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에 올라온 글을 보건대 이것이 무언가의 '수정본'인 모양인데,
당연하지만 나는 수정하기 전이 어땠는지 모름.
보여달라고 할 생각도 없고. 귀찮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이 글을 볼 다른 독자들도 최종본만 보지 앞의 글과 비교해 가면서 평가하지는 않을 거 아냐.
그러니까 차라리 나같은 사람이 한 명은 감상을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타협은 개뿔이.
좀 문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좀 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대중적인 글'이 '대중성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진 글'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대중의 감성에 먹히는 글'이 좀 더 정확한 설명이겠지.
물론 이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냐 하면, 아마 그걸 설명하는 건 불가능할 거다.
하지만 대중성은 '결과'지 '조건'이 아니라는 거에 적어도 그 대중들은 동의할 걸.
지금 세상에 필립 말로와 조지 스마일리를 웹소설 독자들에게 내밀면, 별로 안 좋아할 사람은 분명 꽤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글들이 그 시절에 대중적이지 않았던 건 아니었으며,
분석해보면 할수록 대중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이잖아.
그런 의미에서, 지금 파타피가 '대중적인 것'을 집어넣겠답시고
그냥 '문장을 단순하게, 비비 꼬는 표현 없이' 같은 걸
문장 단위에서 지키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기분을 강하게 느낀다.
오죽하면 쿼터가 이 수업을 맡기 전까지 매 학기마다 가르치는 교수가 달라졌을 정도다. 물론, 한 학기만 맡는 수업을 딱히 잘 가르칠 리도 없다. 마법에 대한 꿈에 가득 찬 학생의 얼굴에 쳐박는 주먹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마탑에서 손꼽히는 쓰레기 수업 중 하나다.
예의를 잔뜩 갖춰서 사람들을 대하는 건, 일종의 방어기제에 더 가깝다. 어쨌든 괜한 시비로 요란스러워졌었다가는 이런 편지를 받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테니, 가능한 한 주변 눈치를 보며 구태여 남에게 안 좋아 보일 일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일 수밖에.
허나 수업에서 의도한 대답은 아니다.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정답을 말하지 못했다. 쿼터는 그들을 탓할 마음은 없었다. 자기가 가르치면서도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솔직히 마음 깊숙한 곳에선 전혀 동의하지 않는 말이라 더더욱 그렇다.
이런 부분에서 그런 걸 조금 느낌.
차라리 비비 꼬았으면 그 꼬아놓은 걸 푸는 재미라도 있었을 텐데
웹소설적인 '친절함'을 지키려고 용을 쓰다 보니, 오락 소설이었으면 그닥 의미없이 흘려보냈을 문장이
엄격한 규율 아래 일렬 종대로 서 있는 걸 하나하나 검토해야 하는, 지루한 정기점검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단적으로 말해, 문장을 쉽게 써야 하는 이유는 읽기 쉬우라고 하는 건데
문장을 쉽게 써서 읽기 쉬운 게 아니라 읽기 지루해지면, 그건 대중성을 얻은 게 아니지
되려 대중들이 읽을 이유를 하나 더 잃어버린 거에 불과하지.
심지어 그래 놓고서 뒤에 '좋은 인간' 장광설 따위는 여전하고.
나는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다.
그냥 이걸로 글을 시작하면 재미있게 읽었을 텐데, 내가 왜 마탑에 대한 라노베 식 설정 나열을 감상하고 있어야 하누???
그니까 그래, 솔직히 나는 파타피가 생각하는 '대중성'의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건 둘째치고,
파타피가 대중성을 가질 수가 있다면,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될 거라고 확실한다.
다루는 주제와 작품의 분위기가 1도 바뀐 게 없는데, 문장과 구성을 친절하게 짠다고 용을 써 봐야
알아먹을 수 없는 이야기가 지루해지기까지 하는 거 이상의 무언가가 가능할까???
파타피가 대중적이게 하려면, 다루는 주제나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즉 잘 쓰던 걸 잘 쓰면서
그걸 '어떻게 대중의 감성에까지 먹히게 할까' 가 핵심이라고 생각함.
그 점에서 소천되는, 물론 그 '먹히는 대중'의 폭이 TS팸이라는 매우 좁은 범위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잘 짜여진 기획이라는 인상을 받았던 거고.
그래서, 이건 솔직히 좀 별로라고 생각해요. 뉴턴의 절반, 소천되의 1/3 이하다.
내용은 똑같이 재미있는데 읽는 사람의 흥미만 떨어트리는 정말 신기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듬.
좀 선을 넘자면, 이 '도입부'를 대중적으로 만든다는 건 이런 느낌일 거라고 생각함.
보통은 '설정을 잔뜩 설명하는 장광설' - '갑자기 편지를 글 내부에 투입'
- '상황과 주인공의 내적 독백이 교차' - '결국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고유명사 투성이의 복선이 잔뜩 깔림'
같은 건 대중적이라고 하지 않어.
걍 어거지로 대중적 양식 - 아마 파타피는 강의 장면은 대중적이라고 생각한 거 같은데 - 에 끼워맞추려고 하는 거지.
만약 영화였다면, 다른 모든 이유를 배제하고, 영상으로 만들기 쉽다는 이유에서
구성을 이렇게 복잡하게 안 깔았을 거임.
세계관 배경은 인물을 통해서 단적으로 제시될 수 있게, 복선은 대놓고 복선이 되도록 연출했겠지.
가령,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미친 제자가 상담하러 찾아오고
주인공은 마법으로 편지를 불태우면서 '그냥 세금 고지서' 라고 둘러대는 장면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이렇게만 해도 장면 구성이 훨씬 간결해지고,
설정과 주인공의 설정, 처한 처지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천천히 풀어낼 템포가 생길 거라 생각함.
파타피가 대중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해야 할 건 두 가지라고 본다.
첫 번째는 쓰고 싶은 것에 타협하지 않는 것,
두 번째는 그 타협할 수 없는 것을 가장 '대중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
나는 대중성이라고 하는 것이, 그런 연구를 할 만큼의 가치가 있고,
결과적으로 뻔한 영역에 머무를지언정, 그 뻔한 결과물을 찾는 과정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타피가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면, 적어도 파타피는 대중적인 걸 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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