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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채로 자면 안되니깐 좀 까주라모바일에서 작성

석석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10 05:06:26
조회 29 추천 0 댓글 5

프롤로그 다 썼다고 기분 좋은데 그럼 버릇나빠지니깐 좀 까주셈---------------------------------------------
같잖다.
에드는 다가오는 총알을 바라봤다. 흔하디 흔한 클래스 원의 부랑자답게 쓰레기 같은 총은 마찬가지로 쓰레기 같은 탄속이 느려터진 싸구려 총알을 발사했다. 고개를 한 번만 까딱이면 피할 수 있으나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총알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에드의 이마에 정확히 정중한 총알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에드는 씨익 웃었다. 온갖 사투를 벌여왔던 에드에게는 너무나 가벼운 통증. 아픈 것으로 따지면 오히려 어제 테이블에 찧은 새끼발가락이 더 아팠다.
그래도 아까보단 나았다. 총알에 맞았지만 오히려 몸에 힘이 들어가며 생기가 돌았다. 이제야 좀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에드는 질겁해 도망치는 부랑자의 머리를 오른팔로 단번에 붙잡고 땅으로 내려찍었다. 철제 의수에서 나오는 강력한 악력은 어떠한 저항도 허락하지 않았다. 바닥이 갈라지며 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팔다리가 움찔거리는 걸 보니 아직 죽지는 않았다. 문제는 한 번 더 박아버리면 죽어버릴 것 같다는 것이었다.
에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요즘 것들은 너무 나약하다. 패기도, 기량도 없어 차라리 뮤턴트나 사냥하러 가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에드는 쓰러진 부랑자를 그대로 들어 올려 얼굴을 확인했다. 피부가 찢어지고 속살이 드러나 피가 가득 번졌지만, 다행히 기절은 안 한 듯 두려움에 가득 찬 눈동자가 보였다.
“오, 다행히도 턱은 안 부서졌군. 말해. 누가 네 녀석에게 마약을 줬지?”
무엇이든 찢고 부셔야 성질이 풀릴 것 같은 파괴 욕구. 에드의 눈을 보고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부랑자는 재빠르게 말했다.
“나르콘! 나르콘에서 약을 팔라고 시켰습니다!”
“그래, 그래. 역시나 그 새끼들이란 말이지? 그래서 접선 장소는?”
부랑자는 그제서야 뒷일이 걱정되는지 잠시 망설였다. 에드는 그런 부랑자의 결정을 친히 도와주었다. 에드가 부랑자의 머리를 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 머리가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강력한 악력에 부랑자는 접선 장소를 실토했다.
“31구역 5번로의 푸른색 지붕 창고! 거기서 오늘 7시 반에 거래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이게 답니다!”
“창고? 뭐, 특징이 있으니 알아볼 수 있겠지.”
“그럼 살려주시는 겁니까?”
“글쎄, 운이 좋다면 살겠지.”
“네?”
필요한 정보를 다 들은 에드는 부랑자를 벽에다가 던져버렸다. 벽에 강하게 부딪힌 부랑자는 연속된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다. 운이 좋아 다른 놈들이 건들지 않으면 살 것이고 아니면 죽을 것이다.
에드는 부랑자가 말했던 창고로 걸어가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근 10년간 해결사 일을 해온 그에게도 이번 의뢰는 특이한 의뢰였다.
에드가 받은 의뢰는 30구역~32구역 일대에 마약을 공급하는 마약상을 색출해 제거해달라는 것. 30구역과 32구역의 마약상들도 똑같은 나르콘 소속이었으나, 조금 전의 부랑자처럼 죄다 꼬리였지 몸통은 아직 잡지 못했다.
최근 들어 갑자기 유행하는 마약 토시. 기존 마약들은 섹터 4의 부랑자와 빈민들에게는 팔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마약은 피를 더럽힌다. 그리고 피를 더럽힌다는 것은 혈석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섹터 4의 조직들은 대체로 혈석을 팔아서 먹고사는 조직들이다. 그런 조직들이 자기들의 돈주머니가 더럽혀지는 걸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섹터 4에서 마약이라는 것은 전투용 마약을 칭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클래스 3 이상의 강자들이나 살 수 있는 비싸고 효과 좋은 마약. 그러나 토시는 달랐다. 기존의 마약보다 10배는 더 싸고 중독성은 더 강한 마약이었다. 그리고 그 상승세는 기존의 조직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40번대 이후 구역들은 이미 토시에 찌들었고, 혈석의 질은 대폭 감소했다.
