’을 간접적인 배경으로 삼고 있죠.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당시 발생한 보복이라는 이름의 학살로부터 도망치며 겪게 된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내용의 주가 됩니다.
제작사인 ‘카를 게임즈’는 더욱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체코의 역사학자들과 4년 가량의 협업 끝에 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죠. 다루는 내용은 무겁지만, 당시의 참상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만 묘사하진 않습니다. 과거를 묘사할 때 드러나는 카툰 스타일의 그래픽이나 클릭을 통해 알 수 있는 대화 등으로 담담히 그려냅니다. 여기에 틈틈히 디지털화된 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시대적 배경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4. 론리 피플 포션 샵(lonely people potion shop)
다음 추천작은 ‘론리 피플 포션 샵’으로, 표션가게를 운영하며 손님의 고민이나 이야기를 듣고 그에 알맞은 포션을 만들어 주는 게임입니다. 평범한 스몰토크와 포션을 만드는 미니게임이 전부라 컨트롤이나 퍼즐에 머리 아플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죠. 거기에 마음 따뜻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어 숲 속의 마녀와 손님들의 대화를 듣고 있기만 해도 두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임입니다.
흔하다면 흔하다고 볼 수 있는 내러티브와 단순한 도트형 그래픽을 가지고 있어 첫 인상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지만, 게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고민, 숨겨진 비밀을 풀어나가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은 갈수록 게임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숲 속 포션 샵에 어울리는 잔잔한 분위기의 BGM부터 기승전결이 깔끔한 모험가들의 이야기까지, 10MB라는 작은 용량에 꽉 들어찬 론리 피플 포션 샵은 휴식이 필요한 분들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같네요.
5. 좀비 관리자(zombie admin)
마지막 추천 게임은 좀비 아포칼립스가 터져도 출근을 해야만 하는 직장인의 비애를 보여주는 게임, ‘좀비 관리자’입니다. 탑뷰 슈팅게임 장르지만, ‘좀비를 잡는 것보다 일을 우선시 해야한다’라는 사실을 게임 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죠. 사무실을 한 층 한 층 오를수록 여기저기서 좀비들이 토사물을 뱉고, 돌진하고, 변이합니다. 윗분들의 말씀처럼 일을 우선시 하기가 제법 힘든 상황. 더군다나 사무실마다 문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언제 어디서 좀비가 나타날 지 긴장을 거둘 수 없죠.
‘직장인’이라는 특성에 맞게 게임에서는 업무로 인해, 혹은 좀비에게 맞아 떨어진 체력을 커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일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태미너는 화장실에 가는 것으로 채울 수 있고요. 어떻게 보면 직장인의 삶을 정확히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몰아쳐도 오직 ‘일’만 잘 하면 되는 게임 속 상황을 보면 게임의 이름을 직장인 시뮬레이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죠. 여담으로 게임 클리어 조건인 미션은 ‘업무 평가’라는 내용으로 등장해서, 한 번에 모든 조건을 다 충족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자꾸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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