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읽고

나츠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읽고앱에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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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21:07:27

조회 43 추천 0 댓글 0

사실 책 자체는 짧은편이라 금방 읽을 책인데 게으름이 느릿하게 읽게 만든다. 다른 작품인 마음이나 도련님 처럼 직관적으로 오는 재미가 쉬이 느껴지지 않는 점도 있고. 다만 그럼에도 나츠메 소세키 개인의 고뇌가 느껴지는 글이라는 생각.

근대로부터 벗어나 속되지 않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예술가인 주인공, 서양과는 분리되어야한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으며 하이쿠나 한시를 읊는 한편 중간중간 저절로 구미의 시구가 나오는 서양화가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실로 모순적이면서도 해학을 불러일으킨다.

글의 시간대는 러일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또한 이런 동서양적인 대립을 더욱 더 심화시킨다. 삶과 죽음, 도시와 시골, 근대와 자연, 동양과 서양이라는 수많은 대립하는 주제에 고민하면서 갈피를 못잡는 주인공의 내적고뇌는 일본인이 영문학을 공부하는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작가의 이야기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글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 화가인 주인공은 마침내 자신이 생각한 비인정(非人情)의 그림에 어울리는 대상의 표정을 찾아내는데, 이 순간이 러일전쟁에 나가는 사촌동생과 전 남편을 배웅하는 표정에서 발견했다는 점에서 작가는 반대되는 대상들의 절충을 표현했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다만 어떤 해답을 제시했다기보단 여전히 고뇌하고 방랑한 채로 다시 현실세계로 끌려나온 감도 있는 만큼, 그 애매모호함이 뒷맛으로 남는듯.

돌아보자면 나츠메 소세키라는 작가 개인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었을 때 더 깊은 맛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마음. 해학적인 면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듯 싶어도 결국 주인공을 잘 살펴보면 그 행동 하나하나가 상당히 유쾌하기에 그런 부분도 즐겁지 않을까 하는 마음.

다음에 읽을 책은...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나 도스트예프스키의 '악령'....

언젠간 읽겟지.

+)그나저나 책의 해설 파트에서는 모노노아와레를 언급했는데 이 정서는 단순히 말이나 상황을 설명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 장렬하게 지는 것에 대한 선망이란것이 있는가...작중에서도 게콘 폭포에 투신한 학생의 이야기와 그 후 그곳이 자살명소가 되어 4년간 시도자가 150명이 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여전히 아리송한 정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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