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gall.dcinside.com/m/aoegame/17587976

현실에서도 다들 바쁘다고 안 놀아주는데 메이플2까지 망해서

휴가를 망치게 생겼던 중붕이,,,

혼자서 코노 2만원어치도 땡기고 코인배팅장 2만원어치도 땡기고

어쨌든 혼자서 뽈뽈뽈뽈 잘 돌아댕겼다

그마저도 어느 순간 지쳐서 커닝시티에 캐릭터 세워놓고 멍때리는데

첫 연재글에서 만났던 고인물이 찾아와서 함께 메이플 월드를 여행하자 했다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중붕이 친구는 누가 중붕이 친구 아니랄까봐 자기집 10m 밖으로 나가자 하면 싫다하던데

이렇게 선뜻 국토여행을 떠나자고 하다니

이 고인물과 함께라면 여행 도중 장기매매업자에게 팔려가도 괜찮겠다 생각하고

따라갔다

처음으로 간 곳은 메이플 월드의 남산타워 같은 곳이었다

이곳의 특징으로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케이블타워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서 케이블카를 탄 것은 언제였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5년도 더 오래된 일일 것이다

어린날 이후로 평생 요원하겠거니 싶었던 케이블카 합승을 메이플 월드에서 이루다니

중붕이는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다음 여행지는 크로노프 철도역이라는 맵이었다

이 게임에서 유일무이한 기차역 맵인데

금방이라도 굉음을 내며 달려나갈 것 같은 기관차와 고전적인 분위기의 플랫폼

그리고 함박눈 내리는 해 질 무렵의 배경이 어우러져

1964년 서울의 겨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붕이가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맵이다

리스항구 해변가에서 바캉스도 즐기고

장난도 쳤다

비치웨이 111이라는 맵의 해변가에는 스톤 크래비라는 몬스터가 있는데

이 몬스터 주변의 하수구를 열고 어그로를 끌어서 유인하면

알아서 죽으며 '포획한 스톤 크래비'라는 아이템을 뱉는다

이럴수가~

효과로는

먹으면 초당 10초의 독 대미지를 밭는다

콘서트장에도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 관람이 제한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다같이 단풍잎이야기2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인물이 온 몸을 비틀며 연주를 해줘서

나도 계속 온 힘을 다해 맞장구를 쳤다

옆에서 보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콘서트장 주변 맵에서는 웬 오타쿠 NPC가 화보집을 팔고 있었다

50만 메소라는 초고가 화보집이었지만 큰맘먹고 질렀다

화보를 파는 오타쿠 칭구 옆에서는 이렇게 아이돌이 공연을 하고 있다

코시국에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점이 썩 불편하다

말을 거니 지 얼굴에 반할 것 같다길래 모른척해줬다

무시하니깐 어쩔 줄 몰라한다

오

여행 도중 테일즈위버를 좋아할 것 같은 고인물을 만나

함께 여행하자고 제안했다

할 일이 없었는지 선뜻 승낙했다

현실에서는 폭주는커녕 국도 서행도 벌벌 떠는 중붕이지만

메이플 월드에서라면 맘껏 폭주족이 될 수 있다

고인물 두 명과 운전 배틀을 했다

발렸다

한창 여행을 하다가 지쳐서 잠시 아무도 없는 맵에 앉아있는데

고인물 한 명이 우리가 있는 장소가 핫플레이스라고 뜬다길래

어리둥절해봐서 확인해봤다

진짜였다

게임이 하도 쳐망해버려서

세 명이 한 맵에 모여있기만 해도 핫플레이스라고 표시됐다

그말인즉슨 다른 맵에는 모든 채널을 합쳐도 2명 이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스항구 옆 외딴섬의 교도소를 여행했다

메이플2가 6년 전 흥했을 때는 나름 인기 많은 맵이었다

이곳의 구석에 박힌 맨홀 뚜껑을 살살 열면

이렇게 하수도로 올 수 있다

머박스

하지만 하수구의 끝에는 교도소 밖으로 향하는 출구가 없다

중붕이보다 한참 오래전에 이곳에 와서 절망했을 죄수의

절망이 담긴 일기장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뿐

마치 메이플2를 탈출하지 못하는 중붕이의 심정 같아서

일기를 읽으며 절로 눈물이 나왔다

이것저것 하며 쏘다니다보니

결혼식에 초대도 받았다

가상현실에서 청첩장을 받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중붕이를 사이버 결혼식에 초대해줘서 기쁜 것과는 별개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이 결혼식이라는 컨텐츠가 캐나다국기이야기2에 나왔을 때

중붕이는 게임을 한창 접은 무렵이었어서

결혼식장이 대체 어딨는지 모른다

월드맵에 검색해봐도 안 나왔다

문득 노인들이 키오스크 같은 무인기계에 익숙치 않아

끼니를 해결하고자 식당에 들렸다가도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간다는

그런 가깝고도 슬픈 이야기가 떠올랐다

청첩장을 받고도 결혼식장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쩔쩔매는 중붕이의 모습은

마치 시대에 뒤쳐져 밥 한끼조차 편히 먹기 어려워하는

오늘날의 노인들과 많이 닮지 않았는가

나도 언젠가는 늙는구나, 라는 침울한 생각을 안고

광장 맵에 있는 사람들에게 결혼식장이 어딨는지 물었다

헤네시스 결혼식장이라면서 헤네시스에 없더라

결혼식장에 웨딩 플래너가 있길래 이것저것 묻다가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라는 선택지가 있길래 눌러봤다

오

그리하야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겜 껐다