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이거 감상도 다시 봐라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20 19:04:52
조회 201 추천 0 댓글 5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c62f12b4799ef

이거 관련 자료 모아 놓은 블로그 링크도 같이 있었는데 책이 지금 여기 없어서 들어가 볼 수가 없네



인터넷과 호러는 원래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굳이 세기말과 00년대의 수많은 인터넷 관련 괴담들을 반추해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보통 "갑툭튀"나 혐오스러운 매체들 따위와 만날 수 있는 곳은 인터넷 뿐이었고, 실제로도 인터넷은 그런 것들을 너무나 자주, 손쉽게 우리 눈앞에 들이밀곤 했다. 책의 시작에서 언급하듯 00년대의 인터넷 환경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테다. 그 많은 귀신 플래시들, 고어 사진들, 쇼크 사이트들, 그리고 이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인 영역에 끌어다놓는 납치태그들. 고전적인 호러들은 우리를 진정으로 호러 속에 동참시키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은 말 그대로 모든 순간에 이 공포스러운 만남을 주최하곤 했다.



그러니 사실 이 시대의 인터넷 호러란 얼마나 점잖게 거세당한 결과물일까? 인터넷 상의 괴담은 한 때 우리를 반드시 놀라게 만들 극적인 장치들을 함정처럼 숨기고 있었건만, 지금의 괴담은 그저 괴담일 뿐이다. 인터넷은 무법지대에서 점차 규범이 잡힌 세계로 변해갔고, 호러는 야만성을 숨기고 다른 방향으로 변해야만 했다. <대체 현실 유령>은 그런 인터넷 호러의 변화상을 뒤쫓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을 테다. 폭력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변해가는 호러와, 그런 호러를 뒤쫓으며 더욱 더 강한 규범을 적용시키고 전혀 흥미롭지 않은 설정 세계의 이야기로 변질시키는 로어 사이의 변증법이기도 할 테고.



호러와 로어의 변증법은 사실 호러와 판타지의 변증법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테다. 호러는 표면적인 사진, 이미지, 게임, 그리고 여타 일상적인 매체에 빚어진 상상력이다.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의미는 매체 뒷면에 따개비처럼 붙어서 날카롭게 돌출되며 수용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충격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충격의 예시야, 호러로부터 벗어난 뒤에도 이 호러가 달라붙었던 매체를 본 순간, 자기도 모르게 호러를 연상하며 공포스러워지는 것일 테다. 어릴 때 침대 밑의 사내에 대한 괴담을 듣고 밤에 홀로 잠들 때 이를 떠올리며 무서워하듯.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상력의 다른 종류를 알고 있다. 어린 아이는 침대 밑의 음영을 두려워하는 만큼, 놀이터 바닥의 음영을 좋아한다. 일종의 망상적 발판으로 작용하는 그림자. 그리고 이 그림자 밟기를 남에게 설명하는 순간, 괴담과는 달리 여기에는 규칙이 붙는다. 그리고 규칙과 핍진성 속에서 호러가 끝나고 판타지가 시작된다. 침대 밑의 사내가 말하자면, 능력을 가지게 되는 순간부터.



alantutorial은 그래서 참 호러스럽다. 무언가, 이 괴상한 튜토리얼 운운하는 말에서 우리는 이 촬영자가 대체 지금 무슨 상황에 있는지 저절로 상상하게 되고, 뭔가 비현실적인 환경을 찍을 때, 판타지가 개입할 수 있는 순간에도, 그 이상 개입하도록 두지 않고 오직 우리의 불규칙적이고 즉흥적인 상상만을 허용한다. 그러니까, 그 정신 나간 촬영자가 어떻게 카메라 뒤에서 더욱 더 몰락하고 있는지를 상상하며 불길해지지만, 그 이상은 아무 것도 모르지 않던가. 오직 이 촬영자가 아주 가끔 드러내는 몇몇 단서들만을 생각해보며 몸서리칠뿐.



