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쓰여진 독일 작가가 쓴 해외망명된 유대인의 기억을 찾는 소설. 민감한 소재를,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이 쓴 글이기에 이래저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는데 속독하기엔 쉽지 않은 글이라 1주일정도 천천히 읽은듯. 뮌헨협정 이후의 체코 아래에서 유대인 아이를 영국으로 대피시키는 운동을 통해 피신한 아이가 자신의 과거를 탐색하는 글인데, 기억이 희미한 시기인 만큼 시간의 정확한 흐름에 따라 글이 흘러가지않고 특정 공간과 그곳에 있는 건물을 따라 글이 이어지는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을듯.
글의 대부분은 주인공인 아우스터리츠가 나에게 과거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부분에서 문장이 끊기는 것 없이 쭉 이어지는 부분이 상당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조금 읽기 난이도를 높이긴 함. 다만 이 서술 방법 자체가 희미한 이미지로 남은 기억을 어떻게든 되살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것들을 쫓아가는 부분이란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서술이 역으로 그 깊이를 더해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 때론 서술의 복잡함에 그 가치가 있을때도 있으니.
특징적으로는 책 중간중간 사진이 포함되어있어 이를 통해 작중 서술된 건축, 지리적 정보를 볼 수 있는 점인데 심히 심도깊은 지식인만큼 그 이미지와 글을 완벽히 연관시키는 것은 쉽지않았지만, 조금 더 깊게 서술의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책 전체에서 꾸준하게 등장하는 인간이 생각하는 완벽한 기계적 동작성에 대한 어리석음의 표현이 드러나는 부분이 흥미로운데, 이는 요새건축을 위해 수십년을 사용하던 17세기 사람들부터, 나치 독일 치하에서도 그 모든것을 어떻게든 기계적 일 처리를 통해 무언가를 분류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통제적 발상, 혹은 미테랑 도서관의 현대적인 위압까지 널리 나타남. 이러한 부분은 인간의 완벽성에 대한 욕망이 오히려 더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
중반부의 체코의 테레진을 찾아가 그곳에 남겨진 유대인 수용소를 탐색하고 회고하는 방식은 신파적이지는 않지만 반대로 그 비인간적인 기계성을 드러내어 오히려 더 강한 충격을 주는 부분이라 생각되는데, 이러한 이야기에서 그 사건에 대한 끔찍함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로 인해 자신의 인생의 뿌리를 잃고 평생을 방황하는 인간을 그려냈다는것. 그리고 이러한 인간상이 한 개인이 아닌 집단적인, 그 세대 전체를 대표한다는 것이, 과거의 모든것을 잊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정리하자면 글의 호흡이 길어 천천히 읽게되는 글이긴 해도 그 안에 담긴 무거움을 묘사하는 방식은 조잡하지 않고 수려한 글. 다만, 작가들은 어째 이리 건축에 대한 tmi를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음. 건축된 당시의 시대를 드러나게 해주는 장치라 그런가...하는 생각을 좀...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힘들어요.
작가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읽는데 쓴 심력이 좀 큰 관계로 당장 다른 작품을 찾지는 않을듯.....다음에 읽을 책은 가오싱젠의 '버스정류장'또는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
뭐 삼체나 플래너리 오코너도 중간중간 읽고 있으니. 또 언제 읽을진 모르겠군...언젠가는 읽겠죠.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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