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6년부터 야구를 봤다.
처음에는 그저 홈런이 좋아 김동주를 좋아했다.
내 첫 유니폼은 반달 김동주였다.
2011년, 프로야구 30주년이라고 들떠있던 때
외인 니퍼트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저 야구는 빠따놀음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니퍼트는 거대한 발상의 전환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니퍼트의 팬이 되었다.
그동안 두산은 많은 일을 겪었다.
금지어 문제가 터지고 명장소리 듣던 김경문이
런하고 코치까지 빼가서 신구단으로 가고
우승할 뻔 했으나 리버스스윕을 당했다.
14년에는 인천아겜 한다고 한시즌을 안했고
15년 막판에 동네북 소리 듣던 김태형이
무덤에 새길 줄 알았던 V4를 현실로 만들어주고
16년의 압도적 V5, 작년의 아쉬운 준우승.
이렇게 긴 세월동안 두산 야구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두산에서 누구를 좋아하냐 하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니퍼트를 말했다.
야구에 진짜 미쳤던 16년, 나는 니퍼트 경기만 골라 갔다.
더운 여름날도 니퍼트 보러 가겠다고 표를 끊었다.
시즌 최종전 LG전도 어떻게든 보러갔고
결국 니퍼트의 외국인 최다승 타이를 보았다.
17년 한국시리즈 이후로 일에 치여 세상사도 모르다
올해 시즌 전 뉴스를 보니 니퍼트가 kt로 갔다고 했다.
뉴스를 보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김현수 LG행도, 민병헌 롯데행도 좀 놀랐지만
니퍼트 kt행 소식은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었었다.
일도 많이 바쁘고 월드컵도 있어서
야구는 순위하고 스코어만 보고 있었는데
니퍼트 100승이라는 네이버 기사를 보고
괜히 밤에 울컥해서 눈물이 나왔다.
2011년 개막식 첫 등판의 앳된 얼굴과
대구 시민구장 원정에서 코치님 유니폼 빌려입은 것과
2015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의 등판이 떠오르면서
내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내가 죽기 전에 잠실에서 Awake and Alive가 울려퍼지며
40번 니퍼트가 2층에서 양의지한테 공을 내려꽂는 모습을
다시 단 한번 만이라도 볼 수 있을까?
단 한번 만이라도 올드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를 볼 수 있을까?
두산의 니퍼트가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