그로 인해 40번대 이후 조직들은 무너져내렸고, 30번대 구역을 담당하는 조직들은 기겁해서 행동에 나섰다. 30번대 후반 구역들을 잠식하던 마약상들을 모조리 죽이고 나르콘과 본격적인 분쟁을 시작했다.
공동의 적을 두고 연합한 조직들은 나르콘을 금방 없앨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나르콘은 생각보다 강대했다. 예비 전력들까지 끌어모으고 나서야 겨우겨우 백중지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역들까지 순찰하기엔 손이 모자랐던 연합은 에드와 같은 몇몇 해결사에게 각 지역의 순찰과 마약상 색출을 맡겼다.
담배를 피우면서 걷던 에드는 어느새 31구역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쓱 훑어본 에드는 금세 푸른색 지붕을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은 7시 40분.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에드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떡대 하나가 창고 근처에 숨어있기 때문이었다. 나름 몸을 숨긴다고 숨었겠지만, 에드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에드는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주변에 있던 넝마를 걸치고 창고 앞으로 걸어갔다. 숨어있던 남자는 당황하다 에드를 막으려고 했다.
에드가 창고의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할 때 떡대가 말을 걸며 막아섰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안 꺼져?!”
“여기가 그 창고 맞습니까?”
에드가 존댓말을 하며 묻자 떡대는 한 손으로 에드를 툭 밀쳤다.
“거기가 어딘진 모르겠고! 여긴 아니니깐 썩 꺼져!”
“그러니까 여기서 나르콘이 토시를 거래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나르콘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떡대는 에드에게 주먹을 날렸다. 에드는 다가오는 주먹을 오른손으로 붙잡아 으스러트렸다.
“빙고.”
에드는 왼손으로 총을 꺼내려는 떡대를 그대로 창고 문에 때려 박았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창고 문이 안쪽으로 터져나가듯이 들어갔고, 세찬 바람에 넝마가 날아갔다.
“똑똑.”
갑작스러운 사태에 창고엔 적막만이 흘렀다. 창고 안에 있던 것은 마약상들과 나르콘 소속으로 보이는 특이한 가면을 쓴 사람 한 명. 놀랍게도 그 가면은 떡대보단 작았지만 적어도 클래스 2 이상으로 보였다. 아니 어쩌면 클래스 3 일지도 몰랐다. 에드는 갑자기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 되어 기뻐하며 말했다.
“드디어 쓸만한 녀석이 나타났군. 이제야 좀 즐길 수 있겠어.”
“죽여!!”
가면과 마약상들은 곧장 총을 꺼내 에드를 향해 발사했다. 마약상들의 총은 피할 필요도 없다. 주의해야 할 것은 클래스 3로 추정되는 가면을 쓴 놈뿐.
에드는 양팔을 들어 올려 마약상들의 총알을 막아내며 돌진했다. 애초에 그리 크지도 않은 창고였기 때문에 단숨에 한 마약상 앞에 도달한 에드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발로 차 날렸다. 단말마를 내며 날아간 남자는 다른 마약상들과 부딪혀 쓰러졌다.
한 발을 들어 올린 불안정한 자세.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총을 쐈다. 마약상들이 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빠른 총이었으나 애초에 빈틈은 의도된 것이었다. 에드는 허리를 뒤로 숙여 총알을 피하고, 아예 몸을 뒤집은 상태에서 팔을 튕겨 높이 뛰어올라 가면의 앞에 착지했다.
“어디 한 번 실력 좀 봐볼까?”
“죽어라!”
가면은 긴 장검을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세를 보니 기본은 되어있지만 거기까지였다. 에드는 가면의 공격에 맞게 오른팔을 휘둘러 모조리 튕겨내고, 가면의 머리를 붙잡고 던졌다. 에드는 오른손을 쥐었다 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야. 왜 이리 맹탕이지? 너 클래스 3 아니냐?”
마약상들은 에드에게 총을 겨누고는 있지만 이 전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저 벌벌 떨고 있었다. 가면은 그런 녀석들을 보고 혀를 찼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주사기를 꺼내 팔뚝에 꽂았다.
“후…. 이걸 벌써 쓸 줄이야. 이제 내게 뒤는 없다. 넌 여기서 죽여주마.”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 약해 보이잖아.”
“죽어라!”
가면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디며 검을 휘둘러왔다. 아까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속도, 힘, 반응속도 등 전투에 관련된 모든 요소가 강화되어 있었다. 조금 전에 칼을 맞대었을 때만 해도 고작해야 클래스 2의 상급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클래스 3의 중상급 수준은 되었다. 클래스 하나만큼 강화하는 전투 마약? 에드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해결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도 될 것이었다. 지금은 즐기는 게 먼저다.