SCP는 그런 의미에서 그리 호러로 다가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 SCP를 알았을 때부터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오직 하나 뿐이고 (SCP-993이라고 TV쇼 속의 광대를 다루는 글이 하나 있다) 나머지는 흥미로운 판타지로서 다가오곤 했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SCP라는 기획은 대처를 상정하고 있는 이름(Secure. Contain. Protect.)이 보여주듯, 이 공포스러울지 모를 대상들이 어떤 '능력'을 가졌고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SCP가 다루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은 어디까지나 판타지적 대상들로 비춰진다. 비단 수많은 SCP 문서들이 일종의 단편 호러 소설처럼 쓰였더래도. 그 단편 호러 소설스러운 서술들은 SCP의 판타지화(또는 책에서 말하듯, 로어화)에 반항하고자 하는 노력일 테다. 그러나 그것들이 과연 성공적이었는가? 글쎄. 물론 그게 내가 SCP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SCP가 인터넷 호러가 기거할 장소가 아니라면, 어디에 있어야 할까? 호러는 대신 우리의 기억에 깃들었다. 일본 괴담 중 '보라색 거울'이라고, 우리가 어릴 때 무심코 듣고 기억하고 있다가 나이 들어서 이를 떠올리게 되면 뒤늦게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일종의 시한폭탄과 같은 괴담이 있다. 인터넷 호러는 마치 이 보라색 거울처럼 기능하고자 노력했으며, 실제로 꽤나 성공했다. 처음에는 옛날의 TV시리즈나 게임에 대한 기억에 기생하고자 했다가, 점차 공포스러운 회상의 범주를 넓혀가며 마침내 추상적인 '향수' 자체에 기생하는 데에 성공했다. 우리는 수많은 아날로그 호러와 빛 바랜 사진에 대한 미심쩍은 공포 코드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인터넷 호러는 과거를 우리로부터 떼어내어 새로운 맥락을 심고, 과거 사건에 대한 연상에서 자연스럽게 공포스러운 연상을 끌어오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과거 기생적 인터넷 호러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우스운 점은 00년대 후반~10년대 초반 인터넷 문화 자체가 호러적으로 재생산되는 과정일 테다. 어느새 이것들도 추억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인터넷 호러의 대상이 된다는 게 기분 나쁘기도 하다. 인터넷 호러는 너무나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워졌고, 나는 그것을 즐기면서도 솔직히, 이것을 인터넷 호러라고 부를 수 있는가 늘 궁금해하곤 한다. 호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때 두려움과 함께 즐거움이 피어날 때면 더더욱.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온 시대의 추억 뒤에 싹트는 호러에 감흥이 그리 없고, 아마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은 그 대상이 더 넓겠거니 싶다.



그럼에도 나는 인터넷 호러를 지금 더 좋아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듯하다. 아마 호러가 엔터테인먼트화되고, 로어화되는 것이 오히려 더 즐겁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LOCAL58>, <Mandela Catalogue>, <Mystery Flesh Pit> 등의 컨텐츠들을 얼마나 즐겁게 봤는지. SCP도 물론. 나는 SCP-1733이나 SCP-1981이 선사하는 기묘한 불쾌감도 즐기지만, SCP-2000이나 SCP-4000이 선사하는 판타지적인 요소도 즐긴다. 보다 더 노골적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인터넷 호러는 말할 것도 없다. 어쩌면 내가 호러와 공포 자체에는 그리 충실하지 않은 수용자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99131f4beff


