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좀 말이 통하던 선임이랑, 말이 잘 통하지는 않지만 관계가 나쁘기까지는 않았던 선임이 있는데

이 말 통하던 선임이 상병 말에 여친이랑 깨지고 나서

진짜 사람이 영혼이 나간 상태라고밖에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단 말야?

근데 말이 안 통하는 선임이랑 경계근무 서다가

선임이 휴가 때 유흥업소 갔다 온 썰을 풀던데

이 때 그 헤어진 선임을 데리고 가서 같이 놀았다는 거임.

뭐 유흥업소 이야기를 이리저리 푸는데, 솔직히 그건 내 관심 밖이었고

내가 느낀 기분이 뭐냐 하면,

아주 과격하게 말해서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나? 혹은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사람이 세상에 있나?' 였음.

이게 솔직히 그냥 여자 젖가슴 만진 이야기면, 나도 그냥 불쾌하게 들었을 거 같은데

막말로 지 돈 써 가면서, 군대에서 알게 됐고 결국 전역하면 남남이 될 사람을 데리고 가서,

비록 방법은 잘못되었을지언정 '세상에 여자는 많다'는 걸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노력을 한다는 게

뭔가 되게... 순수한 호의잖음 이거.

나를 위해 해도 되는 일을 할 사람이야, 그럭저럭 있을 테고

나도 고작 랜선친구들을 위해서라도, '해도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줄 용의가 있는데,

과연 나를 위해서 나쁜 일까지 할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나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 걸 생각해보고 있자니까

이 선임이 분명 한남충이긴 하지만, 솔직히 좀 존경스럽더라.

무슨 뒷세계 오야붕 같은 느낌을 살짝 받았음.

그 왜, 어떤 페미니스트가 남자로 산다는 걸 체험하려고 남장한 채 2년간 생활하다가

'아 기존의 페미니즘이 남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으며, 이대로는 답이 없겠구나'

하고 느꼈다는 그 책 있잖아

약간 그 책 내용 같은 걸 체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