“드디어! 1달! 1달이나 걸렸다! 드디어 좀 싸울 맛이 나는 녀석이구나! 제발 부탁이니 날 실망시키지마라!”
“젠장... 역시나 매드 독(MAD DOG)이었군! 뮤턴트 사냥이나 하던 새끼가 왜 이딴 곳에 있는 거야!”
“아쉽게도 빚진 게 하나 있어서 말이다!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나를 쓰러트려 봐라!”
“이 빌어먹을 개새끼가!”
가면은 약 때문인지 원래 그런 성격인지 싸울수록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갔다. 기본을 지키며 날카로웠던 검은 위력과 속도는 빨라졌으나 읽기는 오히려 더 쉬워졌다. 그렇기에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다. 에드는 아까처럼 공격을 그대로 맞받아쳤고, 틈이 보이면 중간중간 정권을 지르거나 발차기를 날려 압박을 가했다.
“이걸로 끝이냐?! 다른 것이 없으면 이대로 끝날 거다!”
“큭!”
에드는 순간 틈을 내보인 가면에게 정권을 때려 박았다. 가면은 검으로 막아냈으나 그 여파로 다섯 걸음 정도 뒤로 밀려났다. 충격을 모두 받아낸 것은 아닌지 입에서 피가 주룩 흘러내렸다. 가면은 숨을 한 번 깊게 내쉰 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입가의 피를 쓱 닦고 말했다.
“매드 독. 한 가지 제안하겠다.”
“말해봐.”
“나는 아직 비장의 수가 남아있다. 다음 한 수, 그걸로 승부를 보지 않겠나?”
“싫다면?”
가면은 검을 들어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난 죽겠지. 너의 장난감으로 놀아나다 죽을 바에야 지금 죽겠다.”
“하! 그래 좋다. 죽기 전에 그런 것도 못 쓰고 죽는 건 억울하겠지. 와라.”
에드는 아쉬웠다. 가면은 기본기가 탄탄했다. 최소 3년 이상은 노력했겠지. 한낱 마약 조직에 있기엔 아쉬울 정도였으나 거기까지였다. 검을 다루는 솜씨는 괜찮았으나 힘도 속도도 부족하고, 기본기 외에 다른 검식(劍式)은 모르는 듯했다. 그런 녀석의 숨겨진 기술이라 해봤자 별 것 아닐 것이다. 그리 생각한 참이었다.
가면은 몸을 비스듬히 세우고 검을 검집에 넣은 듯이 자세를 취했다. 낯익은 자세였다. 오른발을 내디디고 몸을 비튼다. 에드는 이다음을 알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며 왼무릎을 약간 내린다. 그리고 가면은 그대로 움직였다. 에드는 이때 확신했다. 가면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에게 검을 배웠다는 것을.
가면은 한껏 비틀었던 몸을 돌리며 검을 뽑아 휘둘렀다.
적랑 1식 - 赤狼 一式 -
랑아 - 狼牙 -
하나의 선이 그어졌다. 마치 거대한 늑대가 물어뜯는 듯한, 날카로우면서도 흉포한 발도. 전신의 힘을 압축하고 압축해 억지로 검에 끼워 넣고 휘두른다.
간단해 보이지만 제대로 구사하기엔 나름 어려운 기술이었다. 게다가 가면의 기술은 단순한 흉내가 아니었다. 그 힘은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클래스 하나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에드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검. 그에 맞춰 에드는 검을 향해 정권을 날렸다.
“하압!!”
빠르고 정확한 정권은 본래였다면 검을 튕겨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적랑 1식, 랑아로 강화된 검은 의수를 뚫고 나아갔다. 앞으로 조금만 더 나아간다면 에드의 목을 벨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커헉!”
가면은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쓰러졌다. 클래스 2에 불과했던 가면이 부상에도 적랑 1식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클래스 하나만큼 육체를 강화해주는 약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상당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적랑 1식을 펼치다 보니 육체에 부담을 가져왔고, 그것은 약효가 더 빠르게 소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약효가 끝나자 가면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에드는 의수의 2/3까지 박힌 검을 뽑아내고 주변을 둘러봤다. 마약상들은 가면이랑 싸우기 시작할 때 죄다 도망쳐버렸고, 나르콘 소속인 가면까지 잡았으니 의뢰는 달성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라면 가면은 죽는다. 그러나 에드는 가면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었다. 이 근방에는 아는 의사가 있으니 그 녀석에게 맡기면 살릴 수는 있을 것이다.
에드는 가면을 둘러업고 창고 밖으로 걸어 나가며 중얼거렸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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