......결국 SCP-2000의 이 사진을 보고 흥분하기에 앞서, SCP-001의 BLIT을 보고 흥분했던 과거의 내가 있었으니.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6077367 다렉에서 리링크 할인하는데 함 해볼까 [2] 만두제너레이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 17 0
6077366 간만에 잠 중간에 안 깨고 잤네 자와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 6 0
6077365 덕영이 한시간 1빡 컷 한 거임? [5] 구르미엄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 39 0
6077363 사실 북괴군은 한참 옛날부터 시리아에서 놀고있었음 ㆁ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 16 0
6077362 향긋한 처녀내음맡으면서 다들 멘탈케어하셈 [2] 홈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 28 0
6077361 근데 북한얘들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면 병력 질 자체가 틀림ㅋㅋㅋㅋㅋ YAMA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 33 0
6077360 경찰이 있는 CCTV 자료도 무시하고 유죄로 몰아간 사건도 잇다는거임 [2] 시베리아다람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 39 0
6077359 남고 신고한 여성 진술녹음 적어보니까 가관이네.. [6] 익숙해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6 215 7
6077358 ㄹㅇ 여자 화장실서 똥 싸고 있었냐? ㅇㅇ(106.101) 17:06 32 0
6077357 남고님 확인해주세요 [2] ourlastnigh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6 70 1
6077356 세이료인 류스이는 딱 웹소식추리임 [3] ㅇㅇ(223.33) 17:06 32 0
6077355 이거 풍수 관련 내용인가 [4] 썬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5 41 0
6077354 남자들 화내면 뭐 어쩔 건데? ㅋㅋㅋㅋ ㅇㅇ(223.62) 17:05 58 4
6077353 논리적으로볼때 300살넘는 노인도 그냥 구라라고 받아들여야맞음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5 40 0
6077352 경찰이 소속 알려달라고할때 쌩까면 경찰 사칭하는 사기꾼 있다고 [2]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5 62 0
6077351 암컷눈빛이란 무엇인가.. [3] 투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5 39 0
6077350 이제 한남은 카메라 없는곳은 위험하다는게 전국에 퍼진 [8] 라만차의기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5 57 0
6077349 사건반장.평소 스탠스가 이수준의 쏘스윗 틀딱방송이라. [2] 뉴구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4 65 0
6077348 말장난에서 오는 청량함을 즐겨라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4 8 0
6077347 생각해보니 김정은이 자국 군대 역량을 키울리가 폭유밀프모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4 12 0
6077346 한국 민도수준은 여기만봐도 답나옴 ㅇㅇ [6] ㅇㅇ(117.111) 17:04 58 1
6077345 미카 KYOUYA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4 13 0
6077344 진짜 누가봐도 향긋한 처녀내음 확실 [2] 홈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4 23 0
6077343 나폴리탄 괴담 귀신들도 성불 당할 위험을 감수하는데 [1] ㅇㅇ(211.36) 17:04 37 2
6077342 사건반장 오늘 방송되는거임? [7] _새사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3 48 0
6077341 갤러리 이름이 판타지 갤러리라 참 다행이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3 29 0
6077340 미국 드론 미사일 무섭긴하더라 [2] 반룡불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3 23 0
6077339 근데 진짜 탈조선 어떻게 하지 [7]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 64 0
6077338 찬란한연방시리즈 영화화가 보고싶구나... [2] 루시아거짓요양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 11 0
6077337 근데 섭종걱정 없는 rpg겜이 걍 좋은듯 [5] 도도가마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 36 0
6077336 남고입장에선 페미반장이든 뭐든 ㅇㅇ(218.153) 17:02 29 0
6077334 그래 한화 더 올렸어. [4] 천덕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 34 0
6077333 근데 기괴한 보폴리탄 괴담은 한두개가 아님ㅋㅋ [1] DUP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 66 4
6077332 킁킁ㅋ [4] 홈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 24 0
6077331 혹시라도 나는 남고가 프레이밍 당할까봐 겁남 쇠안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 24 0
6077330 근데 조선은 드론전 역량 좀 키워야할거 같은데 [5] 폭유밀프모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 28 0
6077329 팩트) 전쟁나면 한남들은 한녀쏘고 다닌다 [1] ㅇㅇ(223.39) 17:01 38 0
6077328 유입 계속 보다보니 느낀거 [2] ㅇㅇ*(1.249) 17:01 37 0
6077327 감정표현이 비교적 확실한 Chat GPT 만들었다(API 안 씀) Se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 18 0
6077326 사건반장이라니 걱정할수밖에 없음 폭유밀프모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46 0
6077325 아니 오늘 트럼프 바이든 대선토론하는 날이네ㄷㄷㄷㄷ [4]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34 0
6077324 북한군이 가서 실전경험 쌓고오면 위험한거 아니냐 [5]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54 0
6077323 홈즈 [2] 피채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15 0
6077321 Ts댓는대 거의모든감각봉인이면 왜함? [2] 유동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24 0
6077317 디씨처음가입햇는데 뭐할거잇나요? ka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13 0
6077316 짭호로 본진으로 돌아갔나보네 [6] ㅎ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16 0
6077315 ㄴ요새 너 말 나와 조심해 [2] 구르미엄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19 0
6077314 페미반장은 못믿는데.... ㅇㅇ(218.144) 17:00 23 0
6077313 피채원 지생화 너희 요즘 왤케 못된말 해. [5] 홈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33 0
6077312 부거아리스가 좋다 [3] 투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2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